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약방 에세이
      버틀러의 새로운 존재론 ‘상호의존성’ 개념정리   기린   1.의존을 질문하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병원 진료가 있어서 우리 집으로 올라오셨다. 혼자 보내는 시간에 책이라도 읽어보시라고 연말에 냈던 내 책을 드렸다. 며칠이 지나 퇴근을 한 나에게 책을 다 읽었다고 했다. 그러고 첫 마디가 “지금까지 이렇게 남들한테 빌붙어 살았냐?”는 반문이었다. 다른 내용도 많은데 유독 백만 원을 벌어 살겠다는 내용과 관련한 부분이 어머니의 심기를 건드렸나 보다. ‘빌붙어 살았다’는 표현을 듣는 순간 버럭하는 마음이 치솟았지만, 숨을 가누고 다음에 얘기하자며 그 순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어머니의 그 표현은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팔십 중반이신 어머니의 인식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공동체에서 경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나의 삶의 방식을 다르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버틀러는 『비폭력의 힘』에서 비폭력을 실천해야 하는 설득력 있는 이유 중의 하나로, 우리 생명체의 구성요소로 사회적 유대관계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곧 “사회적 상호의존성이 생명의 한 속성임을 보편적인 방식으로 언명한” 다음에야, 사회적 유대 관계를 공격하는 폭력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자 무엇에 의존하고 무엇이 각자에게 의존하는지는 저마다 다르지만, 어쨌든 상호적으로 의존하는 관계임을 인식할 수 있을 때에야, 개인 윤리로서의 비폭력을 넘어서는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버틀러는 사회적 존재론의 차원에서 ‘상호의존성’이라는 개념을 가져온다. 이 개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버틀러의 상호의존성   버틀러는 『비폭력의 힘』에서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맞폭력이 필요하다는...
      버틀러의 새로운 존재론 ‘상호의존성’ 개념정리   기린   1.의존을 질문하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병원 진료가 있어서 우리 집으로 올라오셨다. 혼자 보내는 시간에 책이라도 읽어보시라고 연말에 냈던 내 책을 드렸다. 며칠이 지나 퇴근을 한 나에게 책을 다 읽었다고 했다. 그러고 첫 마디가 “지금까지 이렇게 남들한테 빌붙어 살았냐?”는 반문이었다. 다른 내용도 많은데 유독 백만 원을 벌어 살겠다는 내용과 관련한 부분이 어머니의 심기를 건드렸나 보다. ‘빌붙어 살았다’는 표현을 듣는 순간 버럭하는 마음이 치솟았지만, 숨을 가누고 다음에 얘기하자며 그 순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어머니의 그 표현은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팔십 중반이신 어머니의 인식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공동체에서 경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나의 삶의 방식을 다르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버틀러는 『비폭력의 힘』에서 비폭력을 실천해야 하는 설득력 있는 이유 중의 하나로, 우리 생명체의 구성요소로 사회적 유대관계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곧 “사회적 상호의존성이 생명의 한 속성임을 보편적인 방식으로 언명한” 다음에야, 사회적 유대 관계를 공격하는 폭력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자 무엇에 의존하고 무엇이 각자에게 의존하는지는 저마다 다르지만, 어쨌든 상호적으로 의존하는 관계임을 인식할 수 있을 때에야, 개인 윤리로서의 비폭력을 넘어서는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버틀러는 사회적 존재론의 차원에서 ‘상호의존성’이라는 개념을 가져온다. 이 개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버틀러의 상호의존성   버틀러는 『비폭력의 힘』에서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맞폭력이 필요하다는...
문탁
2023.07.03 | 조회 165
인문약방 에세이
      삐침과 빡침 : 마을에서 돌봄을 실천한다는 것은     김윤경       새로운 상상계:시민적 돌봄·난잡한 돌봄   나는 작년에 문탁네트워크에서 돌봄을 공부했고, 올해는 양생을 공부한다. 작년 ‘나이듦’세미나에서 읽었던 『새벽 세시의 몸들에게』 중 전희경의 「시민으로서 돌보고 돌봄받기」 는 나에게 새로운 개념을 선사했다. 바로 ‘시민적 돌봄’이다. 그것은 새로운 종류의 돌봄을 발명해낸 개념이다. 이 새로운 돌봄관계는 ‘가족 돌봄’을 넘어서고, ‘서비스’들과는 다른, 다치고 아프고 늙고 언젠가는 죽어가는 취약한 존재로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연루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의존’이라는 조건을 기본으로 한다. 전희경은 이 보편적이면서 불가피한 공동의 운명을 ‘시민적 돌봄’이라고 명명한다. 감정이 있고 취약하며 동시에 타인을 이해하고 보살필 수 있을 정도로 강하고 다정한 존재로서의 ‘시민’을 상상해보라고 말이다.   또 올해 양생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읽은 『돌봄 선언』에서는 ‘난잡한 돌봄’이란 개념을 나에게 선사했다. 그 개념은 1980~1990년대 에이즈 인권운동 액트 업 활동가인 더글러스 크림프의 에세이 「전염병 중에 난잡할 수 있는 방법」에 근거를 둔 것이다. 에이즈 유행의 원인이 게이들의 성적 난잡함에 있다는 주장에 그는 게이들의 성 문화의 난잡함은 ‘실험적’인 성적 행위를 배가했음을 의미한다고 응수했다. 그는 난잡함이라는 개념을 ‘가벼운’ 또는 ‘진정성 없는’이라는 의미가 아닌 게이들이 서로에 대해 친밀감과 돌봄을 다양화하며 실험한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난 친밀감으로 많은 관계들을 교차하며 난잡하게 돌봄을 실천하자고, 다정하면서 강한 시민으로서 다른 시민을 돌보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올해 초, 한 마을 모임에 참석했고, 다행히 정치적으로 견해가...
      삐침과 빡침 : 마을에서 돌봄을 실천한다는 것은     김윤경       새로운 상상계:시민적 돌봄·난잡한 돌봄   나는 작년에 문탁네트워크에서 돌봄을 공부했고, 올해는 양생을 공부한다. 작년 ‘나이듦’세미나에서 읽었던 『새벽 세시의 몸들에게』 중 전희경의 「시민으로서 돌보고 돌봄받기」 는 나에게 새로운 개념을 선사했다. 바로 ‘시민적 돌봄’이다. 그것은 새로운 종류의 돌봄을 발명해낸 개념이다. 이 새로운 돌봄관계는 ‘가족 돌봄’을 넘어서고, ‘서비스’들과는 다른, 다치고 아프고 늙고 언젠가는 죽어가는 취약한 존재로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연루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의존’이라는 조건을 기본으로 한다. 전희경은 이 보편적이면서 불가피한 공동의 운명을 ‘시민적 돌봄’이라고 명명한다. 감정이 있고 취약하며 동시에 타인을 이해하고 보살필 수 있을 정도로 강하고 다정한 존재로서의 ‘시민’을 상상해보라고 말이다.   또 올해 양생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읽은 『돌봄 선언』에서는 ‘난잡한 돌봄’이란 개념을 나에게 선사했다. 그 개념은 1980~1990년대 에이즈 인권운동 액트 업 활동가인 더글러스 크림프의 에세이 「전염병 중에 난잡할 수 있는 방법」에 근거를 둔 것이다. 에이즈 유행의 원인이 게이들의 성적 난잡함에 있다는 주장에 그는 게이들의 성 문화의 난잡함은 ‘실험적’인 성적 행위를 배가했음을 의미한다고 응수했다. 그는 난잡함이라는 개념을 ‘가벼운’ 또는 ‘진정성 없는’이라는 의미가 아닌 게이들이 서로에 대해 친밀감과 돌봄을 다양화하며 실험한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난 친밀감으로 많은 관계들을 교차하며 난잡하게 돌봄을 실천하자고, 다정하면서 강한 시민으로서 다른 시민을 돌보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올해 초, 한 마을 모임에 참석했고, 다행히 정치적으로 견해가...
문탁
2023.07.02 | 조회 219
일상명상
  버섯에 빠지다                 요요 문탁에서 불교와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불교공부를 계속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나이듦연구소의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존엄하게 늙는 길을 찾고 싶다. 명상적 삶, 일상의 영성, 공동체와 영성, 나이듦과 영성이 풀어야 할 화두라고 생각한다.       장마에 가슴이 두근두근   장마가 시작되었다. 덥고 습하여 불쾌지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나는 장마가 싫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심 격하게 장마시즌을 반기고 있다. 숲에서 버섯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연은 이렇다. 작년 봄 내내 탄천변에서 풀꽃을 탐색하던 내가 여름 장마가 그친 뒤 뒷산 산책을 하던 중 우연히 버섯에 눈이 갔다. 그 뒤로 산에 갈 때마다 눈을 땅바닥에 두고 버섯 찾는 재미에 푹 빠지고야 말았다. 버섯 도감을 샀고, 산책을 다녀 오면 도감을 뒤지며 내가 본 버섯과 비슷한 버섯 그림을 찾고 이름을 확인했다. 도감에서 찾지 못하면 인터넷을 뒤졌다. 버섯 이름을 하나 둘 익히니 버섯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이름도 모양도 재미있는 방귀버섯이며, 닭다리 버섯이며 말불버섯을 발견했을 때는 너무 기뻐서 ‘유레카’를 외쳤다. 십년 넘게 뒷산 산책을 다니면서 그동안은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버섯과 갑작스레 사랑에 빠진 것이다.   가을이 깊어가자 버섯이 사라졌다. 봄이 오면서부터 은근히 버섯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날이 더워지면서부터 마치 아열대성 기후의 스콜처럼 갑작스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버섯에 빠지다                 요요 문탁에서 불교와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불교공부를 계속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나이듦연구소의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존엄하게 늙는 길을 찾고 싶다. 명상적 삶, 일상의 영성, 공동체와 영성, 나이듦과 영성이 풀어야 할 화두라고 생각한다.       장마에 가슴이 두근두근   장마가 시작되었다. 덥고 습하여 불쾌지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나는 장마가 싫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심 격하게 장마시즌을 반기고 있다. 숲에서 버섯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연은 이렇다. 작년 봄 내내 탄천변에서 풀꽃을 탐색하던 내가 여름 장마가 그친 뒤 뒷산 산책을 하던 중 우연히 버섯에 눈이 갔다. 그 뒤로 산에 갈 때마다 눈을 땅바닥에 두고 버섯 찾는 재미에 푹 빠지고야 말았다. 버섯 도감을 샀고, 산책을 다녀 오면 도감을 뒤지며 내가 본 버섯과 비슷한 버섯 그림을 찾고 이름을 확인했다. 도감에서 찾지 못하면 인터넷을 뒤졌다. 버섯 이름을 하나 둘 익히니 버섯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이름도 모양도 재미있는 방귀버섯이며, 닭다리 버섯이며 말불버섯을 발견했을 때는 너무 기뻐서 ‘유레카’를 외쳤다. 십년 넘게 뒷산 산책을 다니면서 그동안은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버섯과 갑작스레 사랑에 빠진 것이다.   가을이 깊어가자 버섯이 사라졌다. 봄이 오면서부터 은근히 버섯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날이 더워지면서부터 마치 아열대성 기후의 스콜처럼 갑작스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요요
2023.07.01 | 조회 397
조은의 강정에서 살아남기
                  조은 5년 동안 현민, 시윤, 민서, 동희와 함께 동천동에서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살던 마을을 떠나, 2월부터 강정에서 첫 독립을 시작했다.      2023년 2월20일에 강정으로 이사를 왔다. 이우중학교를 가기 위해서 동천동으로 이사를 했으니, 약 10년만에 동천(고기)동을 떠났다. 10년 동안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같은 동네에 살았으니 지겹겠다는 생각을 누군가는 하겠지만, 나는 지겹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오랜 기간 마을에 머무는 일은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오래된 친구들과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한다는건 때때로 외롭고 힘들었지만 대체로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떠나가는 이들을 많이 봐왔고, 그들을 보내주는 건 나에게 편안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작년 1월 피스파인더 모집 포스터를 보게 되었고, 22년4월부터 3개월짜리 강정살이(피스파인더)를 시작했다. 그게 강정을 처음 만나게된 시작이었다.    강정마을에는 해군기지반대운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평화운동을 하는 지킴이들이 살고 있다. 해군기지는 이미 지어졌지만, 해군기지 폐쇄를 외치며, 해군기지를 만들때 폭파시킨 구럼비바위를 그리워하고, 나아가 전쟁을 멈추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살고있다. 매일 아침에는 백배, 11시에 미사, 12시에는 인간띠잇기를 하고, 매일 점심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삼거리식당이 있다. 그렇게 지킴이들은 11년째 강정을 지키고있다. (강정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얼마전에 나온 <돌들의 춤>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6월18일, 강정에 함께 사는 친구들과 제주시에서 열린...
                  조은 5년 동안 현민, 시윤, 민서, 동희와 함께 동천동에서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살던 마을을 떠나, 2월부터 강정에서 첫 독립을 시작했다.      2023년 2월20일에 강정으로 이사를 왔다. 이우중학교를 가기 위해서 동천동으로 이사를 했으니, 약 10년만에 동천(고기)동을 떠났다. 10년 동안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같은 동네에 살았으니 지겹겠다는 생각을 누군가는 하겠지만, 나는 지겹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오랜 기간 마을에 머무는 일은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오래된 친구들과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한다는건 때때로 외롭고 힘들었지만 대체로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떠나가는 이들을 많이 봐왔고, 그들을 보내주는 건 나에게 편안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작년 1월 피스파인더 모집 포스터를 보게 되었고, 22년4월부터 3개월짜리 강정살이(피스파인더)를 시작했다. 그게 강정을 처음 만나게된 시작이었다.    강정마을에는 해군기지반대운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평화운동을 하는 지킴이들이 살고 있다. 해군기지는 이미 지어졌지만, 해군기지 폐쇄를 외치며, 해군기지를 만들때 폭파시킨 구럼비바위를 그리워하고, 나아가 전쟁을 멈추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살고있다. 매일 아침에는 백배, 11시에 미사, 12시에는 인간띠잇기를 하고, 매일 점심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삼거리식당이 있다. 그렇게 지킴이들은 11년째 강정을 지키고있다. (강정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얼마전에 나온 <돌들의 춤>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6월18일, 강정에 함께 사는 친구들과 제주시에서 열린...
조은
2023.06.25 | 조회 385
동물을 만나러 갑니다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7월 9일     작년 여름, 새벽이 잔디와의 첫 만남을 기억한다. 2022년 7월 9일. 그날은 새벽이의 세 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첫 돌봄을 며칠 앞두고 새벽이생추어리 인스타 계정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 다가오는 7월 9일은 새벽이의 세 번째 생일입니다! 새벽이는 종돈장에서 구조되어 세 번째 생일을 맞이하지만, 새벽이와 같이 태어난 돼지들은 생일을 맞이할 수 없습니다. 새벽이 역시 구조되지 않았더라면 생일을 맞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돼지가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에서 새벽이의 삶은 매일매일이 투쟁입니다. 그 매일의 시간이 쌓여 어느덧 3년이 지났습니다. 새벽이가 살아낸 날들을 기억하며 이 땅에 사는 돼지들도 생일을 맞이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사전에 새벽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축하 크루'가 결성되었다. 크루들은 감자 케이크와 미강 미역국을 비롯한 음식들로 새벽이의 생일상을 준비했다. 그리고 생일날 이른 아침, 크루들은 새벽이생추어리에 가서 생일 축시를 낭송하고 축하 노래를 함께 불러주었다. 나는 같은 날 저녁에 처음으로 새벽이, 잔디와 만났다. 처음 본 새벽이의 모습은 위엄이 넘쳤고, 식사를 마치고는 더위를 피해 진흙탕에 몸을 풍덩 담갔다. 잔디는 만나자마자 슬금 슬금 다가왔고, 나는 미리 준비한 토마토를 잔디 입에 쏘옥 넣어주었다. 그렇게 돌봄이 시작되었다. 그날부터 매주 새벽이, 잔디를 만나왔다. 여름을 지나 가을, 겨울, 봄....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7월 9일     작년 여름, 새벽이 잔디와의 첫 만남을 기억한다. 2022년 7월 9일. 그날은 새벽이의 세 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첫 돌봄을 며칠 앞두고 새벽이생추어리 인스타 계정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 다가오는 7월 9일은 새벽이의 세 번째 생일입니다! 새벽이는 종돈장에서 구조되어 세 번째 생일을 맞이하지만, 새벽이와 같이 태어난 돼지들은 생일을 맞이할 수 없습니다. 새벽이 역시 구조되지 않았더라면 생일을 맞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돼지가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에서 새벽이의 삶은 매일매일이 투쟁입니다. 그 매일의 시간이 쌓여 어느덧 3년이 지났습니다. 새벽이가 살아낸 날들을 기억하며 이 땅에 사는 돼지들도 생일을 맞이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사전에 새벽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축하 크루'가 결성되었다. 크루들은 감자 케이크와 미강 미역국을 비롯한 음식들로 새벽이의 생일상을 준비했다. 그리고 생일날 이른 아침, 크루들은 새벽이생추어리에 가서 생일 축시를 낭송하고 축하 노래를 함께 불러주었다. 나는 같은 날 저녁에 처음으로 새벽이, 잔디와 만났다. 처음 본 새벽이의 모습은 위엄이 넘쳤고, 식사를 마치고는 더위를 피해 진흙탕에 몸을 풍덩 담갔다. 잔디는 만나자마자 슬금 슬금 다가왔고, 나는 미리 준비한 토마토를 잔디 입에 쏘옥 넣어주었다. 그렇게 돌봄이 시작되었다. 그날부터 매주 새벽이, 잔디를 만나왔다. 여름을 지나 가을, 겨울, 봄....
경덕
2023.06.20 | 조회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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