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끄만 공연 후기입니다!

정지영
2013-08-24 09:40
1146

쪼끄만 공연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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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쪼끄만 공연의 명불허전 바지대장 정지영입니다. 우선 긴 시간동안 연습하랴, 해보지도 않은 작사·작곡하랴 고생 많았던 우리 쪼공 멤버들(래현, 지원, 호경, 원영, 재창, 상현)에게, 공연 같이 기획해준 스텝팀(고은, 영진, 호연, 신영), 문탁 식구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공연을 봐준 해봄! 여러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해야할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쪼끄만 공연 시즌3는 두 차례의 공연을 가졌습니다. 처음엔 카페 가디랑에서, 그리고 두 번째로는 월든 앞 골목에서였죠. 사실은 이 두 번의 공연이 어떻게 보면 부담이 되었을 수도 있었지만 모두 책임감을 갖고 즐겁게 임해준 덕분에 잘 진행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여름방학 동안 무엇을 했냐고 주위에서 물으면 저는 아마도 쪼끄만 공연이 먼저 떠오를 것 같은데 우리 쪼공 멤버들도 그렇겠죠?

 

조금은 개인적인 얘기를 잠깐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내내 음악만 하며 지냈습니다. 베이스를 꽤 오랫동안 쳤던 때였고 전공도 그쪽으로 정해놓은 상태였죠. 고등학교 2학년 겨울, 그러니까 고3 되기 직전이죠? 저는 기타를 들고 단독공연을 기획했습니다. 이유는 딱히 없었어요. 그냥 그쯤에 기타를 쳐보기 시작했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니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졌나 봐요. 그래서 공연 장소를 어디로 할까 고민하다가 고2층에서 고3층 올라가는 좁은 나무계단으로 정하고 손수 만든 포스터를 여기저기 붙였습니다. 공연할 때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가끔은 부끄러워 멋쩍게 웃고, 가끔은 맨 뒤에 앉은 사람들의 표정도 찬찬히 보기도 했어요. 공연이 끝날 때 쯤 친구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면서 저는 작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작은 공간에서, 작은 목소리로, 작은(적은)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는 번지르르하고 거창한 그 무엇들보다도 훨씬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아무튼 쪼끄만 공연에서도 그 작음쪼공 식으로는 쪼끄마함’(???)이 얼마나 커다란 의미를 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던 건데 이렇게까지 길어졌네요. 마이크를 통해 나오는 목소리에다 가까이에선 진짜 숨소리까지 들리는 공연. 재치 있는 가사에서 다 같이 웃음을 터뜨리는 얼굴이나 다들 집중한 눈빛, 오르락내리락하는 입 꼬리들을 지켜볼 수 있는 건 작고, 쪼끄만 공연에서밖에 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기까지가 제가 생각하는 첫 번째 쪼공의 의미이자 가치였습니다. 그러면 두 번째 가치는 무엇일까요? 특히 저는 월든 앞 공연이 인상 깊었는데요, 아마도 그 공간과 주민들이 구성하는 마을이 쪼공을 도와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월든 앞은 휑한 아스팔트길이었죠. 몇몇 건물이 들어서있고 주차된 차들만 즐비한 한적한 골목이었습니다. 그런 골목에 뚝딱뚝딱 무대를 만들고 의자 몇 개를 가져다 놓으니 금세 공연장이 완성됐는데 마냥 신기하기만 하더라구요.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은 같은 동네 살면서도 만날 여유 없었던 이웃들이었고 가족끼리, 친구끼리 모인 모습이 저는 꼭 잔치 같다고 생각했어요. 생각해보면 우리가 언제 이렇게 모여 보겠어요! 다들 자기 일에 빠져 살던 사람들에게 이 사람들이 모두 이웃이었구나, 여기는 내가 사는 동네고 마을이었구나소박한 깨달음을 준 자리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버스킹(거리 음악)은 쪼끄만 공연 시즌1 때부터 잠깐씩 얘기가 나왔던 것 같은데 여러 가지로 준비가 미흡해서 실행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 문탁도 벗어나고 이렇게 마을 공연까지 우려와는 다르게 잘 해내니 쪼공! 대다나다. 다음엔 더 욕심 부려도 될 거 같아요.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모두들 쪼공 마을 공연의 타이틀이 의 이야기였다는 건 아시죠? 이번 시즌 쪼끄만 공연에서는 자작곡이 카피곡보다 많을 정도로 작곡 작업이 잘 진행되었어요. 그리고 더 좋았던 건 뜬구름 잡는 노랫말이 아니라 자기 노래에 자기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트나 꼬깃꼬깃 접은 종이에 가사를 어렵게 한 줄, 한 줄 적었던 쪼공 멤버들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쉬운 작업은 아니지요. 작곡은 코드며 연주며 아는 건 하나도 없고 가사는 일기장을 읊조리는 듯 어색하고. 처음엔 낯간지럽고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기 싫다가도 몇 번 같이 부르고 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정말 자기 노래라는 느낌이 다들 들었을 거예요.

제가 쓴 쪼공송 다들 들어보셨죠? 두 번째 구절이 이래요. ‘만들어 본 적 있나요? 내가 쓰고 부르는 노래 생각보다 쉬워요. 여기 못생긴 목수가 다 해주니까정말 생각보다 쉬워요! 어젯밤 놓친 막차, 사랑이 식은 남자친구, 여자 친구의 겨드랑이, 소나기 내리는 날 길을 걸었던 일, 나는 돈이 없어! 햄보칼 수가 없어!, 내가 껌이 된다는 망상까지 모두다 노래가 될 수 있어요. 이 점이 쪼공의 세 번째 가치입니다.

 

이제부터는 쪼끄만 공연 시즌3의 아쉬운 점도 얘기해볼까요? 멤버들의 의견 수렴을 잘 하지 못한 탓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라도 적어볼게요.

일단 연습시간이 너무 늘어지고 자잘하게 많았던 점! 사람들 기다리느라, 빙수 먹느라 시간보낸 게 꽤 되는 것 같아요. 다음부터는 멤버들이 약속 시간도 잘 지키고 한 번에 집중해서 연습한다면 더 좋을 것 같네요. 다음 쪼공 대장 참고해주세요!

그 다음으로는 홍보. 다행히 많은 분들이 공연을 보러 와주셨지만 홍보부분에서 지원오빠가 혼자 고생한 부분이 많았죠. 포스터도 혼자 붙이러 다니고. 이런 작업을 함께 진행하도록 합시다.

또 뒷정리! 앰프랑 잭이랑 정신없고 여러 장비를 옮기는 과정에서 뒷정리를 꼼꼼하게 했어야 하는데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조금 뺀질뺀질 -_-**** 했던 점 아쉽네요,

또 생각나는 점 있으면 많이들 얘기해주세요! 쪼끄만 공연 시즌4는 더 탄탄하고 더 유쾌한 공연이 됐으면 좋겠네요. 기대돼요.

 

 

 

댓글 3
  • 2013-08-24 09:58

    울먹울먹... 쪼공이 여기까지 왔구나.. 정말 좋다. 하이서울에 대한 아쉬움이 확 날아간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 건 아닌지 미안하기도 하고. 지영아 정말 고생많았고 수고했다.

  • 2013-08-24 17:21

    예쁜 지영

    언제나 예쁜 지영

    앞으로 더 예뻐질 것 같은 지영아!

    마을까페의 공연은 앞으로 계속 니가 책임져라.

    온 거리, 온 마을 사람들이 쪼공을 함께 즐길, 그 날까지^^

  • 2013-09-08 21:38

    게으르니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수정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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