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민 1일차 : 공생자 행성에서 어영부영

현민
2021-11-10 19:11
193

모로쌤과 아낫쌤이 2,3일차 일지를 올리시는 중 저는 이제서야 자판을 두드립니다.

처음 기린쌤께서 저에게 이 프로젝트를 제안해주셨을때, 공생자 행성이라는 말이 저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더라구요.

뭔가 책이라도 내야할것 같은 ... 간결하면서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말이에요.

이 지구를 공생자 행성으로도 해석해내는 마음이 커다랗게 다가오네요!

매일매일 뭔가 써내는 걸 해낼 수 있을까요? 지금은 몰라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저에 대해 배우는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제가 이 지구의 공생자로서 행하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음... 저는 마을에서 텃밭을 하고 있는데요. 자취를 하는 동안 음식물 쓰레기를 텃밭에 가져가 묻었던 것이 떠오르네요.

자취를 시작하고 음식물 쓰레기가 제 몫이 되면서 돈주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사는게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이제서야!) 비닐봉투에 썩은 음식들을 담아서 내놓으면 그것들이 어디로 실려가는 과정이 너무 비정상적이라고 해야 하나요.

자취를 시작하면서 동네 텃밭도 하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비료로 만드는 비료장이 있어요. 사실 비료장이 없었으면 저도 음식물 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버릴 수 밖에 없었을텐데 누군가 먼저 만들어놓은 터를 이용할 수 있어서 고마운 마음으로 사용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산 기억이 까마득하다는 것이 제게는 뿌듯한 일입니다.

 

호기롭게 밭에 흰바지를 입고 가서 음식물 쓰레기 장으로 가는 현민이입니다.

 

최근에는 무를 수확했습니다. 이번 겨울 무가 귀하다는데 이상하게 제가 남은 모종 받아서 심은 무는 밭에서 튼실하게 자라더라구요. 저는 좀 게으른 농부였는데 같이 텃밭 하는 이웃분들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그렇게 땅으로부터 하늘로부터 사람으로부터 제가 미처 알지 못하는 것들로부터 도움받아 자란 무를 피클로 만드려고 합니다. 시래기를 정말 좋아하는 저를 위해 시래기도 조금 말리구요! 

스무살때 카페에서 일하면서 청 만드는 걸 배웠어요! 알바를 그만둔 이후로도 때되면 유자청 자몽청 무피클 생강청 청귤청 만드는 것들을 해왔어요. 계절을 감각할 수 있기도 하고, 단순노동에 빠져서 잡념을 없앨수도 있고, 일단 만들고 나누면 대체로 사람들이 좋아하여서 나를 살리는, 나와 공생하는 이들을 살리는 감각도 좋은것 같아요. 

무를 잘라놓고 아직 식초물을 못만들었는데요. 빨리 해야합니다.

무피클을 다 만들면... 무피클 좋아하는 엄마와 솔이 또 누구한테 나눌까 생각중입니다.

첫 무를 수확해서 기쁜 현민이입니다.

 

조그만 주방에 뭐가 너무 많아요.

 

공생자 행성에서 어떻게 사는것이 마땅한 건지 그걸 알고 실천해나가는 일이 너모너모 어렵지만 그래도 하고 싶습니다.

어영부영 살고 있습니다 ~

 

 

댓글 11
  • 2021-11-10 19:39

    텃밭도 부럽고! 음식물 처리는 더 부럽네요!!

    겨울무 진짜 맛있는데~ 👍

    같이 공생자 행성에서 놀아봐용! 

  • 2021-11-10 21:04

    텃밭은 작은 공생자행성이지요.  

    젊은이가 그 맛을 안다니 놀랍군요

    텃밭하는 현민이 모습을 잘 볼 수 없는 겨울이라
    아쉽네요

  • 2021-11-10 21:29

    기린샘이 이렇게 멋진 챌린저를 소개해주셔서 참 좋군요.

    작년에 제가 에코 챌린지를 할때는 박스 테이프 떼고, 스티커 오려내는 정도로 간단하게 일지를 쓰곤 했는데, 요즘 공생자 행성 일지를 읽을때마다 드는 생각은  '아~~내가 작년에 챌린지를 해서 정말 다행이다. 난 정말 초짜였어~' 입니다.

    갈수록 에코 챌린지 퀄리티?가 높아지니,

    이제,  현민님처럼 젊은 친구가 집에서 무청도 말리고...대단해요!

    현민님. 한달간 여기서 더 재밌게 에코 놀이 합시다^^

  • 2021-11-10 21:39

    저 언른들 만나서 이야기 듣고 싶어지네요. 저 텃밭.. 내년에 너무 하고싶어요. 올해도 언제 놀러갈 수 있을까요? 무가 너무 고와보입니다. ^^

  • 2021-11-11 10:53




    와 대단대단~~

    나누는 마음, 공성자행성 마음이랑 꼭 닮았을 거 같은 상상이 됩니다.

  • 2021-11-11 10:53

    아니!!! 현민!!!!에게 이런 점이 있다니!!!!!

    내가 다 뿌듯~~~

    (귀뜸으로 …기린샘 무우피클 음청 좋아해~~^^)

  • 2021-11-11 13:21

    오~ 무가 아주 단단해 보여요. 피클 담으면 맛있겠네요.^^

    텃밭에서 배추뽑고 무 뽑아서 문탁 베란다에서 김장하고 무청도 말려서 겨울내내 먹었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현민의 텃밭생활, 좋아요.^^ 백바지도 멋져요.ㅋㅋ

  • 2021-11-11 16:27

    마자요~~~~ 저 무피클  완전 조아해요 ㅋㅋㅋㅋㅋ

  • 2021-11-12 13:57

    현민아,  나도 무피클 엄청 좋아해 ~~~😍😍

    토토로는 복도 많지~

  • 2021-11-14 09:14

    울 현민^^

  • 2021-11-17 21:00

    우와~~현민이 멋쪄요~~

    그리고 동네 텃밭 너무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