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철학입문] 시즌3 3회차 후기

토용
2023-10-26 21:57
188

짧은 원전을 읽는 시간, 이번 주는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1, 2부를 읽었다.

누구는 귀엽게 읽었다고 했고, 누구는 프랑스어 문장의 난해함 때문에 힘들었다고 하고, 튜터님은 겸손을 가장한 잘난 척 하는 글솜씨라고 했는데(근데 데카르트 정도면 이렇게 써야 한다고 하셨다) 난 신 앞에서 고해성사를 하는 느낌을 받았다. 한마디로 철학책 같지 않았다는 말이다. 튜터님은 논증의 방식으로 쓴 것이 아니라서 철학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하셨는데, 뭐 아무렴은 어때, ‘모든 세미나에서 만나는 책과 저자들을 사랑하라’가 신조인 난 재밌게 읽었다.

 

데카르트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동등하게 가지고 있다는 상식=이성을 말한다. 이 이성은 ‘잘 판단하는 그리고 거짓된 것에서 진실된 것을 가려내는 역량’이다. 그리고 이 이성의 존재 여부가 인간과 짐승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이성을 가진 인간은 정도차가 있을 뿐 본성상의 차이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면 진리에 이를 수 있다.

 

데카르트는 스스로 공부하는 길을 택했다. 그는 ‘흔치 않은 것으로 평가하는 학문들을 다룬 책들을 손에 닿는 대로 편력했다’고 했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정규 교과목 외에 폭넓게 ‘스스로’ 공부하여 새로운 지식을 습득한 것이다. 대학에서 스승의 가르침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서 이제는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것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쇄물들과 연관이 깊다. 교수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책을 통해서 얼마든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데카르트는 ‘겸손하게’ 자신의 계획을 밝힌다. 각자 가진 이성을 잘 이끄는 데에 필요한 방법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했던 노력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데카르트는 당시 축적된 지식에 의심과 오류가 너무 많고, 스콜라 철학은 논변과 변증술에만 치중을 하여 공허한 말만 늘어놓는다고 비판한다. 그는 예수회 계열의 명문 라플레슈 학교에서 8년 동안 스콜라 철학을 공부했다. 그렇기 때문에 스콜라 철학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전 철학자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훌륭하지만 근거가 없으니 지식의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이고, 편견을 갖지 않고 의심해보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성을 힘이 닿는 대로 사용해서 철학에 어떤 원리들을 세우는데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이 세상이라는 거대한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학문을 찾고’, ‘거짓된 것에서 진실된 것을 가려내는 것을 배우려는 욕망’으로 ‘확실한 지식’의 토대를 찾겠다!

 

데카르트는 자신이 만든 ‘방법’으로 지식을 서서히 증가시켰다고 말한다. 이 방법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고 정신을 고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데카르트가 논리학, 해석기하학, 대수학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방법’은 지금 시각으로 보면 그다지 특별해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데카르트 이후 학문이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데카르트의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고 하니 끼친 영향이 매우 컸다고 할 수 있다. 방법은 네 가지이다. 첫째, 선입견을 갖지 않는다. “판단중지” 둘째, 분석한다. “분석” 셋째, 단순에서 복잡으로 단계식으로 올라간다. “종합” 넷째, 검사한다. “매거” 즉 선입견을 갖지 않고 쪼개고 분석해서 종합한 다음 검토한다.

 

이전 시대의 철학과 다른 새로운 철학, 즉 근대철학의 탄생에 데카르트가 있었다.

 

 

 

댓글 5
  • 2023-10-28 11:20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저는 읽어나가기 힘들어 죽겠는데 ㅠ... 놀랍습니다. 제 뇌는 작동이 잘 안 되나 봅니다 ㅠ
    토용샘, 존경스럽습니다!~

    • 2023-10-28 14:18

      이 재미가 그 재미가 아닌거 아시잖아요오오오 ㅋㅋㅋ 재밌다, 재밌다 세뇌하면서 읽는거랍니다^^

  • 2023-10-28 11:51

    지난주 복습 총정리 했습니다.

  • 2023-10-28 13:49

    소리 내지 않고 속으로 글을 읽는 ’묵독’의 방식이 인간의 내면을 만들었다는 글을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요. 스승에게 배우는 방식이 아닌 ‘스스로 공부하는 길을 택한 데카르트’가 ‘코기토’를 진리의 토대로 삼게 된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 2023-10-28 15:45

    지난 주 했던 게 좀 복기되네요. 우후~ 쌈빡한 후기, 넘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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