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5강 후기> 공자님께 딴지 걸기...

벤호건
2014-02-1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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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예전 불교강좌를 같이 들었던 동학(同學)분들로부터 후기를 올리냐 은근 눈총을 받았던 벤호건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이 역시 일천한 한문 실력 때문에 선생님 말씀 쫓아가느라 정신이 없어서, 도무지 후기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忘) 바로 저의 상태입니다. 배우기는 하는데 생각할 여유가 없으니 어떻게 후기를 쓰겠습니까? 한마디로 () 거죠널리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고, 공자께서는 선현의 말씀을 전하되 자기가 창작하지는 말라 하셨지만, ‘학이불사즉망하지 않기 위해, 부족하지만 다소 비판적 관점에서 '생각대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자님 말씀에 대한 바른 풀이 교재에 충분히 나와 있기에

 

먼저, <계씨 9> 나오는 생이지지자, 학이지지자, 곤이학지, 곤이불학 수준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보죠. ( 아시다시피) 뜻을 풀어보면, 태어나면서 아는 [생이지지자] 최상이고, 배워서 아는 [학이지지자] 다음이고,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배우는 [곤이학지] 다음이고,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배우지 아니하는 [곤이불학] 바로 백성()이니 최하가 된다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사람에게도 학문의 수준에 따라 레벨이 있는데, 최상위에서부터 생이지지자(S등급), 학이지지자(A등급), 곤이학지(B등급), 곤이불학(C등급) 되겠네요. 공자의 분류가 일견 타당해 보이긴 합니다만, 이를 그대로 현실에서 적용하려 들면 곤란한 일도 생길 있습니다. 생이지지자가 최고라는 것은 타고난(선천적인) 학습능력이 후천적인 노력에 우선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죠. 이렇게 되면 부모의 말빨이 먹힐 수도 있습니다.

 

가령, 엄마가 아들에게

[엄마]  너도 열심히 노력하면 남들보다 공부를 더 잘할 수 있어. 그러니 열심히 해!”

[아들] “엄마, 아들에게만 공부하라 그러지 마시고, 엄마도 논어 공부 좀 하세요. 논어에서 공자님이 말씀하시길 학이지지자보다는 생이지지자가 더 위라고 하던데,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생이지지자를 따라갈 수 있겠어요. 그냥 포기할래요. 제가 공부를 잘 못하는 건 다 엄마가 저를 생이지지자로 낳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라고 대응할 경우 당황스럽겠죠. 한창 공부해야 자녀에게는 금서(禁書) 하심이ㅋㅋㅋ

 

, 한편으로는 공자님의 성격이 꽤나 시니컬한 면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최고의 성인으로 추앙 받았던 공자 자신도 스스로를 생이지지자 아닌 호학자라고 겸손히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생이지지자 될까요? ()이라면 모를까 인간 중에서는 생이지지자 나올 수나 있을까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단계(생이지지자) 굳이 두어서 많은 사람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필요가 있었을까요? 요즘으로 치자면, 정신분석학의 도움이 필요한지도 모를 일입니다.

 

차라리 공자께서 좀더 솔직하게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요? 자왈(子曰), “ 정도면 생이지지자 만하다. 단계는 너희가 노력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는 편이 솔직한 것이 아닐까요? <述而 19>에서 아비생이지지자(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말은 어쩌면 말을 받아서 제자들이 아닙니다. 스승님. 스승님 정도 되시면 생이지자자 되고도 충분하십니다.”라고 높여주길 기대한 것은 아닐까요? 아마 그랬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만, 당시 제자들이 모두 고지식한 관계로 눈치가 없어서 스승님의 깊은 속내를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죠. 해서 당시에는 아무도 그런 깜찍한(?) 멘트를 날리지 못했죠.

 

근데, 공자가 고대했던 똘똘한 제자가 나타났습니다. 맹자죠. 공자의 말씀을 열심히 연구했던 총명한 제자, 맹자는 스승님의 속내를 간파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은 남겼죠. “공자님은 생이지지자이시다.” 하늘에서 말을 들은 공자님은 얼마나 흐뭇했겠습니까? 공자님의 미소가 눈에 그려집니다. “이제야 말귀를 제대로 듣는 제자가 나왔구나. 맹자 니가 이제 나의 진정한 후계자이니라하고 말씀하시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지금 우리가 '공맹사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님 말고…^^

 

이어서, <陽貨 3>에서는 유상지여하우 불이(唯上知與下愚 不移)’라며 한번 사람들의 학습의욕을 꺾습니다. 풀이하면, ‘오직 지극히 지혜로운 (상지, 생이지지자를 말함) 지극히 어리석은 (하우, 곤이불학을 말함) 바뀌지 아니한다입니다. 알죠. S등급과 C등급이 쉽게 바뀌지야 않겠지요. 하지만, 말은 신분계급을 불변의 상태로 고착화시키는 같아서 불편합니다. 지배계급이 지배계급에게 주제에 공부해봐야 신분이 바뀌지 않아, 제발 분수를 알아라 말하는 같거든요. 개인적으로는 공자에게 따지고 싶습니다. “아니 개천에서 용이 나면 됩니까! 자기도 변변찮은 신분에서 됐으면서…”라고 말이죠.( 말이 지나친가요? 웃자고 <

댓글 1
  • 2014-02-23 20:26

    유쾌,통쾌 ...ㅎㅎ  역시 벤호건님의 후기는 재미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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