데카르트에서 헤겔에 이르는 과정은 서양 근대성 성립 과정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개인 주체의 성립과 이성에의 중시가 있다. ‘문명-도덕 윤리-인간-주체-이성-의식’이라는 관련 검색어를 말할 수 있는 근대성.

그런데 다윈과 프로이드에 이르면, 이 중심의 핵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간’ 개념에 대한 비판이 등장한다. 다윈은 인간을 신에게 이성을 부여받았다는 등의 말로 규정하지 않는다. 그에게서 인간이란, 그저 ‘자연 선택에 의해 창조된 종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인간중심주의나 인간의 위상은 부정되고 다른 종들과 가족적인 친연 관계 속에 들어가게 된다. 당시의 철학자들과 종교가들로부터 총공격을 받은 다윈. 다윈주의는 그가 주장했던 것과는 상관없이 이후에는 사회진화론이나 진화생물론 등 많은 분야의 것들과 콜라보를 하면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다윈주의 내부에서 어떻게 혹은 무엇을 강조하냐에 따라서 그 내부도 다양한 갈래가 있다고 한다. 어쨌든 그로부터 시작하여 인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넝쿨처럼 퍼져나가며, 아직도 여전히 인간에 대한 해석은 진행중이라고 할 수 있다.

다윈과 더불어 프로이드 또한 인간의 이성이나 의식에 대해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연구를 내놓았다. 즉 그에 따르면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 주체(자아)는 ‘환상’이다. 되려 그는 “무의식이 우리 인격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우리가 알던, 혹은 이전에 데카르트에서 헤겔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이 굳건히 쌓아왔던 주체/개인/의식은 부정당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프로이드에 의해 인간의 의식 즉 빙산의 일각 아래에 크기와 깊이를 알 수 없을 감춰진 무의식이라는 빙산을 연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프로이드가 말하는 수 많은 개념들을 다 알진 못해도, 이게 서구 근대성 이후로 철학사는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중간 중간에 <서양철학사>의 저자들은 “무의식이 언어적 구조를 갖는다”라거나 문명/문화 비판과 연관해서 설명하면서 니체와 연관지어 설명을 했는데, 어떤 맥락에서 그런건지 과연 그렇게 읽을 수 있는지, 또 죽음충동이 생명에너지와 어떻게 함께 말해질 수 있는지 등등 다양한 지점에서 구체적인 언급들에 대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답은 없다. ㅠ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계속 원전을 읽어가면서 공부해간다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저어기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