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꾼꾼 1일차> 잃어버린 정신줄을 찾아서

띠우
2022-04-0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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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이 소리는 생태공방 텃밭에서 흙고르고 오는 누군가가 정신줄 놓고 내는 소리입니다.

 

오늘부터 농사와 관련된 공생자행성을 쓰기로 했는데요.

사실 지금 저의 상태는 살짝 정신줄이 나가있습니다

 

오전 세미나 마치고 농사꾼들과 텃밭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점심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좋았습니다.

따뜻한 봄햇살에 흥겨운 중국어 노래와 풍성한 음식 뒤로 매화도 함께 했으니 말입니다.

 

이제 배양토 80kg을 고랑위에 골고루 뿌려주고 삽질을 합니다.

아니, 이때까지도 삽질이야 콩콩이처럼 하면 되겠지 뭐... 이랬습니다. 사람도 많고...

그런데 생각처럼 삽이 안 들어가는 거에요. 꽁 하고 부딪히는 느낌...

그것들은 돌이었습니다. 예상외로 큰돌 작은돌들이 저의 삽길을 막더군요.

45도 기울여 삽을 집어넣고 흙을 뒤집고 돌을 골라내면서

레기(들어보니 레이크, 쇠스랑 다 같은 종류인듯)로 뭉친 흙을 부수고 골고루 펴줍니다.

 

흙을 뿌립니다~ 사진에서 뭔가 선동적인 느낌이 나지 않나요ㅎㅎ

삽질을 시작합니다. 잉차잉차~

흙을 높이는 작업입니다. 해 본 사람과 그냥 보기만 한 사람의 차이가 분명합니다ㅋ

어떠신가요? 고르게 흙을 펴줍니다

아, 눈물이 눈물이..는 아니었구요. 흙이 참 곱다 생각했습니다

 

사진으로 설명이 될까요? 이게 말입니다. 보는 거랑 다르더라구요.

고마리샘이 할 때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연결, 힘이 들어가지 않은 손길이었는데

몇 번 해보니까 어깨며 허리며.. 사실 일할 때 찍소리를 잘 안내려고 하는 편인데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니 길게 연결해서 하지를 못했어요.

그때마다 짜잔~ 하고 여러 선생님들이 도와주셨는데 은근 아니 대놓고 좋았습니다.

아, 말로만 하는 농사와 몸으로 하는 농사가 다르다...는 것도 말로만 알고 있는 거였죠.

 

그 와중에도 찍소리 한 번 안 내고 일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흥을 돋우는 분도 있고, 저랑 비슷한 분도 있고ㅋ 그래서 좋았습니다.

공생자행성도 써야 하고 하니 서당개 노릇을 해야 하는데

저는 다른 분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절반도 못 알아들었답니다.

갑자기 메모라도 해야 하나 싶더라니까요. 그러나 에라 모르겠다였네요.

몸이 힘드니까 다른 사람 말이 안 들리더라구요.

하라는 대로 하는데 아무 생각이 없는 그런 상태, 혹시 아실까요?

해보니까 어떠냐는데,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 느낌이랄까.

 

그 와중에도 농사를 짓는 방법이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은 알겠더라구요

여러 사람이 있다 보니 아는 것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는데

얼추 서로가 조절을 해가면서 이렇게도 하고 저렇게도 하고.

계속 다니다 보면 저도 알아듣는 말들이 많아지겠지요. 서당개도 아니고 사람이니^^

 

그리고 터덜터덜 집에 이르렀을 때, 저를 현관 앞에서 맞이한 이것, 으아아악!!!

 

54kg의 배양토~

 

우리집 베란다텃밭을 위해 주문했는데요, 하필이면 오늘... 으아아악!!!!

제가 이걸 오늘 열까요? 아니면 내일? 아니면...

21일간 저의 농사 이야기의 제목은 ‘잃어버린 정신줄을 찾아서’입니다.

 

앞으로 저에게 많은 가르침과 용기를 주실 분들입니다~

 

댓글 16
  • 2022-04-06 18:59

    든든한 선생님들과 함께하기에

    저두 껴서 이렇게 삽을 뜨네요. 와 🙌 🙌

    배움의 고랑위에서는

    힘들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집에 와서 아이와 놀다가,

    뻗어서 낮잠을 한바탕 자고 일어났더니,

    아침보다 더 개운합니다!

    오늘은 여섯개의   고른 고원^^ 만들기 성공!
    😁다음 편이 기대되어요~

     

  • 2022-04-06 19:03

    삽질 같이 못해서 넘 아쉽네요. 텃밭사진에서 생동감이 넘치네요~

  • 2022-04-06 19:20

    영차가 아닌 ‘잉차 ~!!’ 실감나네요 ㅎㅎㅎㅎ

     

  • 2022-04-06 20:10

    우와!!! 저 밭이 정녕 제가 지난주 금욜에 본 그 밭인가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 2022-04-06 20:25

    밭에서 열심히 삽질할 땐 뭐 '좀 힘드네~' 했습니다.

    근데 밭에서 돌아오는 길부터 다리가 후들거리더니...파지에 와서는 그냥 멍해지더군요.

    몸을 써 본 경험이 없어 힘든건지 뭔지도 몰랐다는..

    ㅋㅋㅋㅋ

    그래도 저녁밥이 꿀맛이었답니다^^

    오전엔 <거대한 전환> 공부, 오후엔 농사~

    하루가 꽉~~~~찹니다!!

    올 한 해 우리 이렇게 재밌고 보람차게 보내 보아요~♡

  • 2022-04-06 20:51

    저도 오랜만에 삽질

    힘들더군요. 

    우리집 마당과 텃밭 일은 어떻게 하나 걱정이 앞서네요

    그래도 농사고수들이 계셔서 보고 배울 바가 많을듯

    많이 배우고 익혀보겠습니다.

  • 2022-04-06 22:02

    아이고 ㅡㅡ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 지친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군요.

    흙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다가 가까이 하려고 하니 힘이 드네요 ㅠ

    넓은 땅 안줬다고 투덜 거렸던 제 입을 때리고 싶었습니다요 ㅠ

  • 2022-04-06 22:16

    수업 끝내고 언른 와서 봅니다.. '서당개도 아니고 사람이니' ㅋㅋㅋ 

    정말 재미났어요. 그리고 환영받는 마음이 들어서 행복했어요.  감사합니다. ^___^ 

  • 2022-04-06 22:24

    농사 초보 띠우샘.

    아이고~아이고~곡소리가 들리는듯!

    샘~~ 정신줄 단디 챙기시고, 

    저 고랑들 만큼이나 '늠름한 농부' 되시길 기원합니다.ㅎㅎㅎ

  • 2022-04-06 23:50

    띠우의 정신줄 어디에 흘리고 왔는지 찾는 재미가 있겠네요ㅋ

    광교산에서 꽤 오래 농사를 지어본 남편 왈,

    이런 작은 농사가 더 힘들다고 하네요.

    바로 그 삽질땜시..정작 제대로 농사짓는 분들은 기계 쓴다고 ㅋㅋ

  • 2022-04-07 08:29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저 54킬로짜리 배양토는 어쩌셨나요? 하루종일 흙과 함께 하셨네요 밖에서나 집에서나 ^^

  • 2022-04-07 09:15

    어제 파지사유에서 들려오던 곡소리의 미스터리가 풀렸어요~텃밭이 사람 잡는구나^^

  • 2022-04-07 14:51

    띠우샘과 비슷한 사람, 저예요 저 ㅋ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운전대 잡은 손이 스르륵~
    저도 정신줄 놓아버렸네요^^

  • 2022-04-08 21:02

    내가 아는 텃밭 맞수? 사진술인가 전혀 다른 곳 같은데요 ㅋㅋ 올해 농사꾼 공부 제대로 하시겄쑤~~~

  • 2022-04-09 15:15

    하하하...

    문탁텃밭시절이 생각납니다.

    2011년 봄, 텃밭을 시작했지요.

    첫 울력, 그러니까 땅 고를때는 어떻게든 남자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여자들은 호미들고 살살 흙을 고르는 정도....ㅋㅋㅋㅋ

     

    3년차, 그러니까 2013년 첫 울력 모습 보실래요?

    이 정도 남자들을 데불고 다녀야 하는디...ㅎㅎㅎ

    http://moontaknet.com/?pageid=3&page_id=228&mod=document&keyword=%ED%85%83%EB%B0%AD&ddd=da&uid=8787

  • 2022-04-17 13:23

    와우...완전 힐링 됐을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