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 5회차 후기

초빈
2023-09-24 20:16
292

이번 주는 뭔가 일정이 많아 후기가 늦었습니다ㅎㅎ 역시 후기는 내용이 머릿속에서 증발되기 전에 써야한다는 생각을 또 합니다...

 

지난 시간에는 호흡 마음챙김 명상에서의 몸, 느낌에 대한 숙고를 알아보았다면, 이번 시간에는 마음, 법에 대한 숙고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전에 심, 의, 식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다른가? 하면 세 단어는 동의어이나 맥락에 따라 다르게 쓰인다고 합니다.

심: 몸과 구별하는 표현으로 사용

의: 안이비설신의(육근)와 색성향미촉법(육경)의 맥락에서 사용. 법을 인식하는 정신적 기관

식: 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의 여섯 가지 앎의 맥락에서 사용

 

심,의,식은 다른 오온과 마찬가지로 조건발생적이기에 절대화할 이유도 없습니다.

저는 무언가가 옳다라는 강한 느낌이 들 때가 있고 그런 직감을 신뢰하면서 살아왔는데, 며칠 전에는 강렬한 체험을 통해 도달한 생각이 반드시 신뢰할만한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또한 조건에 의해 발생하게 된 사건일 뿐 고정불변의 진리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느낌이 유용한 부분도 있기에 유용함을 취하되, 집착하거나 절대화하지 않는 균형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아래는 마음을 숙고하는 단계입니다. 모든 단계는 호흡(들숨, 날숨)과 함께 합니다.

마음을 경험하기: 이전 단계를 통해 마음이 고요해지면 마음이 경험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즐겁게 하기: 마음을 휴식하면 희열, 행복보다도 더 고요한 즐거움이 생겨납니다.

마음을 집중하기: 고요한 즐거움은 집중을 일으킵니다.

마음을 해방하기: 마음에 대한 통제감을 내려 놓습니다.

 

그리고 법을 숙고하는 단계입니다.

무상을 숙고: 무상을 봄으로써 몸과 마음의 무상을 통찰

탐욕의 여읨을 숙고: 무상, 고, 무아의 통찰

소멸을 숙고: 호흡의 소멸 관찰을 통해 죽음을 명상할 수도 있습니다.

내려놓음을 숙고: 깨달음의 요소들이 계발 되었을 때의 내려놓음

 

<호흡 마음챙김 명상>은 엄청나게 꼼꼼하고 분석적인 텍스트였습니다.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파고 들 필요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분명 유용한 지점이 있으니 쓰인 거겠지...란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ㅎㅎ

 

불교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까지 파고든데다 그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놀랍고 대단한 것 같습니다. 동시에 불교는 제게는 쉽지는 않은 공부네요. 몇 년 전, 불교 액팅스쿨로 몇 달 가볍게 불교를 공부했을 때는 '중도'와 같은 불교의 개념들에 도움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불교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이번에 1년짜리 세미나를 신청하게 되었는데 참 많은 고민들이 촉발되고 있습니다...ㅎㅎ 불교에서는 제 삶을 지탱해오던 오랜 신념(집착)을 내려놓으라고 하기 때문에 자주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왠지 그만 둘 마음은 전혀 들지 않네요.

 

그동안 하루 30분씩 명상하다 이번 일주일 동안은 1시간으로 늘려보기로 했어요. 명상시간이 기다려진다는 도라지쌤(부러워요~~)과 달리 제게는 명상도 힘들고 버겁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요요쌤과 약속한 게 있어서 힘내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는 모든 문제를 정신력! 근성! 이런 느낌으로 극복해온 것 같습니다. 신체의 문제도 전부 정신의 문제로 치환하는 경향이 있었죠. 그래서 정신력으로 명상시간 1시간을 버텨내는 게 아닌 다른 방식으로 명상할 수 있을지 계속 상상해보는 중입니다. 명상 중에 괴로움이 올라올 때 깡으로 버티지도 않고, 의미부여하지도 않으며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건 정말 혼란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혼란스러움조차 그냥 바라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불교학교 세미나원들과 명상센터에 가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기대보다는 막막한 마음이 더 크지만 그래도 어떤 경험이 될까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도반들과 잘 다녀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댓글 3
  • 2023-09-24 21:28

    후기를 읽다보니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영화가 생각나네요. 요즘 우리가 가장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이 '생각 그 자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 생각이 가장 나답다고 여기는 것, 내게 가장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겠지요 ㅎㅎ
    명상은 그것에 대해 관찰하고 숙고하며 다르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초빈이 마음과 시간을 내는 만큼 경험의 양상도 달라질 것 같네요.
    다른 방식의 명상에 대한 초빈의 상상이 곧 현실이 되기를 바랍니다~

  • 2023-09-25 07:58

    혼란스러움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용기를 내고 있네요. 어떤 방향으로 자신을 몰아 붙이는 의지나 정신력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내려놓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을 바라봄과 지켜봄 그것이 기쁨과 즐거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 2023-09-25 20:02

    명상하면서 '내려놓음'이 다른 뜻이 아니라 '그냥 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부러 애써 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두는 거죠.
    초빈쌤이 혼란스러움 없이 바라보게 되길 소망합니다.

    그런데요 초빈쌤~ 저도 명상원 2박 3일은 살짝 겁이 납니다. ㅎㅎ
    으... 어떻게 2박 3일을 명상만... ㄷㄷㄷ
    우리 같이 잘 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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