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공 15회차 후기 - 그래서 원전(爰田)이 뭐래요?

진달래
2023-09-26 19:14
123

여전히 희공 15년에 머물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주석이 너무 많다. 사건을 짤막짤막하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내용이 길거나 그에 따른 주석이 길 경우 읽는 게 더 힘들다.

 

진(晉)혜공이 진(秦)목공에게 포로로 잡혔다. 진목공은 혜공을 죽이고자 했으나 그의 아내인 백희가 아이들까지 데리고 나와 죽겠다고 하는 바람에 혜공을 살려 주고 손님으로 대우했다.

오늘의 이야기는 목숨을 구한 혜공이 어떻게 진(晉)나라로 들어가는 가이다.

일단 포로로 잡힌 혜공을 자연스럽게 고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신하들의 모의가 시작된다.

 

일단 군주가 명을 내렸다고 하면서 “관리들을 조정에 들게 하여 군명으로써 상을 내리시오. 또 이렇게 알리시오. 내가 비록 귀국은 하지만 사직을 욕되게 하였으니 태자 어를 즉위시킬 점을 쳐 보도록 하시오.”

이 말을 들은 여러 신하들이 모두 곡을 하였고, 진(晉)나라는 이에 원전(爰田)을 만들었다.

 

자 이제 한 페이지 반이나 되는 분량의 주석을 보자. - 그래서 원전이 뭔가요?

일단 상으로 내린 전답이다. 그래서 상전(賞田)이라고 한다.

또 역전(易田)이다. 이는 상으로 전답을 주는 데 각 토질을 상·중·하고 나누어 주며 토질이 나쁜 경우 휴경지로 오래 두어야 함으로 이를 바꾸어 경작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오래된 주(周)나라의 제도였다고 하는데 이를 증명하기 어렵고 이미 오래전에 이런 제도가 사라졌기 때문에 원전을 역전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한다. 또 이렇게 나누어준 토지가 세습이 되는지 안 되는지도 논란이 된다.

여하튼 이런 것들을 보아 원전을 만들었다.(作爰田)는 것은 일정하게 당시 토지 개혁이 있었으며 이는 상으로 주었건 상속이 되건 안 되건 간에 토지의 경계가 바뀌었고, 토지의 재분배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또 개간 된 땅을 나누어 주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작주병(作州兵), 즉 주병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이것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군대의 제도를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다.

 

혜공의 처지가 어떻게 되던 간에 이를 통해 진(晉)나라는 쉽게 할 수 없는 사회 개혁을 할 수 있었던 듯 보인다. 특히 토지 제도와 군사 제도의 개편은 기득권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 혜공이 진목공에게 포로로 잡혀 있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넘어 갈 수 있었던 듯하다.

 

세미나 시간에 했던 말들 중에 과연 이 말을 하도록 만든 극걸은 이미 이러한 제도 개혁의 플랜을 미리 짜 놓은 상태에서 한 일일까? 아니면 정말 혜공이 이렇게 하도록 시켰을까? 였다

 

『좌전』에 나오는 자료만 보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극걸이 이 때다 싶어서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신생이 죽은 후 진(晉)나라의 대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또 이런 대부들의 수도 만만치 않았다. 이들의 활약으로 문공이후 진(晉)나라는 패자가 될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땅을 차지한 대부들의 힘이 커지면서 결국 진나라가 붕괴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오늘 읽은 부분은 힘들었고, 원전은 약간 미스터리로 남았고, 희공 15년은 아직 안 끝났다.

댓글 1
  • 2023-10-05 11:02

    좌전을 읽을때 이런 부분이 뭔가 분기점이 되는 것 같아요. 작원전, 작주병은 토지제도와 군사제도를 바꿀 수 밖에 없는 사회가 되었다는 의미고, 진나라에서 제일 먼저 시작된건지 다른 나라는 아직인건지, 만약 다른 나라도 진나라와 같은 제도를 도입한다면 춘추시대가 일정한 방향으로 변화해간다는 것이겠죠. 사건 속에서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어내는게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좌전읽기는 참 재밌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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