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공 13회차 후기 : 한원전쟁 (秦대晉)

토용
2023-09-10 22:08
89

희공 15년 결국 진秦과 진晉이 전쟁을 한다.

진秦 목공이 이오(혜공)를 왕위에 오르게 도와주고 그 댓가로 5개의 성과 땅을 받기로 했는데, 진晉 혜공이 대신들이 반대한다는 핑계를 대며 약속을 어긴다. 거기다가 진晉에서 기근이 들었을 때 진秦은 곡식을 내주었는데, 그 다음 해 진秦에 기근이 들었을 때 진晉은 한마디로 생깐다. 그 뿐인가. 그 틈을 타서 진秦을 치려고하니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양아치 나라도 아니고 뭐 이런 경우가 있는지 진秦이 열받을 만하다. 앞서 이오의 됨됨이에 대해 혹평을 하는 기사가 있었는데 이런 일이 있어서 그런 내용을 집어넣어 편집했을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본격적으로 전쟁을 하기 전에 혜공(이오)을 비난하는 기사가 나온다. 망명 중이던 이오가 진晉에 들어갈 때 진秦 목공의 부인 목희(진晉 태자였던 신생의 누이)는 가군賈君과 여러 공자公子들을 부탁한다. 가군에 대해서 주석은 두 가지 경우를 말한다. 하나는 헌공(혜공의 아버지)의 부인이라는 설, 다른 하나는 신생(혜공의 형)의 부인이라는 설. 헌공의 부인이라면 굳이 목희가 부탁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고, 거기다가 혜공과 나이 차이가 20~30년이 나는데 혜공이 왜 사통(증烝)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가군이 회춘해서 가능했을 것이라는 장병린의 주석에 양백준은 왜곡이라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생의 부인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한 것 같다.

어쨌든 이오는 공자들도 데리고 들어가지 않고 형수랑 사통도 하여 목희의 원망을 얻게 된다. 이 일로 나중에 목희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하다. 관련된 기사가 나올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춘추시대 나라의 큰일은 제사와 전쟁이었다. 전쟁 전에 점을 치는 것은 당연했다. 진秦도 점을 쳤다. 진秦 군대가 황하를 건너면 진후晉侯의 수레가 패배할 것이라고 나왔다. 괘는 고蠱괘가 나왔는데, 괘사가 ‘천승이 세 번 패퇴할 것이니 세 번 패퇴한 뒤에 그 웅호를 잡는다. 千乘三去 三去之餘 獲其雄狐’였다. 여기서 웅호는 진晉 혜공을 말한다. 그런데 주역 고괘에는 이런 괘사가 없다. 두예는 주석에서 연산역, 귀장역처럼 다른 점서에 있는 말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전쟁은 시작되고 진晉 혜공에게 그동안 바른말로 간언을 했던 경정이 또 간언을 하는데 이번에는 말(馬)이 문제였다. 정나라에서 소사라는 말을 수입해오는데 경정은 자기 나라의 지형에서 길러진 말이 아니기 때문에 전쟁에서 유리하지 않다고 반대한다. 실제 정나라는 하남성 평야지대에 있는 나라였고 진나라는 산서성에 위치하고 있어 산악지대가 많다.

이번에도 혜공은 경정의 말을 듣지 않는다. 매번 말도 안들으면서 왜 계속 물어보는지.....

나중에는 진창에 빠진 수레에서 자기를 구해달라고 소리쳐 경정을 부르기도 한다. 이 웃픈 내용은 다음 시간에....

말에 관한 내용이 한참 이어졌는데 전쟁에서 이 말 때문에 혜공이 위기에 처하고 사로잡히기 때문에 자세하게 적어놓은 것 같다.

댓글 1
  • 2023-09-25 13:58

    ㅋㅋㅋㅋ "매번 말도 안들으면서 왜 계속 물어보는지"에 빵 터졌음.
    그러니까 말이예요. 맨날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의견을 묻지만 군주는 자기랑 의견이 같으면 자기가 하는대로 하고, 자기랑 의견이 다르면 개무시하고...
    공자님이 출처를 말한 이유가 다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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