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공 9회차 후기 - 규구회맹

진달래
2023-07-31 22:32
118

발음이 잘 안 되네요.^^;; 규구회맹

노 희공 9년 , 제 환공 35년에 규구(葵丘)에서 회합을 했다.

- 규(葵)자의 뜻이 해바라기, 아욱, 접시꽃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지명은 글자를 잘 안 찾았는데 이렇게 보니 규구는 '해바라기 언덕' 뭐 이런 뜻이 되는군요. 해바라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꽃이 만발하는 언덕이었던 듯합니다.^^

 

35년 여름 제후들을 규구에서 회맹하게 했다. 주 양왕이 재공(宰孔)을 보내 환공에게 문왕과 무왕께 제사를 지낸 고기와 주홍색 화살 및 큰 수래를 하사하면서 엎드려 절하지 말도록 명하였다. 환공은 이에 응낙하려다 관중이 안 된다고 말하자 내려가서 엎드려 절하고 하사품을 받았다.

 

<제태공세가>에 보면 환공이 당 아래에서 절을 하고 하사품을 받은 것이 관중의 조언 때문이라고 나온다. 그러나 <좌전>에는 관중이 조언했다고 나오지 않았다. 주석에서 본 것처럼 <관자>편에도 이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도 관중이 제 환공에게 조언을 하는 것으로 나온다. 근데 말이 너무 길어서 옮기기에는 좀.... 

천자가 내린 물건도 각각 차이가 좀 있다. <좌전>에는 제사 고기(胙)만 주고 백구(伯舅)라는 호칭을 내리는 것으로만 되어 있는데 <사기>에는  제사 지낸 고기(胙)와 주홍색 화살(彤弓矢), 큰 수레(大路)를 주었다고 되어 있고 <관자>에는 제사 지낸  고기와 백구라는 호칭 이외에 상복(賞服), 큰 수레(大路), 용이 그려진 술이 아홉 개 달린 깃발(龍旗九遊) 군문의 붉은 기(渠門赤旗)를 받았다고 되어 있다. 후대로 갈수록 받는 물건이 많아진 것 같다.             

<좌전>에서 제 환공은 천자가 당 위에서 하사품을 받아도 된다고 했지만 그러면 군신간의 예가 땅에 떨어져 천자에게 부끄러움이 될까 두렵다고 하며 당 아래에 가서 받았다고 했다. 

 

가을 다시 제후들이 규구에 회맹하게 하였는데 환공이 더욱 교만한 기색을 띠었다. 주 왕실은 재공을 회맹에 보냈다. 제후들 속에는 이반하는 자들이 꽤 있었다. 진 헌공은 병이 나서 늦게 오다가 재공과 마주쳤는데 재공이 "제후(齊侯)는 교만해졌소, 가지 마시오"라고 하자 이에 따랐다.

 

여름과 가을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좌전>에는 제 환공이 교만했다는 말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다만 재공이 돌아가다가 진 헌공을 만나 "제후가 덕에 힘쓰지 않고, 원정나가는 것에만 힘을 쓰고 있소"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환공이 원정을 나간 일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하고 있는데 <사기>는 이를 제 환공이 직접  자기 업적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썼다. 그러니까 <사기>에는 좀 더 교만한 제 환공을 볼 수 있다.  아마도 그래서 후대에는 제 환공은 관중의 조언 없이는 제멋대로 하는 군주처럼 그려진 듯하다. 환공은  바보에 관중의 허수아비처럼 그려졌다고 할까? 하지만 사실 관중을 기용한 것도 환공인 것으로 보아 그가 아무 생각이 없는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관자>에서는 관중에 의해서 점점 아무 생각도 안 하게 만들어진 것 같아 보이긴 했다. 생각해보니 둘 다 똑똑하기는 어려운 듯.   

 

우리가 흔히 아는 규구 회맹의 내용은 <좌전>에도 <사기세가>에도 나오지 않는다.  주를 보니 이는 <맹자>, <곡량전>에 나온다고 되어 있다.   - <관자>에도 내용이 나오지만 규구 회맹의 내용은 아니다. - 한 곳에 다 모여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음 

 

규구(葵丘)의 회맹(會盟)에서 제후들을 모아놓고 희생을 묶어, 그 위에 맹약하는 글을 올려놓고 희생의 피를 마시는 의식을 하지 않고 명령하였다. 첫 번째 명령하기를 ‘불효(不孝)하는 자를 처벌하며, 세자(世子)를 바꾸지 말며, 첩(妾)을 아내로 삼지 말라.’ 하였다. 두 번째 명령하기를 ‘현자를 높이고 인재를 길러서 덕(德)이 있는 이를 표창하라.’ 하였다. 세 번째 명령하기를 ‘노인을 공경하고, 어린이를 사랑하며, 손님과 나그네를 소홀히 하지 말라.’ 하였다. 네 번째 명령하기를 ‘선비는 관직을 세습하게 하지 말며, 관청의 일은 겸직시키지 말며, 선비를 등용하는 것은 반드시 적임자를 얻도록 하며, 멋대로 대부를 죽이지 말라.’ 하였다. 다섯 번째 명령하기를 ‘제방을 굽게 쌓지 말며, 쌀을 수입해 가는 것을 막지 말며, 대부들을 봉해주고서 보고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라.’ 하였다. 그리고 말하기를 ‘무릇 함께 맹약한 우리들은 맹약한 뒤에 약속한 내용을 잘 지키도록 하자.’ 하였다.<맹자 고자 하>

 

그러나 <좌전>은 제 환공의 규구 회맹보다 이후에 등장하는 진(晉)나라의 난에 훨씬 더 공을 들였다.   

 

(쓰다보니 요즘 길에서 세계 각지에서 모인 스카우트 회원(?)들을 만납니다. 기사를 보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전북 부안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근데 야영장이 새만금이라고 하는데 요즘 비가 많이 와서 자꾸 물이 고인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 찜통 더위에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갑자기 규구를 보니 야영장은 물이 좀 잘 빠지고 볕이 잘 드는 곳이 좋을 것 같네요.  회맹 장소도 그런 걸 감안하고 정한 것이겠죠?  회맹을 여름에서 가을까지 했다는 걸로 보아 족히 3개월은 넘겼을 것 같은데 각국의 제후들이 모였으니 천막의 규모나 거기 모여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장난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밥도 해야하고 빨래도 해야하고 경호팀도 있고, 의전팀도 있어야 했을테고.... )

 

태자 신생이 죽고 난 뒤 여희는 헌공의 뒤를 이어 해제를 즉위시키지만 이극이  해제를 죽였다. 순식이 탁자를 즉위시키자 이극은 또 탁자를 죽였다. <좌전>에서는 쓰지 않았지만 <열년전>에 의하면 탁자가 죽을 때 여희도 죽임을 당한 것으로 되어 있다.   

 

<사기>를 읽을 때는 잘 보이지 않았는데, <논어>엔 진(晉)나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는데 <좌전>에는 진나라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 춘추시대에 유명한 재상이라고 하면 관중을 꼽지만 <좌전>에는 그 정도 인물은 진나라에도 많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생의 측근으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 앞에 나온 순식의 경우도 보통 인물은 아니다. 

 

그리고 이제 진나라에  5대에 걸쳐(헌공 -신생 - 해제 - 탁자 - 혜공 - 회공) 일어난 난(亂)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댓글 1
  • 2023-07-31 23:45

    맹자는 규구회맹의 맹세문을 자세하게 말했는데, 그에 비해 좌전에서는 그 내용은 없고 오히려 제환공이 당 아래로 내려가서 절하고 받은 것에 대해서만 기록을 해놓아서 음.... 이것은 또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실제 규구의 맹세문이 맹자의 말대로 있었다? 그게 아니라 맹자가 좀 부풀렸다? 좌전은 맹세문보다는 패자인 제환공이 그래도 주왕실을 존숭하는 봉건예법을 지키고자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중요하게 여겼다? 비록 그것이 관중의 조언이라 할지라도.
    어쨌든 규구회맹이 중요한 회맹이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좌전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아서 든 생각이었습니다. 아, 맹자한테 낚였던건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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