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철학학교시즌4] 라이프니츠 읽기 [접힘과펼쳐짐] 1주차 후기입니다.

가마솥
2023-10-20 16:06
270

땡땡땡! (행복한)철학학교가 문을 열었습니다!

 

윽, 벌써 7시45분이네? 15분이나 늦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서도 다 읽지 못한 2부, 카오스모스의 과학 부분을 해치우고 있었다. 이런 이론이 어떻게 라이프니츠와 연결되나?하는 짜증 속에서도, 프렉탈, 급변론, 카오스, 모두 들어본 이론들이어서 그것이 철학의 사유과정과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하는 발견으로 재미있게 읽다가 zoom을 켜는 것을 잊었다.

 

첫 질문은 요요님의 질문이다. 데카르트의 실체와 라이프니츠의 실체와 속성, 스피노자의 실체와 속성을 비교하며 서로의 차이/연관성을 찾는 질문이다. 라이프니츠가 데카르트의 실체(정확히는 res extensa)와 원자론, 진공에 대한 생각을 비판하는 점에서 출발한다. 데카르트가 물질적 실체는 곧 물질-공간(res extensa)이라고 하였는데, 라이프니츠는 res extensa는 실체가 될 수 없고 단지 실체의 속성일 뿐이며, 실체는 분할 불가능한 개체여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이다. 이렇게 라이프니츠가 데카르트의 실체는 실은 속성이라고 본 것은 스피노자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또 라이프니츠가 개체적 실체의 내적 힘을 강조하는 것은 확실히 스피노자의 코나투스와 연관성을 갖지 않나? 하는 질문이다. 조금 늦게 참여해서 그런지 대체로 인정하는 논의들이 오간다. 스피노자를 읽었으니 나도 대략 수긍할 수 있다.

근데 가만, 라이프니츠가 스피노자보다 후대 사람인겨? 찾아보니 그렇다. ‘라’씨는 1646 - 1716, ‘스’씨는 1632-1677년이다. 요요님의 질문이 아니었으면, 나는 아직도 스피노자가 라이프니츠보다 더 늦은 사람인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근데 또 이상하다. 첫 질문은 거의 40분 가량 토론하는데, 이렇게 일찍 끝나다니? 지금 이 방이 철학 교실 맞나? 헐레벌떡 들어오다가 다른 방에 있는 것 아녀? 여기는 어디?

 

세션님이 나온다. 저자가 많은 사상가 중에서 라이프니츠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은 이유로 1)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키려는 노력 2) 사유의 내용이 현시점에서 매력적인 점을 꼽고 있다. 그런데 어떤 점에서 라이프니츠 철학의 '현대적 쓸모(유용성)'가 있다는 것인지, 2부에서 죄다 수학/과학적 얘기로 철학이 아닌 인문학적 접근을 잡다하게 늘어 놓는데, - 견강부회(牽强附會)하는 느낌? - 그것이 이유인가? 이와 맥락을 같이해서 왜 라이프니츠를 철학학교 시즌4 세미나의 주제로 잡은 취지가 무엇인지 묻는다. 정군님의 17세기 철학자 중에 읽어 봐야 할 사람같다는 (기아가 가을야구에 못간 이유와 같은) 당황한 답변 뒤에 아렘님이 구원투수로 등장한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구조주의를 배경으로) ‘스피노자 르네상스’와 나란히 ‘라이프니츠 르네상스’가 20세기에 일어난다는데, 그의 사상의 정수는 우리가 읽을(?) ‘형이상학 논고’나 ‘모나드론’ 보다 짧은 라틴어 논문들에 있다니 우짜면 좋은가...하는 비판적 질문과 함께 자구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애를 써가며 원전을 읽으면서 그 속에서 베르그손과 들뢰즈를 읽겠다고 한다. 힘, 접힘, 펼침, 주름, 강도, 특이점 등등의 개념이 나올테니, 아렘님의 지적에 살짝 이해가 되고, 정군님이 ‘라’씨를 선택한 이유도 짐작된다. 또 아렘님은 저자가 스스로 말한 것처럼 이 책의 2부는 쓸데없이 옆으로 많이 나간 부분이라고 일축한다.

하! 질문과 답변들을 보니 철학교실 맞네. 다른 방이 아니네......ㅎㅎㅎ

 

재선님은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세계관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세계관이 대립되어 기술되는 면에서 기계론(mechanism)이라는 용어를 데카르트가 직접 사용한 것인지, 후대에 붙여진 것인지 묻는다. 기계론이나 목적론은 후대의 학자들의 분류임에는 맞지만 데카르트의 저서에 기계(mechani-)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는 사실에서 그렇게 분류되는 것이 무난함이 이야기 된다.

 

세븐님은 라이프니츠 철학에 대한 비판 지점 중 하나는 물리학 또는 철학의 문제를 '신학적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을 들고 그의 철학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라이프니츠가 공직자(외교관)로서 공적답변서(?)를 제공함에 있어서 신을 끌어 들여야만 하는 여건과 함께, 이 책의 저자가 라이프니츠의 철학을 읽을 때 그의 결정론적인 사상을 빼고 읽었을 때의 현대적(?)인 사고체계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 토론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해석인지, 라이프니츠의 논거인지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특히 결정론-이제야 이해가 된다.

 

여울아님은 과학공부를 해온 맥락에서 진공에 대해서 질문한다. 뉴턴이 진공이 있다고 한 이유는 먼저 시간과 공간이 전제된 후에 물체가 논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공의 존재여부는 물체와 공간의 선후 관계를 살펴보는 것이 핵심인데, 저자는 데카르트와 라이프니츠에게는 사물과 공간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스피노자도 데카르트나 라이프니츠와 마찬가지로 "진공은 없다"고 했을 때, 물체와 공간의 선후 문제에 관한 스피노자의 주장은 무엇인지 묻는다. 내 생각에는 스피노자라면 진공문제를 ‘물체와 공간의 선후 문제’가 아닌, ‘분할문제’로 말했을 것 같다. 즉, 스피노자는 동일한 속성의 여러 실체는 없다(정리 5)면서 수적 구별은 결코 실재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수적 구별은 분할인데, 분할은 양태에서만 일어나며, 오직 양태만이 분할된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진공이란 사물이 없는 공간이라는 말인데, 있는 것과 수적으로 구별되는 것은 실재적이지 않다. 따라서 진공은 없다고 말이다.  저자는 과학계에서 반물질이 발견되면서 진공이 없다고 한다. 아렘님의 힉스 이애기도 첨가되고......

 

이제 스르륵님, 호수님, 진달래님, 요요님, 세븐님 그리고 내가 질문했던 라이프니츠의 ‘힘’에 대해서 토론한다. 라이프니츠는 힘의 종류를 4가지로 설명한다. 형이상학적 힘을 본래적 힘, 자연철학적 힘을 파생적인 힘, 형상의 힘을 능동적인 힘, 질료의 힘을 수동적인 힘으로 구분한다. 그 중에서 본래적-능동적 힘인 형이상학적 힘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는 영혼=힘=실체적 형상=완성태 등으로 표현하는데 그렇게 등치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요요님), 데카르트가 운동량을 연장과 변화만으로 설명함으로써 물체를 형이상학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는데, 사실 중요한 것은 운동량이 아니라 힘이고 이 둘은 다르기 때문에 다시 형이상학적 설명이 필요해졌다는 논리 이유(호수님),  힘이라는 것이 운동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것이 실체라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진달래님), 그리고 4가지 힘의 자세한 개념(스르륵님)이 질문되었다.

항상 서문을 읽으면서 본문까지 질문하는 우리 철학학교 학생들의 영민함(!)이 발현되는 장면이다. 라이프니츠의 본서를 읽어 가면서 해결해야 할 질문으로 생각된다. 그의 주름과 펼침의 생각(세븐님)이 들뢰즈를 읽었을 때의 4가지(?) 주름 이야기, 그것도 밖주름으로 펼쳐지면서도 안주름을 품고 있다는 말(요요님)이 여기서 출발하였다는 점을 발견하여 반가웠고 더욱 그의 논고가 궁금해 진다.

 

아렘님은 저자의 문장, “결국 생성에서 출발하되 동일성들의 ‘형성’/’발생’을 설명해 주어야 하고, 동일성에서 출발하되 그 현상적인 생성을 설명해 주어야 한다. 문제는 두 관점에 있어서의 우선순위이다. 철학사적으로 말해, 세계에 대한 인식이란 결국 플라톤과 베르그손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이루어진다고도 볼 수 있다. 과학적 사유란 결국 플라톤적 본질주의와 베르그손적인 생성존재론(우발성의 철학) 사이에서 구체적 인식들을 해명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에서 저자는 왜 유물론을 폄훼(?)하는지를 물었지만, 나는 라이프니츠를 읽으면서 베르그손과 들뢰즈를 찾아 보겠다는 아렘님의 말에 흐미~진진해진다.

댓글 10
  • 2023-10-20 18:25

    후기를 너무 흐미~진진하게 쓰셨네요^^

  • 2023-10-20 19:23

    진정 라이프니츠가 말하는 것이 무엇일지, 라이프니츠의 글을 얼른 읽어보고 싶어지는 해설서인 것 같습니다.ㅎㅎㅎ

  • 2023-10-20 19:31

    진공문제를 분할문제로 흐미진진하게 풀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 2023-10-20 19:46

    앗 세미나 교재보다도 알차고 재미난 후기 감사합니다 😊

  • 2023-10-20 20:07

    한 편의 단편소설을 읽은 것같은 흐미~ 진진한 후기 멋집니다. 발제와 논의된 내용들이 구슬이 꿰어지듯 술술 연결되네요. 알찬 후기 감사합니다. ^ ^

  • 2023-10-20 21:07

    틀리지 않은 유행예감 흐미-진진, 그야말로 유행어 제조기시로군요 ㅋㅋㅋ
    저도 사실 아차 싶었던 후기 어거지를 이렇게 훌륭하게 받아주시니, 제가 급할 때마다 어거지를 안 부릴 수가 없어요. 전부 가마솥샘 탓 ㅋㅋㅋ
    세미나가 다시 시작된 기분이 한껏 듭니다요 ^^

  • 2023-10-21 10:57

    튜터가 아차하고, 전교 꼴찌가 징징거린 난감한 후기를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멋지게 정리해주신 전교 일등님께 감사드립니다!

  • 2023-10-22 01:22

    이해와 오해 사이로 난 아슬아슬하고 흐미진진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제 진심을 이야기하자면… 저자처럼 라이프니츠를 읽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는 것이고 또한 그리 읽을 능력도 없으니… 주제파악하고 자구하나하나에 애쓰고 힘써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 2023-10-22 10:38

    의외로 저도 귀가 얇은 편인듯. 요요샘이 알려주시지 않았으면 어영부영하다 이번 시즌도 걍 까맣게 잊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돌아와보니 여전히 썜들은 곱고 천사같고(제 기준 제 느낌ㅋ) 확 반갑더라구요. 가마솥샘은 기억안나신다더니 이리 잘 정리하시다니...셈나 안왔어도 될 뻔했어요^^ 말로만 듣던 모나드, 이번 시즌 드뎌 만나겠네요.

  • 2023-10-22 22:36

    직전 세미나가 막판에 조금 지쳤었는데 분명 날씨 때문이었던 것 같네요~ 여전히 무슨 말인지 아리송하지만 쌀쌀해지니 철학하기 좋습니다 ㅎㅎ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786
[2023철학학교시즌4] 라이프니츠 읽기 [모나드론] 마지막 후기 (9)
스르륵 | 2023.12.10 | 조회 300
스르륵 2023.12.10 300
785
[2024 철학학교] 칸트의 비판 철학 읽기 – 비판하는 인간의 탄생 (17)
정군 | 2023.12.06 | 조회 1811
정군 2023.12.06 1811
784
[2023철학학교시즌4] 라이프니츠 읽기 [모나드론] 2주차 후기 (8)
호수 | 2023.12.01 | 조회 361
호수 2023.12.01 361
783
라이프니츠 <모나드론> 4주차 후기-모나드가 수학적 점이 아닌 이유 (7)
여울아 | 2023.11.26 | 조회 289
여울아 2023.11.26 289
782
[2023철학학교시즌4] 라이프니츠 읽기 [형이상학 논고] 3주차 후기 (5)
세븐 | 2023.11.17 | 조회 332
세븐 2023.11.17 332
781
[2023철학학교시즌4] 라이프니츠 읽기 [형이상학 논고] 3주차 23-끝 질문들 (11)
정군 | 2023.11.15 | 조회 282
정군 2023.11.15 282
780
라이프니츠 <형이상학논고> 12~22절 후기 (6)
아렘 | 2023.11.13 | 조회 366
아렘 2023.11.13 366
779
[철학학교 시즌 4] 라이프니츠 읽기 보너스 - 라이프니츠와 하노버 (5)
가마솥 | 2023.11.08 | 조회 215
가마솥 2023.11.08 215
778
[2023철학학교시즌4] 라이프니츠 읽기 [형이상학 논고] 2주차 12-22 질문들 (13)
정군 | 2023.11.08 | 조회 265
정군 2023.11.08 265
777
철학학교 <형이상학 논고> 첫번째 시간 후기 (6)
세션 | 2023.11.03 | 조회 290
세션 2023.11.03 290
776
[2023철학학교시즌4] 라이프니츠 읽기 [형이상학 논고] 1주차 1-11 질문들 (12)
정군 | 2023.11.01 | 조회 262
정군 2023.11.01 262
775
[2023철학학교시즌4] 라이프니츠 읽기 [접힘과펼쳐짐] 2주차 후기: 누가 한 말입니까? (12)
봄날 | 2023.10.30 | 조회 238
봄날 2023.10.30 238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