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인문학 : 거대한 전환 6~8장 후기] 내 머리속의 전환! ^^

히말라야
2015-02-10 00:55
1046

거대한 전환 두번째 시간, 콩세알님께선 세월호 행사때문에, 느루님은 몸이 아프셔서 못 오시고

요요, 다인, 부러진, 앤, 초록, 건달바, 히말라야에 지난 시간 못 오셨던 까치님과 강현님

그리고 특별게스트 자누리님까지 열명이 둘러 앉아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6장에서는  '노동, 토지, 화폐가 상품이라는 것은 완전한 허구이다'에 관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일을 한다는 것과 노동력을 판다는 것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충격이었다,

노동과 자연이 허구 상품이라면 생수는 상품인가 허구상품인가,

인간 사회의 발전에 필연적으로 밟고 나가야 하는 것에 대해 너무 가치론적으로 접근하는 개념이 아닌가,

토지를 예를 들어 생각해 보면 토지의 용도가 다양한데 그것을 모두 하나로 허구상품이라고 말할 수 있나...등등

혼란스러움이 계속되었는데 최종적으로 칼 폴라니의 논지를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 상품이란 판매를 목적으로 생산되는 물건을 말하는데 토지, 노동, 화폐는 판매에 따라 자동적으로 조절될 수 없는

  판매가 아닌 다른 이유때문에 생산되는 것들이고 이런 것들이 마치 상품인 것처럼 가정되는 이유는,

  산업사회의 시장메커니즘이 사회의 실체 자체까지 시장경제의 법칙아래 종속시키기 때문이다."

7장에서 칼 폴라니가 주목했던 스피넘랜드법은 모두에게 의구심과 경악을 일으켰던 것 같습니다.

왜 주류역사학에서 주목하지 않던 스피넘랜드라는 법을 그토록 열심히 분석하는가,

칼 폴라니에게 스피넘랜드법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스피넘랜드법 때문에 생긴 빈민구호때문에 인간의 도덕성이 타락했다는 것은,

인간이 이해관계 때문에 일하지는 않는다는 폴라니의 전제와 모순되는 것은 아닌가 ..등의 질문들이 오가고

스피넘랜드법을 처음 들어 본 저 역시 매우 낯설고 혼란스러웠지만, 정리해 보면

법(제도)을 만든 사람들의 의도와 법(제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목적과 법(제도)의 결과로 나타난 효과는 달랐다는 것이고

이 법(제도) 하나가 그 모든 결과를 유발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모순되는 상황들이 있고 - 산업자본은 커가고 있는데, 노동력을 농촌에 묶여 있는-

 단결금지법과 같은 경제 개입의 요소로 인해 임금을 끌어 내리는 효과를 가져오는 등의

외적인 요소들과 함께 바라봐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그 법을 통해 '구호 대상 극빈자'가 생겨남으로써  어떤 논쟁과 사상들이 태어났는지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피넘랜드법 당시의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고 그래서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때로부터 경제 영역을 지배하는 여러 법칙들로부터 '복합사회'라는 것이 탄생하려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스피넘랜드법에 대해 7장에서 일단 경악과 의구심을 제시했던 칼 폴라니는 

8장에서는 좀 더 상세하게 당시의 상황들과 제도적 요소들을 제시해서 보여주었습니다.  정리해보면,

스피넘랜드법이 도입된 시점은 정주법이 폐지된 시점과 일치되며 이는 산업사회에 들어선 시점에

농촌의 인구를 묶어두는 명백히 모순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지주들에게는 자신의 지배체제 유지에 유리하였기에 급속히 퍼져나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법은 처음의 의도와는 정 반대로 농촌사람들을 구호대상극빈자로 만들었다...왜?

이들은 이 때 증가하고 있던 세계시장의 무역과 산업지역들이 큰 폭으로 등락하면서 고용은 천천히 늘어나는 반면

많은 수의 실업자를 만들고 있다는 것은 알아차리지 못했다.(이런 실업자는 수당이라도 받으러 농촌으로 갔다)

이렇게 유동하는 인구들은 대부분 인클로저때문에 농촌에서도 불안정한 삶을 영위하던 농촌소작농들이었고,

산업지역에 가서 분업화된 공장일에 익숙해지면 다시 농촌으로 돌아와서는 이전과 같은 훌륭한 농사꾼이 되기 힘들었다. 

이렇게 농촌을 떠났다가 일자리를 일으면 되돌아오는 사람들로 넘쳐나자

도시수준의 임금을 받다가 농촌으로 돌아오는 이들에게 도시임금과 경쟁을 하느니

아예 그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게 딱 살만큼만 주자고 시골의 향신들이 스피넘랜드법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스피넘랜드법이 기존의 국가차원에서 세분화시킨 구빈법체계를 흔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교구단위로 행해지는 스피넘랜드법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불명예스러운 구호대상극빈자로 뭉뚱그리고

시골지주와 성직자들의 권력을 강화시켜 주고, 극빈자가 되기를 거부하며 더 열심히 일하던 이들에게

'빈민구호 지방세 납부'를 강요하여 오히려 그들을 빈민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책임성은 소실되고, 타락이 판치는 세상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더 명예와 도덕성을 잃어갔으며,

그 모든 원인으로 지목된 스피넘랜드법은 구빈법의 '급속한' 철폐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왜 개혁이 아니라, 철폐인가? 그들을 기다리는 '노동시장'이 엄청나게 배고픈 아가리를 벌리고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물론 결과적으로 본다면 사회보호에 실패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스피넘랜드법은 일종의 사회의 자기보호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가 말하는 '자기조정시장' 이라는 것이 사회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의 모순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런 모순 속에서 사회의 자기보호 기능들은 끊임없이 어떠한 형태로든 발현되어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을 해야한다는 ....특별게스트 자누리님의 언질이 있었습니다.

굉장히 새롭고 충격적인 내용들이라 머리속이 복잡하다는 앤님처럼,

저도 책을 읽을 때마다 제 머리속이 전환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책을 읽으며, 제가 지금까지 알고 믿어온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네요. ^^

세미나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칼 폴라니의 새로운 시각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고...

그래선지 세미나 중간에 어떤 개념이나 하나의 문장때문에 전체내용의 흐름을 놓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요소도 중요하긴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에서 각 요소들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번 주에 시간이 부족해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9장부터 다시 시작하고, 12장까지 꼼꼼하게 읽어옵니다.

발제는 강현님, 까지님, 다인님입니다. 그럼 일요일 오후에 또 반갑게 만나뵙겠습니다. ^^*

댓글 2
  • 2015-02-13 13:19

    폴라니는 이른바 실체주의 경제학을 열었습니다.

    폴라니에 따르면 경제학은 형식주의와 실체주의로 나누어지지요.

    형식주의 경제학은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는 인간학을 전제하지만

    실체주의 경제학은  인간은 '호모 이코노미쿠스'만일 수 없다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폴라니를 처음 접했을 때

    이런 폴라니의 관점은 제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마치 심봉사 눈뜨는 것 같은 심정이었지요. 

    수많은 비판으로 이미 너덜너덜해진 맑스주의이지만 

    래도 인간해방의 도구라고 생각했던 맑스경제학 조차

    경제주의, 형식주의라는 폴라니의 비판은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고요..

    <거대한 전환>는 형식주의와 실체주의의 선명한 대립보다도

    인간의 삶과 시장경제의 관계를 역사라는 파노라마 속에서 보여주는 것 같아요.

    특히 스피넘랜드법을 둘러싼 폴라니의 접근은 저를 무척 헷갈리게 하네요.

    하지만 폴라니의 주장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폴라니의 견해에 설득되어 있곤 하지요.

    헷갈리기도 하고, 설득당하기도 하면서 지금까지 갖지 못했던 새로운 질문을 얻게 되는 것,

    그것이 공부의 묘미라고 생각하며 꼼꼼히 읽어나가려 합니다.

    아무튼, 스피넘랜드법을 생각하다보면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는 비정규법 그리고 기본소득제 이런 것들이 마구마구 떠오릅니다..

    에고에고.. 언제나 정리가 되려나?? ㅎㅎ

  • 2015-02-15 11:54

    후기를 읽다보니 책보다 토론이 더 흥미진진했을것 같아요.

    오늘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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