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은 크리에이티브 주역의 마지막 세미나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좀 알겠다, 싶어졌더니만 세미나가 끝났네요! 상권도 끝났구요!

이번 세미나시간에도 둥글레쌤의 다리 부상을 다함께 걱정하며 파지사유에서 세미나를 진행했어요.

세미나가 시작하기 전에 구름쌤이 <함께 살 수 있을까> 출간을 축하해주신다며 사오신 케이크를 불었답니다!

한 마디 하라고 하셨는데 도저히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너무 황송해서요ㅜㅜ...

구름쌤이 저한테 비건 케익이 아니라고 초만 불고 먹지 말라고 하셨는데, 야무지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ㅎㅎ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덕분에 정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힝구..ㅜㅜ

^ 구름쌤이 선물해주신 케익! 다같이 나눠먹었어요 :]

이번 시간에 발제는 경덕님과 저였답니다. 경덕님은 중수감괘, 저는 중화리괘였어요.

감괘는 물의 형상 그 자체, 리괘는 불의 형상 그 자체라고 하더라구요.

리괘는 붙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 '붙는다'가 뭘까하는 이야기를 세미나에서 제일 먼저 나눴습니다.

저는 붙는다는 단어의 반대 단어인 '망동'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더 이해가 잘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망동한다는 건 몸과 생각이 현실에 붙지 않고 자꾸 어딘가 뜨는 거잖아요. 붙는다는 건 어딘가를 ground로 여긴다는 거겠지요?

단전에 세상 모든 만물이 어딘가에 붙어있다는 말도 인상 깊었어요. 

만약 붙지 못한다면, 망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공황장애더라고요.

비행기를 탄다는 생각을 하면 저는 좀 무섭거든요. 실제로 타면 이착륙 시에만 좀 무서워하는 정도라 공황장애까지는 아닌데요.

여튼 비행기 타는 게 왜 무섭냐면, 제 발이 땅에 붙어있지 않다는 게 너무 이상하고 어쩔줄을 모르겠는 거예요.

ground가 사라진 상태랄까? 이게 어떤 면에서는 심연...하고도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끝없이 추락할 수 있는 상태인 거죠.

공황장애도 보통 현실에 붙어 있지 못할 때 발생하곤 하잖아요. 어디도 ground로 삼을 수 없으니 구분도 판단도 불가능한 거죠.

둥글레쌤은 <숲은 생각한다>에서 저자가 공황 장애를 극복한 장면을 떠올렸어요.

자누리쌤은 퍼스 이야기를 하면서, 뭔가... 설명해주셨는데... 제가 잘 몰라서... 여튼 어떻게 보면 퍼스의 grounding으로 볼 수도 있다는 얘기였어요.

우리는 누가나 다 아는 것이 있지요. 나무가 쓰러지면 새도 날아가고, 사람도 도망가고요. 그게 불가능한 게 grounding 되지 않은 상황인 것 같아요.

여기서 조금더 추론해보면, 문명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보통 문명하면 추상적인, 어떤 고도의 발달한 어쩌구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문명-불-중수리괘에 따르면 문명은 어딘가에 붙어서 생기는 것이지요.

그 외에도 자누리쌤은 문명에 대한 해석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하셨는데요. 저는 그 부분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가령 중수리괘에서 리괘가 중복되어 나오는 모습을 보고 정이천은 낱개 두 개가 아니라 이어지는 것이다, 라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자누리쌤은 문명이라는 것이 밝음이 이어지는 거라고 보셨어요. 졌다가, 그렇지만 또 곧 뜨는 그런 밝음이 매일 매일 이어지는 것이요.

이번엔 이렇게 어영부영 상권을 끝내지만, 주역을 꼭 다시 읽어보고 싶어요. 이번엔 읽기에 급급해서 정리를 하나도 못 했거든요.

다음엔 저만의 주역 노트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괘마다, 효마다 이야기해볼 거리가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다음에도 또 같이 계속 주역 공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