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가족의 종말> 읽었어?(3)

스마일리
2010-10-13 11:33
1807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겸서 아빠,똥파리,청량리, 진성일...

그가 우리에게 꽃이 되기 위해 우리는 그를 무엇이라 불러야하는가?

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청량리, 겸서 아빠를 만났습니다.

 

자동차에 문제 있어서 수리를 해야한다며  문탁 옆 자동차 수리센터에서 기다리시기에 거기 같이 서서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호구조사 먼저.

2남중 장남인 청량리와 1녀1남중 장녀인 곰돌이(청량리 부인)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답니다.

고등학교 다닐때는 존재도 모르던 이들이 같은 대학 신입 동창회에서 만났고,

그냥 그런 동창생으로 몇년을 지내다가 애인이 되고 결혼을 했다네요.

그냥 동창에서 애인으로 어떤 계기로 관계가 변하게 되었는지 물었지만  모르겠다, 특별한 계기는 없다 하시는군요.

 

그리고 바로  청량리와 똥파리의 의미를 물었습니다.

'겸서야 놀자'에서 본인을 똥파리라 하는데 워낙 산만하게 여기저기 다니는 모습이

파리가  날아다니는 것같아 보인다고 부부 사이에 부르게된 별칭이랍니다.

청량리는 좀더 철학적인 의미를 지니는데

문탁에서 같이한 니체 세미나를 하면서 니체에 푹 빠져 지내셨던 모양.

니체의 핵심 사상 중 '영혼의 회귀'에 관해 곰곰히 생각하던 중

본인은 아직 거기까지는 도착하지 못 했으나 가고 있는 중이라 생각

회귀,회기 유사발음에 착안 1호선 회기 역 바로 전 전철역인 청량리를 별칭으로 정했다고 설명하십니다.

청량리,회기, 니체라니...

이왕 이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아들 겸서 이름은 어떻게 지었는지 궁금했지요.

임신중 수유너머 구로에서 공부하던 곰돌이가 고미숙쌤에게 작명을 부탁했으나

아직 그럴 수준이 안된다고 사양하시면서 고미숙쌤은 도담쌤을 추천하시고,

도담쌤이 건네신 몇 이름 중 겸서가 선택되었답니다.

겸서는 니체에서 출발, 청량리라는 이름을 지은 그 반짝반짝하는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다른이에게 부탁해 받은 이름이라니 기대와는  좀 다르군요.

 

개인사 듣는게 더 재미있기는  하지만, 책이야기도 해야하고, 문탁관련 이야기도 해야한다는  혼자 생각에

'우리가 알던 가족의 종말'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자동차 수리센터 앞에서 서다 앉다 진행되던 이야기는 문탁 안으로 들어와 공부방에 자리 잡으면서 계속.

 

누구나 알지만 감추려고 했던 부분을 드러내는 글이라 처음에는 가벼운 충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충격은 덜해지고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시네요.

'우리가 알던 가족의 종말'  곧 가족을 끝장내자는 것이 핵심이 아니고, 가족의 재구조화가 핵심이며

그러기 위해 전에 있던 것은 종말을 고해야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해서,

가족에서의 부부의 중요도(상대적으로 자녀의 중요도는 덜하지만) 를 설명하면서

기생적 싱글의 문제도 자녀의 문제가 아닌 부모의 문제라고 하십니다.

마침 그날이 월요 세미나에서 그책을 다루는 날이라 에세이를 써왔다며 읽어보라고 주신 글에서

청량리의 생각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글 중 일부를 그대로 옮깁니다.

 

'결국 가족의 재구조화는 부부관계의 재구조화와 같은 말이다. 책에서도 대부분의 경우 중류층의 샐러리맨(아빠)과 전업주부(엄마)의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면 서로 좋아서 만난 부부가 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걸까?

그것은 평화로운 들판에서 왕이 된 토끼의 문제점과 같다.

...서로 잘 맞는 부분을 찾아 만난 것이 부부다. 하지만 서로 잘맞는 부분만 보게되면, 잘 안 맞는 부분은 애써 감추려하며 문제가 발생한다.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진 평화로운(그래서 권태로운) 들판에는 토끼가 왕이다.

하지만  그 토끼는 자기가 토끼인 줄 모른다. 그걸(나를) 알기 위해선 '다른' 존재가 필요하다.

평화로운 가족 안에서는 부부가 드러나질 않는다. 부부에겐 둘 다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어야하지만 그걸 드러내기 위해선

 각자의 특이점이 있어야한다. 샐러리맨과 전업주부에게는 화목한 가족의 공통점은 있으나 샐러리맨으로서의, 전업주부로서의

특이점이 없어서 문제가 된다.

즉, 화목한 가족을  꾸리고자함(공통점)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외에 각자가 하고 싶은 것(특이점)이 없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특이점이 생기면 그것을 위한 노력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

 

생물 선생님인 아내가 먼저 문탁 전신인 공부방에서 공부 시작한 것에 이어 3월부터 육아휴직과 동시에 니체 세미나로 문탁 생활을 시작한 청량리.

니체에 이어 스피노자 강의, 월요 비전 세미나를 하고 있습니다.

문탁의 소개로 이프넷과 문탁웹진에 겸서 육아기를 연재하게 되었고,

역시 문탁의 권유로 토요일 악어떼 서당일도 하게 되었다는군요.

문탁의 말을 너무 잘 듣는거 아니냐, 육아와 여러 일의 병행이 힘들겠다 했더니

문탁을 이용하는게 좋지않냐고 답하는 걸 보니 윈-윈 전략이구나 싶습니다.

청량리도 좋고, 문탁도 좋고.

뿐만 아니라 설계 전공을 살리는 건축과 인문학의 만남, 건축과 문탁 같은 공부를 시작하면 어떨까  덧붙입니다.

(음, 내가 아는 건축과 공돌이들은 이런 류가 아닌데 어디서 이런 훌륭한 공돌이가 나왔을까?)

 

스피노자 강의듣던 때,

문가 뒷자리에서 부부가 번갈아 아기를 안으며 공부하는 걸 보고서

참 좋겠다, 좋은 때다, 훌륭한 젊은이로군 등등이 머릿 속에 왔다갔다 했는데,

청량리 인터뷰 내내 역시 같은 생각이 머릿 속 가득.

참 좋겠다, 좋은 때다, 훌륭한 젊은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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