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21괘 하뢰서합의 '서(噬)'는 '씹는다'는 뜻이고, '합(合)'은 합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서합은 '입안에 들어있는 음식을 씹어서 위와 아래가 합치게 한다'는 의미이다.

괘상을 보면 상구(上九)와 초구(初九)는 위아래 턱의 형상이고, 육이(六二)육삼(六三)육오(六五)는 입안이며  구사(九四)는 그 가운데에 들어있는 음식물이다. 입안에 음식물이 있으면 위아래에 간격이 생긴다.

한 나라와 한 집안은 물론 만사에 이르기까지 화합하지 못하는 까닭은 다 간격이 있어서다. 

이 간격은 친밀해야 할 인간관계가 사악한 자의 이간질에 의해 틈이 벌어져 갈등을 겪는 것을 상징하며, 이 사악한 자를 제거해야 화합할 수 있다고 보고 그 방법으로 "서합은 형통하니 옥사(獄事)를 쓰는 것이 이롭다"고 하여 옥사를 제시한다.

'옥사'는 시비를 판별해 잘못한 자에게 벌을 시행하는 것으로, 명석함을 상징하는 외괘인 이괘(離卦)와 위엄을 상징하는 내괘인 진괘(震卦)로 진위를 규명하고 다스리는 것을 뜻한다.

초구와 상구는 형벌을 받는 자이고 가운데 4개의 효는 형벌을 집행하는 자이다.

"말린 고기를 씹어서 황금을 얻으니, 곧고 위태롭게 여겨야 허물이 없다"는 것은 신중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옥사를 시행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재판관의 자세나 자질, 방식에 의해 재판이 많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형을 집행하는 목적은 형벌보다 민중의 안정을  위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噬嗑 亨 利用獄  명철함으로 시비를 분명하게 살피는 송사가 이롭다. 송사는 진위를 규명하고 다스리는것.

彖曰 이中有物 曰噬嗑 噬嗑而亨 剛柔分 動而明 雷電合而章  柔得中而上行  雖不當位  利用獄也  입안에 물건이 있어 서합이라 한것이니, 깨물어 합하여 형통한 것이다. 강유가 나뉘어져 서로 뒤섞이지 않으니, 밝게 분변하여 옥사를 살피는 근본이 된다. 옥사를 다스리는 도는 강하게만 하면 엄하고 사나움에 손상되고, 유약하면  풀어놓음에 잘못된다. 유가 중을 얻어 위로가니, 옥사를 쓰는데 이롭다.  

象曰 雷電噬嗑  先王以明罰勅法  번개는 밝고 우레는 위엄이 있다. 그 밝음과 위엄을 본받아 형벌을 밝히고 법령을 신칙하였으니, 법은 사리를 밝혀 미리 방비하는 것이다. 

初九 屨校 滅趾 无咎 초구는 발에 차꼬를 채워 발을 상하게 하니, 허물이 없다. 나쁜 버릇을 미리 고친다.

六二 噬膚 滅鼻 无咎 육이는 살을 깨물되 코가 <푹 들어가> 없어지게 함이니, 허물이 없다. 우유부단하면 안됨을 보여준다.

六三 噬腊肉 遇毒 小吝 无咎 포고기를 씹다가 독을 만났으니, 조금 부끄러우나 허물은 없다. 음의 자질로 양의 위치에 자리했으므로 처한 자리가 마땅하지 않아 순조로운 재판이 조금 어렵고 부끄럽지만 무구함을 말한다.

九四 噬乾자 得金矢 利艱貞 吉 뼈에 붙은 마른고기를 씹어 금속과 화살을 얻으나, 어렵고 곧게함이 이로우니, 길하라라.

 강직함과 강함으로 재판을 이끌어 네 효중 유일하게 양이고 길하다. 그럼에도 어려워할 줄 알라고 경계하였다.

六五 噬乾肉 得黃金 貞厲 无咎 마른고기를 씹어 황금을 얻었으니, 곧고 위태롭게 여기면 허물이 없으리라

上九 何校 滅耳 凶  목에 형틀을 채워 귀를 없어지게 하였으니 흉하다

수업을 한 지 한참이 지나 그 때의 이야기는 가물가물 해서 복습을 겸한 후기가 되었습니다.

3월에 시작한 세미나는 이제 발표만 남았네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매일 아침 '주역'점을 보았다는 글에, 잠깐의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주역'은 어려운 한자와 해석의 난해함으로 정신이 없었긴 했지만, 훌륭한 길잡이님들 덕분에 어려운 책인데 재미도 있었고, 같이 공부하는 즐거움과 뿌듯함도 있었어요.

수업을 해보니 주역은 점을 친다는 것보다 '통찰'이며 '지혜'라는 걸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