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 전습록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단어이다. 알에서 새가 태어날 때 새끼 새가 알 안에서 자신을 둘러싼 벽을 쪼는 ‘줄’과 밖에서 어미가 쪼아주는 ‘탁’이 만나 알이 깨지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 이것이 줄탁동시이고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스승인 양명이 전하고 제자들이 받아드려 습하는 ‘전습록’의 의미도 이것과 비슷하다.

요즘에 내 주위 친구들이나 동생들을 보면 전부 학원 뺑뺑이 속에 갇혀 있다. 마치 전속력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너무 빠른 속도로 너무 많은 지식들을 받아드린다. 받아드리기에 벅차서 이해하거나 깨달음을 얻는 것은 점점 더 힘들어 진다. 아니 이해는 필요 없다는 듯이 세상은 우리를 쪼아댄다. 수많은 ‘탁’속에서 우리는 ‘줄’할 생각도 못한 채 세상 속으로 나와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양명과 제자들같이 ‘줄탁동시’하는 것이 아니라 ‘탁탁동시’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