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929 소화불량연구소 발제 및 후기

명식
2013-09-29 23:05
891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후반부는 아무래도 구체적인 예시가 많고 도식이 적었기 때문인지 전반부보다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이해하기가 쉬워서 그랬던 건지 저번보다는 이야기가 오히려 적게 나온 것도 같네요.

 

  먼저 이야기했던 것은 각각 여성의 열락팔루스의 열락의 이해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이 부분은 농업과 자본주의의 경우, 또 성령의 이야기 등 동일한 도식 위에 각각의 원이 이름만 바꿔가면서 배치되는 지점이라 다소 헷갈릴 여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이해하기에 어려운 부분은 없었지요. 다만 라캉의 이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점은 있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라캉을 따로 공부하는 것이 필요할지도요.

 

  제 경우에는 아무래도 종교 탓인지 삼위일체에 빗대어 증여, 순수증여, 교환을 나타내려 한 부분에 관심이 갔습니다. 여기서는 성령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고요. 이 도식을 이해하는데도 성령의 이야기가 가장 핵심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간 안에 넘쳐흐르는 힘, 도식을 넘어서는 힘, 다른 두 영역에서 발하는 힘. 이 미묘한 비유를 읽어내면서 어쩌면 과학과 종교는 근본적으로 믿음이라는 형태로 닮은꼴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나카자와 신이치 특유의 여성에 관한 담론도 화두로 나왔었습니다. 환산, 분리, 부정성을 가진 팔루스의 열락에 대비되어 상호의 사랑 및 접속을 내세우는 여성의 열락. 흔히 역사를 말할 때 지배와 전쟁, 급작스러운 변화로 점철된 남성의 역사화해, 포용과 유지의 여성적 역사를 대비시키는 것과도 같은 흐름이라 보입니다. 어쩌면 여성의 위상이 유난히 높은 일본 신화 특유의 분위기가 저자에 의해 반영된 것일지도 모르지요.

 

  마르크스와 자본주의도 주요한 화두였습니다. 다소 로맨티스트(?)로 나온 마르크스의 모습에 저는 본디 알고 있던 지식과의 상당한 갭을 느꼈습니다만, 마르크스가 말하는 사랑이 증여의 원리를 가리키고 있다는 데서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자본주의를 바라보았던 마르크스의 시선,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 건설과 그 실패에 대하여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눈 말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어떻게 증여의 원리에 닿을 것인가 하는 것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대안 화폐 의 메커니즘에 관한 이야기, ‘장인과 공방의 이야기 등 우리 주변에 대해 말을 나눈 뒤 현대 사회 안에서 이룩해나가는 증여의 원리와 자본주의 사회의 붕괴 뒤에 이룩해나가는 증여의 원리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대 사회는 곧 자본주의 사회이고, 우리는 그 현대 사회에 직접 전쟁을 선포할 게 아니라 주류 사회는 그저 주류 사회로 놓아두고 우리가 그 외부에서 활동한다면 언젠가 자연히 변화는 오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가 끝났습니다. 다양한 신화와 전설을 활용하면서 형이상학적 전개를 즐겨 쓰는 나카자와 신이치 특유의 화법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걸렸지만, 독특한 시선에서 증여론을 바라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어느 정도 나카자와 신이치에 익숙해졌으니, 다음 대칭성 인류학에서는 보다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다음 발제는 상현이었죠? 다음 시간에 만나요. 아, 그리고 다음 시간에는 저녁 7시에 만나요.

 

P.S. 고은 쾌유 기원! 다만, 저번 후기는 올릴 것.

댓글 2
  • 2013-10-04 16:48

    수고했어! 대칭성 인류학에서는 얘기할게 더 많을 것 같은 느낌이야
    많은 의견을 나눠봅시다

  • 2013-10-07 22:03

    상현오빠 후기가 올라오지 않았으니 여기에!

    유정언니, 언니 삶에 충만한 부유함은 

    삶의 가장 밀접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관계에서 어떻게 행해지고 있나요?

    언니에게 관계의 부유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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