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학교 <형이상학 논고> 첫번째 시간 후기

세션
2023-11-03 22:49
292

  비록 탕아(정군샘 표현, 받아들이는 걸로)이긴 하지만, 어쨌든 돌아왔으니 후기도 계속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그냥 쓰던대로 쓸까 합니다. 요즘 가장 눈에 띄는 나무는 마가목입니다. 붉게 물든 잎이 아직 붙어있는 것들도 있지만, 잎은 다 떨어지고 빨간 열매만 남은 마가목도 제법 있습니다. ‘빨간 열매’의 나무가 한둘은 아니지만… 마가목은 계절이 바뀜에 따라 녹색 노랑 주황 빨강으로 이어지는 열매 색깔의 변화가 뚜렷해서 잎이나 꽃보다 열매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 나무입니다. 철학학교는 11월, 이 마가목의 빨간 열매와 함께 라이프니츠를 읽고 있습니다. 지난주까지 개론서로 시간을 충분히 낭비한 후 (농담 같은 진담입니다ㅋㅋㅋ) 드디어 원전 <형이상학 논고>를 시작했습니다. 호수샘을 제외한 모든 샘들이 오셨고요.  전날은 호수샘이 오시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 셈나가 9시42분에 끝나는 기적을 이룬 건 순전히 ‘호수샘’ 때문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물론 전 11시에 끝나더라도 당연히 ‘호수샘이 계신 셈나’를 선택합니다. (아이 x... 플러팅)

 

  이번 셈나는 진도상 내용은 별로 없습니다. 11절까지 읽었는데 7절까진 요요샘 말씀대로 ‘신에 대하여’이고 8-11절에 완전 개체 개념, 개체적 실체, 실체적 형상에 대한 내용이 맛보기로 조금 나옵니다. 호수샘도 안 계시고 분량도 적고 해서 질문도 평소보단 적었습니다. 철학학교는 전통적으로 모두들 셈나 내용을 어이가 없을정도로 열렬히^^ 요약하는 분위기이니... 계속 딴소리를(만을) 하고싶지만 전통을 조금만 따라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질문의 주제는 크게 3부분으로 나뉘어집니다. 첫번째는 라이프니츠 철학에서의 신, 두번째는 완전 개체 개념의 의미, 세번쨰는 실체적 형상의 도입 배경입니다.

  파트1 부분은 사실 전 대충 휘리릭 읽고 말았는데 생각보단 질문이 많았습니다. 그 중 요요샘이 질문하신 <선의 규칙과 신의 관계>와 세븐샘이 질문하신 <기적과 악에 대한 라이프니츠의 논리의 자의성>에 대해 다소 오래 이야기했습니다. 기록을 들어보신다면 다 아시겠지만 1, 요요샘의 질문은 신의 의지와 지성이 어떻게 다른지로 바꿔 물을 수도 있었는데요, 요요샘은 의지는 선행하는 무언가가 필요한지라 제1원리가 될 수 없고 지성은 그 자체로 신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말씀하셨고, 정군샘은 애초 최초의 원인인 신에게 의지/지성이 과연 구분될 수 있는지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2, 기적에 대한 라이프니츠의 논리가 과연 설득력을 갖는지에 대해서는ㅡ 기적 역시 신의 지성의 법칙에 의한 것이라는 라이프니츠 논리의 일관성과,  또한 기적을 긍정하고 있는 라이프니츠에 대해 딱히 반박할 수 있는 증거의 부재로 보아 라이프니츠의 다소 조야해 보이는 논리라 하더라도  그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여러 샘들의 합의된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파트2에서는 저와 요요샘, 가마솥샘 등등,  완전 개체 개념과 개체적 실체에서 ‘식별불가능한 것의 동일성 원리’에 기반한 몇몇 질문이 있었고요, 이 내용은 뒤에 좀 더 자세히 나올 테니 다음 후기 쓰시는 분이 정리해 주실 겁니다. 파트3에서는 실체적 형상이 도입된 배경에 대해 세븐샘이 질문해 주셨는데요, 대체로 다들 아시듯 물리적 현상의 이면에 그보다 앞선 형상 원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정도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요요샘)  더 길게 이야기하고 싶으신 내용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추가 토론....은 좀 심하겠죠?ㅎ

 

  우리 셈나 회원분들은 다들 느끼시겠지만 우리의 질문들에 대한 답변에서 보이는 각 샘들의 해석 방식을 재미로 조금 말씀드리겠습니다. ㅋ요요샘은 교과서적인 정통 해석을, 정군샘은 정통 해석의 이면을 보여주는 비주류 해석을 즐겨 하는 편입니다. 현생 시험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고 싶으시다면 요요샘의 해석을 따르는 것을 추천합니다. 뭐 이왕 말이 나왔으니 농담을 좀 더 한다면 반골기질이 있는 아렘샘은 ‘반항해석’, 우리를 끝없는 혼돈으로 밀어넣는 호수샘은 ‘미궁해석’의 대가들이고요. 무엇보다 특이점의 중심에 있는 사람은 여울아샘인데요, 여울아샘은 누군가 질문을 하면 빛의 속도로 검색해 올려주시는 ‘searching해석’의 본체 그 자체입니다.ㅋㅋ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셈나 시간에 야구를 보며 산만한 듯하지만 전 늘 샘들의 말씀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음을 호소하기 위함입니다. 다른 샘들에 대해서도 모두 이름을 붙여놨지만 그만 하는 걸로.  이번 시즌, 어지러운 모나드론이 기다리고 있지만 행복 세미나 가능한 거죠?

 

댓글 6
  • 2023-11-04 12:15

    공감되고 재밌는 후기 감사합니다~ 저는 라이프니츠와 아르노의 서신을 이제야 앞부분만 읽어봤는데요. 서신교환이 아주 감정적이면서 논리정연한 게 올해 철학학교 책들 중에서 제일 재밌네요.

  • 2023-11-04 19:44

    재선샘! 저는 아르노가 펄쩍 뛴 13절이 다음에 읽을 부분이라 은근 기대하고 있습니다.ㅎㅎ
    과연 우리 세미나에서는 누가 아르노가 되실까요?^^
    이와 관련하여 언제나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세션샘의 재치있는 세미나 회원 캐릭터 분석 재미있네요.^^
    저는.. 뭔가 항변 걑은 걸 하고 싶습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소심하게 속으로만 '교과서적으로 삐뚤어질테닷!' 결심해 봅니다.ㅋㅋ

  • 2023-11-04 20:19

    아... 저도요... 항의합니다. 저는 거의 항상 정설을 먼저 이야기하는 편인데...말이죠. 근데 생각해 보면 제가 비뚫어지는 경우는 대개 ‘세션샘 질문에 답할 때’라는 통찰에 이르렀습니다

  • 2023-11-04 22:18

    아이고.. 저는 아무런 항변 없이 행복 세미나를 위해 함께 노력해보겠습니다 🙏

  • 2023-11-05 08:00

    세션샘,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저는 라이프니츠 입문서로서 이정우샘의 책이 개인적으로는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샘들의 답변 방식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인상적입니다. 세션샘이 언급한 마가목 사진 남깁니다.

  • 2023-11-06 22:14

    긍게 정군샘, 요요샘.
    삐뚫어져야 안타가 되요. 정타는 내외야수애게 잡힙니다.
    긍게 이거슨 세션샘의 대단한 칭찬이다! 라고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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