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창조적 진화> 2장 후기

2015-01-1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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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기억>에서의 그 황당함 - 알듯 말듯 그러나 도무지 정리가 안되는-에 헤매다

<창조적 진화>에서는 그나마 베르그손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감이 잡힙니다.

느티나무님도 <창조적 진화>의 2장 정도의 수준이라면 베르그손도 읽을만한 것 같다고 말했죠.

물질과 기억, 지속의 문제는 <창조적 진화>에서는 생명의 운동성(추진력)과 의식 그리고 생성의 문제로 다시 재구성되는 느낌입니다.

지금으로선 <창조적 진화>가 끝난 후에  우리가 가진 직관과 지성의 상보적 작용으로 베르그손 철학의 전체그림이 우리 눈 앞에 드러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ㅋㅋㅋ


생명의 폭발적 힘! 그 운동성이 창조적 진화의 핵심이라면

우리 세미나의 운동성은 가히 아비루아님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닐까요? 주장과 반박의 과정이 진행되며 베르그손의 철학들이 조금씩 정리되고 있는 셈입니다. 저의 인상으로는 우리 셈나는 작용과 반작용, 외부적 저항과 내면적 힘의 조화로 구성되고 있는 느낌입니다.ㅋ


아비루아님은 2장을 읽으며 그동안 베르그손 찬양에서 조금은 비판적입장으로 보이셨는데

특히나 복잡한 유기체의 정점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 인간중심주의라고 비판했습니다.

어떤 맥락인지 알면서도 아비루아님 특유의 어법은 계속 베르그손이 지적했던 목적론적 시각이 녹아있어

매번 여러 목소리가 동시에 "그건 아니죠!"라고 반박했습니다.

특히 진화에서 아비루아님은 생존하기 위해 결핍의 문제를 운동성의 동기로 강조하셨는데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베르그손은 누누히 '적응'이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고 강조하지요. 그는 2장에서 동물계로 본다면 아메바부터 인간까지 생명체들의 분기에서 중요한 경향(방향), 종의 분화에서 주요한 본성적 차이를 탐구하며 진화의 근원적 약동을 밝혀고자 합니다.

<창조적 진화>의 핵심이 3장이라고는 하지만 3장을 이해하기 위한 그 핵심적인 근거들이 2장에서는  주요하게 펼쳐집니다.

그 중 두 가지는 꼭 정리하고 가야겠지요.

우선 첫번째, 베르그손의 철학이 근대 철학사에서 가지는 중요한 지점입니다.

그는 인식에서 지성 혹은 이성일 수도 있지만 이 지성은 생명활동의 생산물로 봅니다. 이어 근대철학에서 가지는 지성의 특별지위를 박탈해버립니다. 근대철학, 특히 칸트는 선험적으로 조건 지워진 인식 틀에 따라서만 대상을 인식할 수 있기에  '물 자체'로서의 실재는 파악할 수 었다고 말합니다.  근대철학의 주요 흐름은 주체와 대상, 인식과 실재, 의식과 존재라는 이분된 틀로 구분하지만 베르그손은 과학에서 밝혀낸 근거들을 가지고 분리된 의식과 실재의 의미를 되물으며 참된 인식과 실재를 위한 상보적 관계를 다시 만들어냅니다. 베르그손은 지성은 진화 도중 생겨난 산물로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이기 이전에 '호모 파베르'라고 주장합니다. 본능과 지성의 비교를 통해서 그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특별한 인식 능력으로 간주되었던 지성은 또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점입니다.  지성은 인간이 자신이 활용하고자 한 대상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행동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이는 사변적 관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실용적 관심에 의해 촉발되고 발전된 양식이라는 것입니다.


" 지성은 자연적 상태에서는 실제적으로(pratiquement) 유용한 것을 노린다. ... 철학자들이 행동을 위해 만든 사고방식을 사변의 영역에 옮겨 놓을 때 그들은 오판하고 있다. 우리의 지성은 그 자연적 성향으로 인해 고정적인 것과 부동적인 것에 집착한다는 것만

을 말해두자. 우리의 지성은 부동성만을 명확하게 표상한다.”


그렇기에 지성은 인간의 실용적 관심을 벗고 실재의 질료적 차원, 즉 부동적인 것이 아닌 역동적인 것, 고정적인 것이 아닌 생성하고 변화하는 것을 인식하는 데 무력하죠. 따라서 지성이 사변적인 인식 능력으로 인식된다면 이는 실재에 대한 왜곡과 몰이해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비판이 지성과 본능의 우열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지성의 문제점, 근대인식론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지성의 힘이 인간과 다른 동물종과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두번째는 지성과 본능의 관계문제입니다.


“지성과 본능은 단일한 토대 위에서 서로 분리된다. 이를 의식 일반이라 부를 수 있으며, 이는 보편적 생명과 동일한 범위의 것임에 틀림없다.”


"순수하게 형식적인 지성의 특성은 지성에서 사변의 가장 강력한 관심사가 될 대상들 위에 놓여지는 데 필요한 추까지도 빼앗아 간다. 반대로 본능은 원하는 물질성을 소유하고 있으나 자신의 대상을 찾으러 그렇게 멀리까지는 가지 못한다. 그것은 사변하지 않는다. ... 지성만이 찾을 수 있으나 지성 자신에 의해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것들은 본능만이 발견할 수 있으나 본능은 그것들을 결코 찾지 않을 것이다.”


"물질이든 정신이든 실재는 우리에게 항구적 생성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생성되거나 해체된다. 그러나 결코 완성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의식과 우리 자신 사이에 겹쳐 놓은 장막을 젖힐 때 정신으로부터 갖게 되는 직관은 바로 그러한 것이다. 그것은 또한 지성과 감각들 자체가 물질에 관해 직접적이고도 무사심한 표상을 얻는다고 가정할 때 보여줄 수 있을 바로 그러한 것이다."

지성과 본능의 문제에 대해 베르그손의 말들을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지성과 본능은 동일한 토대(생명)에서 분기된 것이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이 연속성 위에서 발달한 상보적 기능이라는 점입니다. 의식으로서의 생명이 분화되는 방향은 본능과 지성이지만, 인간에 이르러 베르그손은 본능을 ‘직관(intuition)’이라는 용어로 대체합니다.

최초의 생명체가 운동성을 가진 모호하게나마 의식적인 존재였고, 이것이 여러 종으로 분화되었다면, 그리고 그것이 동물에게서는 본능을 인간에서는 지성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동일한 출발점을 가졌을 거라고 추정할  수 있죠. 이처럼 본능과 지성 역시 식물과 동물에서 나타난 무의식과 의식의 관계처럼 동일한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잠재적인 것에서 각 자의 경향을 발전시킨 것입니다. 지성이란 실재의 연속적 흐름을 분절하고 고정화하여 특정 시공간에 국한시키는 고체화의 논리를 말한다는 것을 지적했는데 따라서 연속적 흐름으로서의 실재라는 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러한 지성의 논리를 벗어날 때, 생명의 본성과 같은 직관으로 실재의 역동성과 활동성을 좇을 때라는 것이 분명해집니다. 실재는 끊임없는 운동이며, 생명은 운동으로서의 진화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완성된 것 아니라 어떠한 경향성만을 가진 채 운동하는 것이지요.  “생명은 상태들이기보다는 경향들이다.”

다시 요약하면 결국 생명의 분기방향은 마비,본능, 지성이라는 세가지 본성의 차이를 만들어 냈는데 식물계의 경향인 마비, 동물계의 운동성은 본능과 지성으로 분기하며 다른 동물종과 인간을 차이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직선적 진화의 선들이 아니라 이 세기지 경향은 모든 생명체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상태이기보다는 경향이라는 말, 세 가지의 본성은 한 개체내에 존재하지만 어떤 본성을 강화는가에 따라 구분되어지는 것이겠지요.  이걸 인간에 적용한다면 그 행위의 경향성에 따라 식물적 인간, 본능적 인간, 지성적 인간들로 분류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변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식물의 유형에 가깝다고 봐야 할까요? ㅋㅋㅋ 그러나 여행을 좋아하는 저는? 책을 있고 논리적 설명을 하고자 애쓰는 저는? 음...

다음 3장 발제는 드디어 아비루아님입니다.

베르그손의 열렬한 팬의 발제가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but 저는 주말에 다른 행사로 빠질 수 밖에 없어 한편으로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ㅠㅠㅠ

전기세미나 관계로 일베팀의 뒷풀이조차 계속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한데

다음주는 <창조적 진화>이후 어떻게 세미나를 정리해야 할지 확정해야 겠지요. 함께 논의는 못하지만 잘 결정하시리라 믿고 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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