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의 암 이야기2> 항암'산'을 넘다

문탁
2023-04-18 14:09
188

 

 

 

 

 

 

 

노라

얼마나 놀기 좋아하면...ㅎㅎ..

문탁의 터줏대감이다. 모르는게 있으면 나에게^^

 

 

 

 

 

3기에 걸맞게 나의 암 사이즈는 7.5센티였다.(보통 1,2기는 1,2센티) 게다가 암세포는 왼쪽 림프절까지 많이 침범하였다. 늦어도 많이 늦었다! 쇄골조직검사를 하러 갔는데 연세 지긋하신 의사 샘이 초음파를 여러 번 보시더니 조직검사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그날 나는 남편에게 처음 칭찬을 받았다. 만약 암세포가 쇄골이나 다른 장기까지 옮겨갔으면 4기인데 그것은 끝없는 항암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난 84차까지 항암을 하는 환자를 봤는데 그건 5년 가까이 항암제를 맞았다는 뜻이다. 저절로 감사의 인사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검사하는 내내 병원에 있는 의사들에게 내 가슴을 보여줬다. 처음엔 여의사를 찾아 헤매더니 이제 부끄럽다는 생각은 간데없이 아무에게나 즉각즉각 보여줬다. 하루 종일 내가 보시를 하고 다녔다고 했더니 친구들이 그게 과연 보시였는지 의심해보라고 했다.

 

 

유방암은 크게 4종류로 나뉜다. 조직검사에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양성과 HER2 양성이 나왔다. 여성호르몬과 HER2유전자로 인해 내 암이 자란다는 뜻이다. 요즘엔 유방암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기에 각 원인에 따른 치료법과 새로운 항암제가 많이 나와 있다. 내가 받아야 하는 표준치료는 3주 간격으로 선항암 6차, 수술, 방사선 19차, 후항암 12차로 총 14개월 동안 진행된다. 게다가 5년 동안 호르몬 억제약도 먹어야 한다. 긴 치료이기에 가깝고 좋은 병원의 선택이 제일 중요하다. 서울 메이저 병원으로 가야 하나 본인이 사는 곳에 있는 병원을 가야하나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표준치료는 모든 병원이 다 똑같다! 난 가까이 좋은 병원이 있어서 큰 고민이 없었다. 내 생각엔 초기인 경우는 가까운 병원, 3,4기인 경우는 큰 병원이 좋겠다. 큰 병원은 새로운 항암제에 대한 임상실험이 많고, 부작용에 대한 응급처치가 즉각 진행되기 때문이다.

 

 

나처럼 암세포가 크면 독한 항암제로 일단 사이즈를 줄이고 수술을 한다. 모든 과정 중에서 항암이 제일 힘들다. 그래서 ‘항암산을 오른다’고 말한다. 집안어른들의 항암과정을 지켜본 적이 있는 나는 그 과정이 어떤지 알고 있었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그리고 잘 먹어야 한다! 잘 먹어야 항암제로 손상당한 세포들이 다시 잘 자랄 수 있다. 첫 항암은 4병의 약을 8시간 맞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슬픈 일은 몸무게에 따라 항암제 양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비용이 청구된다는 것이다. (난 다른 사람에 비해 좀 더 비쌌게 맞았다 ㅠㅠ) 3주에 한 번씩 항암제를 맞으면 1주일은 거의 죽음이고, 2주째 조금 나아졌다가, 3주째는 몸이 회복된다. 1,2주 때는 정말 먹기가 힘들다. 마치 입덧을 할 때처럼 모든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 그나마 친구들이 보내준 물김치와 죽들이 깔깔한 목에 간신히 넘어갔다. 그리고 남편이 매일 만들어 준 쉐이크! 쉐이크는 비싸서 평소에 잘 못 사먹던 고급음료였다. 난 고구마 쉐이크, 딸기 쉐이크, 단호박 쉐이크를 먹으며 버텼다. 쉐이크의 달인이 된 남편은 어느 날 삶은 달걀 쉐이크를 만들어 주었는데, 그 날 이후 난 쉐이크를 딱 끊었다!

 

 

 

 

 

 

항암제를 맞은 후엔 엄청 많은 종류의 약 꾸러미를 받는다. 부작용 방지약이다. 증상이 오기 전부터 부지런히 먹어야 한다. 나는 책에 나오는 부작용을 빠짐없이 경험하였다. 구토, 변비, 설사, 구내염, 멈추지 않는 코피, 관절통, 어지러움, 불면증,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있는 손발 저림! 독한 항암약으로 인해 말초신경들이 손상을 많이 받아 밤새 시리고 저려서 잠을 못 잔다. 여름에도 수면양말을 신었다 벗었다 할 정도이다. 첫 항암부터 며칠 후에 어떤 부작용이 오는지 수첩에 적어두었다. 그래야 그 다음 차수 항암에서 주기적으로 오는 통증을 미리미리 준비할 수 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불면증과 우울증! 특히 가족들이 다 잠든 밤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통증과 남겨진 가족에 대한 걱정으로 울음이 저절로 나온다. 난 원래 우울증과 거리가 멀었다. (어쩌면 조증에 가까운) 그런 나도 투병 중에는 우울해졌다. 끝없는 항암통증은 그냥 모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래서 몸이 나아지는 3주차에는 밖으로 나가 친구들을 만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탈모! 첫 번째 항암제 투약 후 2주일 안에 머리가 뭉텅뭉텅 빠졌다. 그래서 환우들은 빠지기 시작할 때 머리를 밀곤 한다. 마치 반지의 제왕 ‘골룸’처럼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남는 것은 누구나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자녀들 ㅠㅠ) 머리는 단번에 빠지지 않기에 조심해야 한다. 머리를 다 민 후에도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샤프심이 떨어진다’고 표현하는데 따끔따끔 침대와 옷 속에서 찔러댄다. 인모가발은 몇 백만 원이 넘는데 가격에 비해 만족도는 높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부분 가발을 여러 개 사서 쓰는 환우들도 많다. 난 머리를 밀지 않았다! 집에서는 비니도 쓰지 않고, 가발도 사지 않고 그냥 ‘골룸’처럼 살았다. 외출 시에는 모자를 쓰고 군데군데 남아 있는 머리카락을 모자 밖으로 빼어내어 마치 환자가 아닌 듯 꾸미고 다녔다. (그러나 그 시절 사진을 보니 탈모인지 누구나 알았을 듯) 평생 샀던 모자보다 더 많은 모자 선물을 받았다. 간혹 모자를 쓰는 걸 잊고 차에서 내려 주위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던 적도 많았다.

 

 

 

남편은 항암산을 잘 넘고 내려온 나에게 말했다. ‘살집이 있었기에 암에 걸렸고 살집이 있었기에 항암을 잘 이겨냈다’라고. 근데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 했다.

이제 가장 재미있었던 ‘수술이야기!’ 다음번에 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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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의 암 이야기는, 일리치약국 뉴스레터 <건강한달>에  2022년7월부터 6개월간 연재되었습니다.

이제 여기 홈페이지 <자기돌봄의 기술>에 Re-Play 합니다.

 

 

1편: "우리 엄마 아미래"  https://moontaknet.com/?page_id=14957&uid=38860&mod=document

2편: 항암'산'을 넘다 

3편: 수술이 가장 쉬었어요 https://moontaknet.com/?page_id=14957&uid=38869&mod=document&pageid=1

4편: 방심하면 안 되는 방사선 치료 https://moontaknet.com/?page_id=14957&uid=38870&mod=document&pageid=1

5편: 돈 많이 든 '재활치료' https://moontaknet.com/?page_id=14957&uid=38871&mod=document&pageid=1

6편: 사람이 아주 겸손해질 때 https://moontaknet.com/?page_id=14957&uid=38872&mod=docu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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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일기
              노라 얼마나 놀기 좋아하면...ㅎㅎ.. 문탁의 터줏대감이다. 모르는게 있으면 나에게^^           3기에 걸맞게 나의 암 사이즈는 7.5센티였다.(보통 1,2기는 1,2센티) 게다가 암세포는 왼쪽 림프절까지 많이 침범하였다. 늦어도 많이 늦었다! 쇄골조직검사를 하러 갔는데 연세 지긋하신 의사 샘이 초음파를 여러 번 보시더니 조직검사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그날 나는 남편에게 처음 칭찬을 받았다. 만약 암세포가 쇄골이나 다른 장기까지 옮겨갔으면 4기인데 그것은 끝없는 항암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난 84차까지 항암을 하는 환자를 봤는데 그건 5년 가까이 항암제를 맞았다는 뜻이다. 저절로 감사의 인사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검사하는 내내 병원에 있는 의사들에게 내 가슴을 보여줬다. 처음엔 여의사를 찾아 헤매더니 이제 부끄럽다는 생각은 간데없이 아무에게나 즉각즉각 보여줬다. 하루 종일 내가 보시를 하고 다녔다고 했더니 친구들이 그게 과연 보시였는지 의심해보라고 했다.     유방암은 크게 4종류로 나뉜다. 조직검사에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양성과 HER2 양성이 나왔다. 여성호르몬과 HER2유전자로 인해 내 암이 자란다는 뜻이다. 요즘엔 유방암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기에 각 원인에 따른 치료법과 새로운 항암제가 많이 나와 있다. 내가 받아야 하는 표준치료는 3주 간격으로 선항암 6차, 수술, 방사선 19차, 후항암 12차로 총 14개월 동안 진행된다. 게다가 5년 동안 호르몬 억제약도 먹어야 한다. 긴 치료이기에 가깝고 좋은 병원의 선택이 제일 중요하다. 서울 메이저 병원으로 가야 하나 본인이 사는 곳에 있는 병원을 가야하나...
              노라 얼마나 놀기 좋아하면...ㅎㅎ.. 문탁의 터줏대감이다. 모르는게 있으면 나에게^^           3기에 걸맞게 나의 암 사이즈는 7.5센티였다.(보통 1,2기는 1,2센티) 게다가 암세포는 왼쪽 림프절까지 많이 침범하였다. 늦어도 많이 늦었다! 쇄골조직검사를 하러 갔는데 연세 지긋하신 의사 샘이 초음파를 여러 번 보시더니 조직검사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그날 나는 남편에게 처음 칭찬을 받았다. 만약 암세포가 쇄골이나 다른 장기까지 옮겨갔으면 4기인데 그것은 끝없는 항암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난 84차까지 항암을 하는 환자를 봤는데 그건 5년 가까이 항암제를 맞았다는 뜻이다. 저절로 감사의 인사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검사하는 내내 병원에 있는 의사들에게 내 가슴을 보여줬다. 처음엔 여의사를 찾아 헤매더니 이제 부끄럽다는 생각은 간데없이 아무에게나 즉각즉각 보여줬다. 하루 종일 내가 보시를 하고 다녔다고 했더니 친구들이 그게 과연 보시였는지 의심해보라고 했다.     유방암은 크게 4종류로 나뉜다. 조직검사에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양성과 HER2 양성이 나왔다. 여성호르몬과 HER2유전자로 인해 내 암이 자란다는 뜻이다. 요즘엔 유방암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기에 각 원인에 따른 치료법과 새로운 항암제가 많이 나와 있다. 내가 받아야 하는 표준치료는 3주 간격으로 선항암 6차, 수술, 방사선 19차, 후항암 12차로 총 14개월 동안 진행된다. 게다가 5년 동안 호르몬 억제약도 먹어야 한다. 긴 치료이기에 가깝고 좋은 병원의 선택이 제일 중요하다. 서울 메이저 병원으로 가야 하나 본인이 사는 곳에 있는 병원을 가야하나...
문탁
2023.04.18 | 조회 188
몸의 일기
                            노라 얼마나 놀기 좋아하면...ㅎㅎ.. 문탁의 터줏대감이다. 모르는게 있으면 나에게^^           정말? 엄마가 암이라는데 저 친구는 왜 웃지? 알고 보니 ‘아미’란 방탄소년단 팬클럽 ‘ARMY’를 말하는 것이란다. 그 이야기에 애들과 같이 웃던 내가 어느 날 암환자가 되었다. 아. 나도 이제 아미다! 암 선고에 밤새워 고민했다. 온갖 인터넷 정보를 찾고 카페커뮤니티를 들락거렸다. 그곳에서 난 위안과 불안을 얻었다. 치료가 끝난 지금도 매일 습관처럼 카페커뮤니티에 들른다. 오늘도 수많은 환자들이 생겼다. 그들은 두려워하고, 원망하고, 고통스러워한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들에게 말한다. “힘내세요! 시간은 금방 흐릅니다.” 내 주변에도 이전에 비해 유방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먼저 투병했기에 그들의 연락을 직접 받기도 하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한다. 나는 이참에 암 선고를 받은 이후의 과정들을 글로 쓰면서 내가 알고 있는 팁들을 친구들과 나누고 싶다.     윤구병 선생님이 방문하셨던 2012년 사진, 당시 문탁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주 출몰했던 노라 딸 채원, 채린     작년(2021년) 1월 나는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 그간 건강검진을 잘 받지 않았던 나는 누구를 원망할 겨를도 없이 온전히 책임을 져야했다. 솔직히 유방암은 내가 걱정하던 병은 아니었다. 난 아이들에게 모유수유도 짧게나마 하였고, 하루 8시간 이상 브레지어를 하면 유방암에 걸린다고 하길래 브레지어를 즐겨하지도 않았으며, 심지어는 갱년기에 필수라고 하는 호르몬약도 먹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노라 얼마나 놀기 좋아하면...ㅎㅎ.. 문탁의 터줏대감이다. 모르는게 있으면 나에게^^           정말? 엄마가 암이라는데 저 친구는 왜 웃지? 알고 보니 ‘아미’란 방탄소년단 팬클럽 ‘ARMY’를 말하는 것이란다. 그 이야기에 애들과 같이 웃던 내가 어느 날 암환자가 되었다. 아. 나도 이제 아미다! 암 선고에 밤새워 고민했다. 온갖 인터넷 정보를 찾고 카페커뮤니티를 들락거렸다. 그곳에서 난 위안과 불안을 얻었다. 치료가 끝난 지금도 매일 습관처럼 카페커뮤니티에 들른다. 오늘도 수많은 환자들이 생겼다. 그들은 두려워하고, 원망하고, 고통스러워한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들에게 말한다. “힘내세요! 시간은 금방 흐릅니다.” 내 주변에도 이전에 비해 유방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먼저 투병했기에 그들의 연락을 직접 받기도 하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한다. 나는 이참에 암 선고를 받은 이후의 과정들을 글로 쓰면서 내가 알고 있는 팁들을 친구들과 나누고 싶다.     윤구병 선생님이 방문하셨던 2012년 사진, 당시 문탁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주 출몰했던 노라 딸 채원, 채린     작년(2021년) 1월 나는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 그간 건강검진을 잘 받지 않았던 나는 누구를 원망할 겨를도 없이 온전히 책임을 져야했다. 솔직히 유방암은 내가 걱정하던 병은 아니었다. 난 아이들에게 모유수유도 짧게나마 하였고, 하루 8시간 이상 브레지어를 하면 유방암에 걸린다고 하길래 브레지어를 즐겨하지도 않았으며, 심지어는 갱년기에 필수라고 하는 호르몬약도 먹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문탁
2023.04.18 | 조회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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