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세번째 시간 후기

작은물방울
2015-01-31 22:18
497

  두 번째 시간에 넝쿨님의 메모였던 ‘자급자족 생활의 윤리’와 ‘도덕적 경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두 용어 모두 한 개별자의 고립된 권리가 아닌 공동행위(common behavior)의 최고의 규칙을 존속시키기 위한 모든 마을사람들, 가장 약한 자가 붕괴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자세와 경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일리히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개념의 차이점와 공통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향기님은 농민층을 연구하는 인류학자들은 ‘자급자족의 생활 윤리(버내큘러한 젠더를 지닌 농민층)’를 도시화된 주민들 대상으로는 ‘도덕적 경제(상호부조의 성격을 가지는)’라는 개념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후, 오늘의 사회자이신 유유님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었던 염결(probity)-도덕적 탁월, 원상태의 보전, 고지식함, 올곧음-과 양심이라는 주제로 이어졌습니다. 우리에게는 거세당하고 없는 젠더처럼 염결이라는 것이 남아있는가? 라는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향기님은 ‘명예’라고 하셨고 넝쿨님은 ‘청렴’이라고 하셨습니다. 현재 그 단어를 ‘핵심어’로 받아들이는 한 제대로의 의미를 헤아리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현님은 기독교 저는 카톨릭이라는 신앙을 가지고 있어 다소 상대방의 종교를 비하하는 것으로 들릴지 몰라 거센 지적(?)을 못했습니다만, 교회의 고해성사라는 것이 사회전반에 통용되고 교육시키는 것이 되어 양심으로 내재되었다는 것에는 모두가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다음의 주제는 터부와 빠네였습니다. 터부의 위반은 특별한 희생과 속죄가 요구되지만 일리히가 터부와 구별하기위해 사용한 빠네(pane-밀가루를 씌운)는 그렇지 않습니다. 빠네에서 최근에도 남자들은 우사에 갈 수 없는 스웨덴 북부이야기 ‘이따금 딸없는 홀아비가 우유를 짠다고 우사에 몰래 들어오기도 하는...’에서 제가 책을 19금으로 잘못 읽어서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그와 더불어 복장도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러한 젠더의 전환은 한쪽 젠더의 상대적 지배를 억제하였다는 이야기. 그리하여 젠더의 분계를 명징하게 유지했다는 것이라는 것은 새로웠습니다.

 

 마지막 마녀에 대해 ‘마녀로써 그녀는 버내큘러한 젠더의 상실에 저항하는 여자의 전형’임을 이야기했습니다. 후미진 곳에 살아남아 마녀의 자태를 가진 젠더... 넌 누구니?

‘그녀’가 작은 낫과 함께 잃어버린 것, 큰 낫과 ‘그’가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 그것...

 

 일리히는 <젠더>를 “희소성의 역사를 쓰기 위한 전(before) 작업”이라 했습니다. 희소성이란(-<젠더>주에 따르면 11번: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칼 폴라니를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해한 것만 쓰자면) 모든 것이 상품화된 선택을 일컫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젠더>를 읽은 첫 시간 후기에서 나는 희소성이 무언지 밝히고자 했지만 지금의 내 능력으로는 가당치 않은 일임을 알게 되었지요. 이럴땐 항상 ‘나중에...’라는 훌륭한 변명으로 위안해봅니다.

 

 유유님 덕분에 일리히를 다시 접하게 되어서 좋았고, 나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지만 의지가 되는 친구 향기님과 같이여서 좋았고, 작년 봄에 일리히를 읽을 때 많이 힘들어했던 넝쿨님이 이제는 일리히를 읽으며 웃어서 좋았고, 마녀의 방에서 만난 바로님과 우현님을 다시 봐서 좋았습니다. 일리히가 이어 준 인연 고맙습니다.

댓글 8
  • 2015-02-01 10:59

    잘 읽었습니다. 젠더 꼭 읽고싶네요.

    • 2015-02-01 23:42

      쌤 책 빌려드릴까요?

      독일문학세미나 후 책을 빌려드리지 못해 항상 맘에 먼가 걸려있는거 같아요.

      필요하실때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

  • 2015-02-01 12:14

    에세이 안 써서 좋았어요.ㅠㅠ_ㅠㅠㅠ (아니에요. 좋았어요!)

    ㅋㅋㅋ 그리고 저도 '나중에'를 기약하며. 여성학을 공부해 보고 싶어졌고.. 마흔쯤... 또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싶고.. ^^

    크크 암튼 <젠더>는 짧지만 강렬한 경험이었습니다.  

    • 2015-02-01 23:42

      바로 세미나 하나 만들어요^^

  • 2015-02-01 17:33

    젠더를 웃으며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3주동안 즐겁게 세미나를  할 수 있게 함께 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바로샘 이야기처럼 시간이 지난후 젠더는 저에게 또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하네요~~

  • 2015-02-01 23:39

    유유샘이 '양심'에 대해 충격을 받으셨었죠^^ 

    초기
    기독교에서 기독교적 윤리를 내면에 심어줌으로써, 내면에 자신을 끊임없이 감시하는 감시자를 생성하는 내면의
    개혁으로 불리던 것이었죠. 일리히는 종교적 또는 세속적 이데올로기의 내면화를 목적으로 하여 전문가에
    의해 계획되고 관리되는 모든 의례를 양심화라고 정의했죠. 기독교적 윤리의 기반 위에 교육, 병원 등의 제도는 공식적으로 양심화를 하고 있습니다. 좀 더 얘길
    더 나누고 싶었지만, 물방울샘과 우현샘의 눈치를 보았더랍니다. ㅋㅋ
    저는 "최선이 타락하면 최악이 된다"
    일리히의 핵심을 잘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되었네요. 이전에 『이반 일리히의 유언』을 읽을 때는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졌었거든요.

    '희소성'은 저도 개념이 잘 받아들어지지 않아서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에서 <경제학에
    가려진 삶의 삶의 축복> 부분을 읽어보았었어요. 한마디로
    정의 할 수는 없지만 그렇구나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호모 오이코노미쿠스에게 계속적으로 필요와 욕망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희소성이라는
    것이죠. 자급자족의 시대에서는 스스로 필요한 것들을
    생산했지요. 젠더에서 보면 공동체 사회에서는 생산물의
    작은 부분이라도 가져가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고 해요. 그런 사회에서 필요해 부족해 그런 인간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죠. 쌀이 떨어졌네 마트에 가서 사야지. 이런 것들은
    어떻게 보면 순수(?) 한 필요인 것이죠. 교육의 필요를
    느끼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지 못하고 병원의 필요를 느끼고 인간 스스로 결핍된 존재가 되는 것이죠. 결핍된 존재로 느끼기 때문에 인간은 스스로의 힘을 잃어버리고 소외되게 됩니다.

    『젠더』세미나를
    시작하면서 저는 두려움도 걱정도 너무 많았어요. 그것은 첫 세미나에서 저의 기우임을 알았죠. 일리히가 말한 우정의 힘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세 번의 세미나를 하면서 이전에 이해하지 못했던 개념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세미나를 할 수
    있게 책을 내어주신 유유샘, 옆에서 든든하게 지원해 주는 물방울샘, 넉넉한
    마음의 넝쿨샘, 아이들을 맡기시고 멀리서 달려와주신 우현샘 그리고 바로바로 찾아주고 새로움을 주시는
    바로샘. 모두 감사합니다^^(...무신 수상소감도 아니고 ㅋㅋ)

  • 2015-02-03 18:45

    뒤늦게 작은물방울샘 후기를 읽으니 다시금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요약 정리를 너무 잘해주셔서 다시 공부가 되네요. 저도 염결이 마음에 많이 남아요. 반대로 양심에는 배신감이 좀 느껴지구요.^^ 짧은 세미나였는데, 무척 알찼다는 느낌이에요. 마지막 시간에는 책이 끝났다는 것이, 세미나가 끝났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집에서 책을 읽으며 모호하고 확신이 서지 않아 이렇게 책을 덮으면 어쩌나 했었는데, 그건 제 기우에 불과했었네요. 유유샘께서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고민을 던져주셔서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며 일리히라는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전 개인적으로 일리히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삶이  얼마나 많은 부조리에 방치되어 있었는지 들여다 볼 기회를 얻은 것 같아서요. 이전에 일히리 세미나를 하셨던 유유님, 향기님, 물방울님, 넝쿨님은 역시 깊이가 다르시다는 생각을 또한 했구요.  바로님은 일리히 세미나가 처음이었지만 그 특유의 열정으로 정말 열심히시다 생각했었구요. 전 어리버리 했답니다.^^

    마지막 아쉬움을 유유님께서 거하게 사주신 점심과 커피와 디저트로 풍족하게 달래고 수요일의 여유를 되찾아 봅니다. 숨가쁘게 달려온 3주지만 행복했었어요. 반장님, 수상소감 유익하게 잘 읽었구요^^, 첨엔 맘의 부담이 크셨을텐데, 별다른 힘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고 고맙고 그랬어요. 또 좋은 세미나, 강연에서 자주 얼굴 뵈어요. 물방울님, 넝쿨님, 바로님, 유유님도요...^^
       

    • 2015-02-03 23:18

      저도 일리히를 처음 읽었을때 내 삶의 부조리함에 괴로워(?)했었어요~~ㅋㅋ 물론 지금도 끝난고민은 아니지만요..

      먼 거리에, 아이들 방학에, 마녀의 방과 젠더까지 정말 숨가빴을꺼 같아요~ 우리도 내공이 쌓이면 가뿐하게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기약은 할 수 없지만...ㅋ) 헤어진줄 알았던 마녀들의 재회...저도 행복했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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