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약방 에세이
      도서관을 소란스럽게 하자!   스프링     1. 장애인이 출현했다   전장연 시위로 온 나라가 떠들썩할 때도 내 일상에 큰 변화는 없었다. 내가 자주 가는 동선에 시위가 예상되면 조금 일찍 집을 나섰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평상시엔 이용하지 않던 다른 길을 찾아 교통편을 바꿔가며 목적지에 도착하곤 했다. 내 일상의 루틴에 약간의 변동은 있었지만, 그것이 싫은 느낌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장애인이 이동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정도의 불편은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몫이고 국가는 마땅히 그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내가 근무하는 도서관에 장애인이 나타났다. 그는 시각 장애인이었는데, 자신이 찾는 자료가 오디오북으로 제공되지 않으니 눈이 보이지 않는 자신을 위해 책을 읽어달라고 요청했다. 원하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자 소리치며 소란을 부리는 이용자 앞에서 나는 당황스러웠다. 그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서관의 근무 인력으로는 특정 개인에 대한 1:1 서비스는 불가능했다. 전장연 시위에서는 문제점도 해결책도 비교적 명확해 보였고, 정부에서 의지를 갖고 실행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로 보였기에 나는 그저 멀리서 나이스한 시민으로서의 포즈를 취하기만 하면 되었다. 정부를 욕하고, 전장연을 욕하는 시민들을 생각 없고 이기적인 사람들 취급하며 말이다. 그런데 막상 내가 일하는 현장에서 맞닥뜨린 단 한명의 장애인 앞에서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다양한 감정이 일어났다. 미안함과 무력감, 억지 부리는...
      도서관을 소란스럽게 하자!   스프링     1. 장애인이 출현했다   전장연 시위로 온 나라가 떠들썩할 때도 내 일상에 큰 변화는 없었다. 내가 자주 가는 동선에 시위가 예상되면 조금 일찍 집을 나섰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평상시엔 이용하지 않던 다른 길을 찾아 교통편을 바꿔가며 목적지에 도착하곤 했다. 내 일상의 루틴에 약간의 변동은 있었지만, 그것이 싫은 느낌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장애인이 이동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정도의 불편은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몫이고 국가는 마땅히 그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내가 근무하는 도서관에 장애인이 나타났다. 그는 시각 장애인이었는데, 자신이 찾는 자료가 오디오북으로 제공되지 않으니 눈이 보이지 않는 자신을 위해 책을 읽어달라고 요청했다. 원하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자 소리치며 소란을 부리는 이용자 앞에서 나는 당황스러웠다. 그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서관의 근무 인력으로는 특정 개인에 대한 1:1 서비스는 불가능했다. 전장연 시위에서는 문제점도 해결책도 비교적 명확해 보였고, 정부에서 의지를 갖고 실행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로 보였기에 나는 그저 멀리서 나이스한 시민으로서의 포즈를 취하기만 하면 되었다. 정부를 욕하고, 전장연을 욕하는 시민들을 생각 없고 이기적인 사람들 취급하며 말이다. 그런데 막상 내가 일하는 현장에서 맞닥뜨린 단 한명의 장애인 앞에서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다양한 감정이 일어났다. 미안함과 무력감, 억지 부리는...
문탁
2023.07.03 | 조회 191
인문약방 에세이
      k를 퀴어링, 어디로 갈 것인가?     권경덕     k는 지난 10년 동안 실패한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자퇴에 실패했고(맞지 않는 전공 수업을 꾸역 꾸역 들으며 학위를 취득했고), 이별에 실패했고(전 애인과 제때 헤어지지 못해서 흑역사를 만들었고), 독립에 실패했다(호기롭게 독립했지만 7년 만에 다시 부모님 집에 얹혀 살게 되었다). 실패 이전까지 k는 'OO 밖에서'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를 지향했지만, 독립적이고 번듯한 개인으로서의 자유를 추구할수록 불안정함은 커져갔다. 하지만 k의 실패는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시작점이기도 했다. 자퇴에 실패했지만 어쨌든 졸업해서 학교를 떠났고, 이별에 실패했지만 시간이 흘러 결국 헤어졌고, 독립에 실패했지만 서울의 어느 주택 옥탑방에 무사히 눌러앉았기 때문이다. k는 이제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개인이라는 자유주의적 이상을 갈망하는 대신, 지상 위에서의 공생, 혹은 기생의 기술을 탐구하고 있다. 옥탑방에 출몰하는 바퀴벌레와 주거권을 놓고 협상하고, 구석에 은밀히 서식하는 거미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유대감을 형성한다. k 역시 다시 독립하기 전까지는 집주인과 잘 공생하는 법, 옥탑방에 잘 기생하는 법을 고민해야 했기 때문이다.   k는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1.이상한(queer) 만남들   k는 2021년 겨울, 길드다 워크숍 <동물을 퀴어링>으로 문탁네트워크에 처음 접속했다. "온갖 빛깔의 퀴어를 만나고, 고착화된 나의 시선을 비틀어보는 워크샵"이라는 소개가 인상적이었다. 퀴어(queer)는 원래 ‘이상한, 기이한’ 같은 뜻이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성소수자 정체성을 지칭하거나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 등의 근대적 규범에 도전하는 이론과 실천(퀴어링)을 일컫는다. 워크숍에서는...
      k를 퀴어링, 어디로 갈 것인가?     권경덕     k는 지난 10년 동안 실패한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자퇴에 실패했고(맞지 않는 전공 수업을 꾸역 꾸역 들으며 학위를 취득했고), 이별에 실패했고(전 애인과 제때 헤어지지 못해서 흑역사를 만들었고), 독립에 실패했다(호기롭게 독립했지만 7년 만에 다시 부모님 집에 얹혀 살게 되었다). 실패 이전까지 k는 'OO 밖에서'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를 지향했지만, 독립적이고 번듯한 개인으로서의 자유를 추구할수록 불안정함은 커져갔다. 하지만 k의 실패는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시작점이기도 했다. 자퇴에 실패했지만 어쨌든 졸업해서 학교를 떠났고, 이별에 실패했지만 시간이 흘러 결국 헤어졌고, 독립에 실패했지만 서울의 어느 주택 옥탑방에 무사히 눌러앉았기 때문이다. k는 이제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개인이라는 자유주의적 이상을 갈망하는 대신, 지상 위에서의 공생, 혹은 기생의 기술을 탐구하고 있다. 옥탑방에 출몰하는 바퀴벌레와 주거권을 놓고 협상하고, 구석에 은밀히 서식하는 거미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유대감을 형성한다. k 역시 다시 독립하기 전까지는 집주인과 잘 공생하는 법, 옥탑방에 잘 기생하는 법을 고민해야 했기 때문이다.   k는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1.이상한(queer) 만남들   k는 2021년 겨울, 길드다 워크숍 <동물을 퀴어링>으로 문탁네트워크에 처음 접속했다. "온갖 빛깔의 퀴어를 만나고, 고착화된 나의 시선을 비틀어보는 워크샵"이라는 소개가 인상적이었다. 퀴어(queer)는 원래 ‘이상한, 기이한’ 같은 뜻이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성소수자 정체성을 지칭하거나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 등의 근대적 규범에 도전하는 이론과 실천(퀴어링)을 일컫는다. 워크숍에서는...
문탁
2023.07.03 | 조회 304
인문약방 에세이
      버틀러의 새로운 존재론 ‘상호의존성’ 개념정리   기린   1.의존을 질문하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병원 진료가 있어서 우리 집으로 올라오셨다. 혼자 보내는 시간에 책이라도 읽어보시라고 연말에 냈던 내 책을 드렸다. 며칠이 지나 퇴근을 한 나에게 책을 다 읽었다고 했다. 그러고 첫 마디가 “지금까지 이렇게 남들한테 빌붙어 살았냐?”는 반문이었다. 다른 내용도 많은데 유독 백만 원을 벌어 살겠다는 내용과 관련한 부분이 어머니의 심기를 건드렸나 보다. ‘빌붙어 살았다’는 표현을 듣는 순간 버럭하는 마음이 치솟았지만, 숨을 가누고 다음에 얘기하자며 그 순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어머니의 그 표현은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팔십 중반이신 어머니의 인식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공동체에서 경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나의 삶의 방식을 다르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버틀러는 『비폭력의 힘』에서 비폭력을 실천해야 하는 설득력 있는 이유 중의 하나로, 우리 생명체의 구성요소로 사회적 유대관계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곧 “사회적 상호의존성이 생명의 한 속성임을 보편적인 방식으로 언명한” 다음에야, 사회적 유대 관계를 공격하는 폭력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자 무엇에 의존하고 무엇이 각자에게 의존하는지는 저마다 다르지만, 어쨌든 상호적으로 의존하는 관계임을 인식할 수 있을 때에야, 개인 윤리로서의 비폭력을 넘어서는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버틀러는 사회적 존재론의 차원에서 ‘상호의존성’이라는 개념을 가져온다. 이 개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버틀러의 상호의존성   버틀러는 『비폭력의 힘』에서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맞폭력이 필요하다는...
      버틀러의 새로운 존재론 ‘상호의존성’ 개념정리   기린   1.의존을 질문하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병원 진료가 있어서 우리 집으로 올라오셨다. 혼자 보내는 시간에 책이라도 읽어보시라고 연말에 냈던 내 책을 드렸다. 며칠이 지나 퇴근을 한 나에게 책을 다 읽었다고 했다. 그러고 첫 마디가 “지금까지 이렇게 남들한테 빌붙어 살았냐?”는 반문이었다. 다른 내용도 많은데 유독 백만 원을 벌어 살겠다는 내용과 관련한 부분이 어머니의 심기를 건드렸나 보다. ‘빌붙어 살았다’는 표현을 듣는 순간 버럭하는 마음이 치솟았지만, 숨을 가누고 다음에 얘기하자며 그 순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어머니의 그 표현은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팔십 중반이신 어머니의 인식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공동체에서 경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나의 삶의 방식을 다르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버틀러는 『비폭력의 힘』에서 비폭력을 실천해야 하는 설득력 있는 이유 중의 하나로, 우리 생명체의 구성요소로 사회적 유대관계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곧 “사회적 상호의존성이 생명의 한 속성임을 보편적인 방식으로 언명한” 다음에야, 사회적 유대 관계를 공격하는 폭력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자 무엇에 의존하고 무엇이 각자에게 의존하는지는 저마다 다르지만, 어쨌든 상호적으로 의존하는 관계임을 인식할 수 있을 때에야, 개인 윤리로서의 비폭력을 넘어서는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버틀러는 사회적 존재론의 차원에서 ‘상호의존성’이라는 개념을 가져온다. 이 개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버틀러의 상호의존성   버틀러는 『비폭력의 힘』에서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맞폭력이 필요하다는...
문탁
2023.07.03 | 조회 165
인문약방 에세이
      삐침과 빡침 : 마을에서 돌봄을 실천한다는 것은     김윤경       새로운 상상계:시민적 돌봄·난잡한 돌봄   나는 작년에 문탁네트워크에서 돌봄을 공부했고, 올해는 양생을 공부한다. 작년 ‘나이듦’세미나에서 읽었던 『새벽 세시의 몸들에게』 중 전희경의 「시민으로서 돌보고 돌봄받기」 는 나에게 새로운 개념을 선사했다. 바로 ‘시민적 돌봄’이다. 그것은 새로운 종류의 돌봄을 발명해낸 개념이다. 이 새로운 돌봄관계는 ‘가족 돌봄’을 넘어서고, ‘서비스’들과는 다른, 다치고 아프고 늙고 언젠가는 죽어가는 취약한 존재로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연루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의존’이라는 조건을 기본으로 한다. 전희경은 이 보편적이면서 불가피한 공동의 운명을 ‘시민적 돌봄’이라고 명명한다. 감정이 있고 취약하며 동시에 타인을 이해하고 보살필 수 있을 정도로 강하고 다정한 존재로서의 ‘시민’을 상상해보라고 말이다.   또 올해 양생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읽은 『돌봄 선언』에서는 ‘난잡한 돌봄’이란 개념을 나에게 선사했다. 그 개념은 1980~1990년대 에이즈 인권운동 액트 업 활동가인 더글러스 크림프의 에세이 「전염병 중에 난잡할 수 있는 방법」에 근거를 둔 것이다. 에이즈 유행의 원인이 게이들의 성적 난잡함에 있다는 주장에 그는 게이들의 성 문화의 난잡함은 ‘실험적’인 성적 행위를 배가했음을 의미한다고 응수했다. 그는 난잡함이라는 개념을 ‘가벼운’ 또는 ‘진정성 없는’이라는 의미가 아닌 게이들이 서로에 대해 친밀감과 돌봄을 다양화하며 실험한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난 친밀감으로 많은 관계들을 교차하며 난잡하게 돌봄을 실천하자고, 다정하면서 강한 시민으로서 다른 시민을 돌보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올해 초, 한 마을 모임에 참석했고, 다행히 정치적으로 견해가...
      삐침과 빡침 : 마을에서 돌봄을 실천한다는 것은     김윤경       새로운 상상계:시민적 돌봄·난잡한 돌봄   나는 작년에 문탁네트워크에서 돌봄을 공부했고, 올해는 양생을 공부한다. 작년 ‘나이듦’세미나에서 읽었던 『새벽 세시의 몸들에게』 중 전희경의 「시민으로서 돌보고 돌봄받기」 는 나에게 새로운 개념을 선사했다. 바로 ‘시민적 돌봄’이다. 그것은 새로운 종류의 돌봄을 발명해낸 개념이다. 이 새로운 돌봄관계는 ‘가족 돌봄’을 넘어서고, ‘서비스’들과는 다른, 다치고 아프고 늙고 언젠가는 죽어가는 취약한 존재로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연루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의존’이라는 조건을 기본으로 한다. 전희경은 이 보편적이면서 불가피한 공동의 운명을 ‘시민적 돌봄’이라고 명명한다. 감정이 있고 취약하며 동시에 타인을 이해하고 보살필 수 있을 정도로 강하고 다정한 존재로서의 ‘시민’을 상상해보라고 말이다.   또 올해 양생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읽은 『돌봄 선언』에서는 ‘난잡한 돌봄’이란 개념을 나에게 선사했다. 그 개념은 1980~1990년대 에이즈 인권운동 액트 업 활동가인 더글러스 크림프의 에세이 「전염병 중에 난잡할 수 있는 방법」에 근거를 둔 것이다. 에이즈 유행의 원인이 게이들의 성적 난잡함에 있다는 주장에 그는 게이들의 성 문화의 난잡함은 ‘실험적’인 성적 행위를 배가했음을 의미한다고 응수했다. 그는 난잡함이라는 개념을 ‘가벼운’ 또는 ‘진정성 없는’이라는 의미가 아닌 게이들이 서로에 대해 친밀감과 돌봄을 다양화하며 실험한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난 친밀감으로 많은 관계들을 교차하며 난잡하게 돌봄을 실천하자고, 다정하면서 강한 시민으로서 다른 시민을 돌보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올해 초, 한 마을 모임에 참석했고, 다행히 정치적으로 견해가...
문탁
2023.07.02 | 조회 219
일상명상
  버섯에 빠지다                 요요 문탁에서 불교와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불교공부를 계속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나이듦연구소의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존엄하게 늙는 길을 찾고 싶다. 명상적 삶, 일상의 영성, 공동체와 영성, 나이듦과 영성이 풀어야 할 화두라고 생각한다.       장마에 가슴이 두근두근   장마가 시작되었다. 덥고 습하여 불쾌지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나는 장마가 싫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심 격하게 장마시즌을 반기고 있다. 숲에서 버섯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연은 이렇다. 작년 봄 내내 탄천변에서 풀꽃을 탐색하던 내가 여름 장마가 그친 뒤 뒷산 산책을 하던 중 우연히 버섯에 눈이 갔다. 그 뒤로 산에 갈 때마다 눈을 땅바닥에 두고 버섯 찾는 재미에 푹 빠지고야 말았다. 버섯 도감을 샀고, 산책을 다녀 오면 도감을 뒤지며 내가 본 버섯과 비슷한 버섯 그림을 찾고 이름을 확인했다. 도감에서 찾지 못하면 인터넷을 뒤졌다. 버섯 이름을 하나 둘 익히니 버섯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이름도 모양도 재미있는 방귀버섯이며, 닭다리 버섯이며 말불버섯을 발견했을 때는 너무 기뻐서 ‘유레카’를 외쳤다. 십년 넘게 뒷산 산책을 다니면서 그동안은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버섯과 갑작스레 사랑에 빠진 것이다.   가을이 깊어가자 버섯이 사라졌다. 봄이 오면서부터 은근히 버섯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날이 더워지면서부터 마치 아열대성 기후의 스콜처럼 갑작스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버섯에 빠지다                 요요 문탁에서 불교와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불교공부를 계속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나이듦연구소의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존엄하게 늙는 길을 찾고 싶다. 명상적 삶, 일상의 영성, 공동체와 영성, 나이듦과 영성이 풀어야 할 화두라고 생각한다.       장마에 가슴이 두근두근   장마가 시작되었다. 덥고 습하여 불쾌지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나는 장마가 싫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심 격하게 장마시즌을 반기고 있다. 숲에서 버섯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연은 이렇다. 작년 봄 내내 탄천변에서 풀꽃을 탐색하던 내가 여름 장마가 그친 뒤 뒷산 산책을 하던 중 우연히 버섯에 눈이 갔다. 그 뒤로 산에 갈 때마다 눈을 땅바닥에 두고 버섯 찾는 재미에 푹 빠지고야 말았다. 버섯 도감을 샀고, 산책을 다녀 오면 도감을 뒤지며 내가 본 버섯과 비슷한 버섯 그림을 찾고 이름을 확인했다. 도감에서 찾지 못하면 인터넷을 뒤졌다. 버섯 이름을 하나 둘 익히니 버섯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이름도 모양도 재미있는 방귀버섯이며, 닭다리 버섯이며 말불버섯을 발견했을 때는 너무 기뻐서 ‘유레카’를 외쳤다. 십년 넘게 뒷산 산책을 다니면서 그동안은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버섯과 갑작스레 사랑에 빠진 것이다.   가을이 깊어가자 버섯이 사라졌다. 봄이 오면서부터 은근히 버섯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날이 더워지면서부터 마치 아열대성 기후의 스콜처럼 갑작스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요요
2023.07.01 | 조회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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