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학교 단기세미나] <하버드 중국사 진한> 세 번째 시간 후기

진달래
2023-08-17 04:59
279

"공의(公義)와 사애(私愛)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남편의 부계혈통을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식을 죽이기로 한 여성을 찬미하는 것은 오직 남계의 전승을 통해서만 친족 유대를 정의하는 도덕체계를 섬뜩하게 노정한다."p293

 

"이런 이야기들과 한대의 미술에 묘사된 친족의 구조는 아버지들과 아들들에 의해 형성되는 부계친족이다. 그러나 한대 가국의 지배적 형식인 핵가족은 외부에서 여성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부계친족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는 군본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장치이다. 부인, 인척, 어머니, 계모와의 관계는 하나같이 유일하게 믿을 만한 관계인 부자 사이의 유대를 위협한다...... 여성에 대한 이런 의혹이 얼마나 강했는가는 부계혈통에 대한 충성심을 입증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요구된 자기를 부정하는 극단적 행동에 의해 입증된다. 부계 친족 구성원이 신체를  훼손하거나 자살하는 것은 자신 뿐 아니라 종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죄였다. 그런데 그런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여성이 칭송받는다는 것은 정통 경학사상에서 여성이 차지하고 있던 주변적 지위를 잘 보여준다."p297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큰 장점 중에 하나가 '시각이 다르다'는 점이다. 다른 역사서와 좀 다른 관점에서 기술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신선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7장 친족 부분에서 특히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래도 머리를 약간 갸웃하게 만들었다. 이 장에서 거론되는 여성의 이야기들은 <열녀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너무 텍스트의 맥락에서만 이해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미나에서는 6장 외부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오고갔다. 

특히 나는 중국의 세제 중 역 중에서 군역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늘 중국은 농번기에는 농부였다가 농한기에는 군인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대에 '전민개병제가'가 폐지되었다고 하여 깜짝 놀랐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흉노와의 전쟁이었는데 흉노와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군대가 필요했고 기마술이나 활쏘기의 능력은 단시간에 습득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징집군에서 직업군인으로 점차 바뀌었다고 했다. 

 

"중국의 변경 무역과 정치적 증여를 통해 상당량의 비단이 중앙 아시아의 시장으로 유입되었고 그곳에서 다시 서쪽으로 팔려나갔다. 비단은 신장에서 오늘날의 아프가니스탄과 인도 지역으로 옮겨진 다음 페르시아를 거쳐 최종적으로 로마제국의 동부 속주들에 도착했다.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교역로는 일련의 지역적 교역로들로 이루어졌고 이 길들이 많은 양의 비단을 단계별로 중국에서 로마로까지 운송했던 것이다. 각 중개인은 이 교역로상의 한두 단계 내지 거점만 알고 있었다."P266

 

비단을 지고 길게 사막을 건너는 행단이 모습, 뭐 이런 이미지들 때문인지 어찌보면 위의 글이 너무나 당연한 것임에도 마치 실크로드를 통해 누군가 한 제국에서 로마제국까지 쭉 이어서 갔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서역인들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민족으로 '강족(羌族)'이 등장하는 것도 눈이 갔다. 

내가 알고 있는 강족은 주나라 건국 때 활약한 '강태공'이다. 

가이즈카 시케기의 <중국의 역사, 선진시대>에도 강족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여상(강태공)은 강족 출신이었다. 주의 시조인 후직의 어머니도 강족 출신이고 무왕의 비도 읍강이라고 하는 강족 여인으로 후에 성왕을 낳았다고 하다. 이들 이야기로 미루어 보더라도 희족(주나라 왕실)과 강족은 통혼에 의해 관계를 맺었으므로 은을 토벌하는데 강족은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갑골문에 의하면 강은 항상 은의 공격을 받았고 붙잡힌 강족 사람들은 왕 등의 제사를 지낼 때 희생으로 참수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강족에게 은은 불구대천의 적이었음에 틀림없다. 주는 이 강족과 결합해서 은에 대항하는 힘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태공망은 이 연합세력의 강족 대표자였을지도 모른다." P182

 

강족은 오늘날의 감숙 남부에서 운남에 이르는 중국 서부의 대부분 지역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점차 중국의 영내로 들어와 살기 시작했으며 흉노와 대치하고 있는 한나라 군대에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강족과 한족 사이에 충돌이 빈번하게 있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변방의 문제는 확실히 골치거리였던 것 같다. 워낙에 땅도 넓고 하니....

앞서 전민개병제가 폐지 된 이유 중에 하나로 너무 먼 거리까지 군역을 보낼 수 없었던 것도 있었다. 

그러나 변방으로 밀려드는 이주민(이민족)들과의 갈등, 거기다 점점 커지는 지방관의 권한.... 당나라가 결국 절도사들의 반란으로 망하게 된 것을 보면 이 문제가 쉽지 않은 문제임을 알 수 있다. 

한나라 때 오랑캐라고 하면 서쪽의 흉노와의 관계만 생각했는데 한무제는 사방으로 군대를 보내고 사방의 오랑캐들과 전쟁을 했다.   다음에 언제 기호가 되면 오랑캐의 역사도 한 번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다음 시간이 마지막 시간이다. 그 사이에 입추가 지났다. 역시 절기를 이기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밤바람은 온도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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