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학교 단기세미나] <하버드 중국사 진한> 첫 시간 후기

진달래
2023-08-02 08:41
329

날씨가 영 ~ 공부하기에 좋지 않습니다. 더위도 더위지만 습도가 높으니까 쉽게 지치기도 하고. 

이 더위에, 방학에 굳이 왜 이걸 읽겠다고 했는지 잠깐 후회했지만 그래도 함께 읽으니까 좋은 것 같습니다.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는 다른 역사서들과 다르게 각 권에 주제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 세대에게는 앞선 세대가 겪지 못했던 문제가 있는데 과거에는 없던 너무나 방대한 지식과 구체적인 정보가 현재 넘쳐나는 것이 그 이유이다. 부지런한 역사학자라면 중국에서 출간된 모든 책을 읽을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20여년 전부터는 이러한 일이 어려워졌고 오늘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오히려 우리 세대는 중국의 역사를 특정한 주제에 따라 재조명하여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내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하지만 중국사 전체를 한 권의 책에 담아내는 작업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되었다." - 한국어판 서문 중

 

 먼저 이 책에선 제국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의 하나인 지리(영역의 크기)를 다루고 있다. 

 

 

한 때는 이런 지도를 손으로 그려서 외우기도 했는데... 

이 지도를 보자 자작샘이 마치 일타강사처럼 짠하고 나와 '꼭 알아두어야 할 포인트'를 집어 주었다. 

 

 

이 지도는 루쉰 공부할 때 시험도 봤던 지도이다. 

호북, 호남의 호(湖)가 동정호를 중심으로, 하북, 하남의 하(河)는 황하를 중심으로 나눈 것이라던가. 

이 책은 두 개의 지도를 책머리에 배치해서 지형의 특색을 보면서 현재 중국의 행정구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이런 지도가 아마도 이 책의 특징이 아닐까 한다. 

여기서 주요 강들을 보여주는 것은 이 강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물자를 수송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진한 제국하에서 황하는 인구의 약 90퍼센트를 그 유역에 품고 있는 중화문명의 핵심이었다. 그곳은 산과 언덕에 의해 서북부 지역(오늘날의 감숙과 섬서 북부)과 황토고원지대(섬서, 산서, 하남 서부), 충적평야 지대(하남, 하북 북부, 산동, 안휘 북부, 강소 북부)로 나뉘었다. 이 시기에는 변방에 속했던 양자강의 배수 유역도 자연적으로 세 구역 -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민강 분지(오늘날의 사천) , 양자강 중류(호북, 호남, 강서) 양자강 하류(절강, 안휘 남부, 강소) - 으로 분할되었다. "

 

이런 지리적 요소들인 풍속에 영향을 미치는데, 물리적인 환경이 사람들의 성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진나라의 험준한 지형은 주민들의 성격을 완고하게 만들고 정치는 엄격한 형벌이 시행되도록 한다. 초나라의 탁 트이고 넓은 영토는 사람들의 성격을 유약하게 만든다. 남방 지역 사람들은 태양 화기가 뿜는 독과 뜨거운 기운으로 인해 성격이 급하다. 뭐 이런 식으로 도식화한다. 그리고 이런 류의 이야기는 지금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다면적인 지역 간의 차이는 통일된 한 국가에 바치는 공물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었다는 것이 <우공>과 <순자>의 주제이다."

 

흥미로운 건 '공물'에 대한 해석이었다. 세금의 하나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순자>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나? 다시 읽어야 할 듯^^;;

 

상앙의 변법이 크게 강조되어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인 듯하다. 

또 진나라 성공의 비결로 상앙의 개혁정책과 더불어 범수의 '원교근공(멀리 있는 나라와 사귀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한다)'의 정책을 들고 있는 점도 흥미로웠다. -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지난 학기에 <범수채택열전>도 넣는 건데. 아쉽다. 다들 세미나 하면서 범수가 이렇게 중요한 인물이었다고? 하면서 놀랐다.  

 

"따라서 <상군서>에서 분석되었듯이 전쟁을 위해 조직된 국가에 필요한 조건은 백성의 모든 에너지가 농전에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과 싸워야 할 전쟁과 물리쳐야 할 적이 상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전쟁은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잃기 위해서 즉 에너지와 부를 소비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다기 말해서 그 에너지와 부가 국익보다는 사익을 위해 일할 잘나가는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게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자본주의적 해석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는데, 부족하면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잉여에 의해서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 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긴 했다. 

<상군서>가 관료를 강하게 비판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 <한비자>와 비슷한데 - 법가에 대해서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주는 법의 제정자 역할만 하고 법이 백성에게 반포되고 나면 백성이 상호 감시를 통해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다들 이야기한 것은 '피곤하다'였다. 

'상호감시'라는 단어가 잘 들여다보면 '예치'와 크게 차이가 날까 싶기도 한데, 아마도 서로 감시하고 고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배제한 것이 법가의 가장 큰 문제인 듯하다. 

 

다음 시간에는 5장 농촌사회까지 읽고 만나기로 했다. 

댓글 1
  • 2023-08-03 09:44

    중국 고대지도를 볼 수 있어서 아주 좋았어요.
    자작님의 강 지도도 신박했구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115
[2023고전학교] 사기열전, <일단,죽음만 보아도 너무 극명하지 않은가!> (1)
사마현 | 2023.11.01 | 조회 1031
사마현 2023.11.01 1031
1114
[2023 고전학교] <항우본기> 후기 - 힘은 산을 뽑음 직한데... (4)
곰곰 | 2023.10.16 | 조회 624
곰곰 2023.10.16 624
1113
[2023고전학교]<회음후열전> 후기 (4)
도라지 | 2023.10.10 | 조회 677
도라지 2023.10.10 677
1112
[2023고전학교] 사기열전 <몽염열전> 귀결을 알면서도, 군주의 결점을 보완하는 공명정대한 정치에 힘쓰지 않았다. (2)
사마현 | 2023.09.16 | 조회 1299
사마현 2023.09.16 1299
1111
[2023 고전학교] <이사열전> 후기 (2)
곰곰 | 2023.09.10 | 조회 677
곰곰 2023.09.10 677
1110
[2023고전학교] <진시황본기> 후기 (5)
도라지 | 2023.09.01 | 조회 754
도라지 2023.09.01 754
1109
[2023고전학교] 사마천의 『사기』, '여불위열전' - 후기 (3)
가마솥 | 2023.08.29 | 조회 674
가마솥 2023.08.29 674
1108
[고전학교 단기세미나]<하버드 중국사 진한> 네 번째 시간 후기 (1)
진달래 | 2023.08.23 | 조회 278
진달래 2023.08.23 278
1107
[2023고전학교] 사기열전 시즌 2 첫 시간 공지
진달래 | 2023.08.18 | 조회 306
진달래 2023.08.18 306
1106
[고전학교 단기세미나] <하버드 중국사 진한> 세 번째 시간 후기
진달래 | 2023.08.17 | 조회 279
진달래 2023.08.17 279
1105
[고전학교 단기세미나] <하버드 중국사 진한> 두 번째 시간 후기 (1)
진달래 | 2023.08.09 | 조회 338
진달래 2023.08.09 338
1104
[고전학교 단기세미나] <하버드 중국사 진한> 첫 시간 후기 (1)
진달래 | 2023.08.02 | 조회 329
진달래 2023.08.02 329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