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 첫회 택산함괘/뇌풍항괘 세미나 후기

봄날
2023-09-10 12:43
198

크리에이티브 주역 시즌1의 다채로웠던 발표회를 뒤로 한동안의 휴식을 가진 뒤 드디어 시즌2 첫시간을 맞았습니다. 이번 시즌은 청년 중심의 목요반과 기존 멤버들의 화요반으로 나누어 시작했습니다. 화요일에는 모두 7명이 모였지요. 이전 시즌의 떠들썩하고 번잡했지만 즐거웠던 분위기와 비교했을 때, 분위기는 다소 조용(?)했지만 7명의 인원이 세미나를 하기에 적당하다는 의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목요반의 상황에 따라 다음 시간에는 다시 통합하는 수도 있겠네요.

 

하경은 우주의 원리를 이야기하는 상경과 비교해서 인륜/인간실천의 도리를 이야기하는 거라고 말하지만, 굳이 해석을 여기에 얽맬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쨌든 하경의 첫번째 괘인 택산함괘는 '감응을 주제로 한 괘'이고 이것을 남녀관계로 해석하는 것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함괘에 이어 나오는 뇌풍항괘는 아예 부부관계라고 말하기도 하구요.  감응은 나와 타자, 혹은 나와 사물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여섯효가 모두 정응이라는 사실이 그것을 대변하지요. 

함(咸)은 감(感)과 통용되며 함께 한다는 의미와 함께 감동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녀간에 끌리는 것처럼 감응을 잘 이야기하는 것도 없지요. 단, 함괘에서는 이 감응의 방식이 '바름(正)'에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우주와 교섭하고 감응하는 것도 그렇고, 사람간에 감응하는 것도 그것이 자칫 사사롭게 집착하거나 일방적인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괘사에 '여자를 취하면 길하다'라고 한 것은 함괘의 전체 에너지가 움직이기 보다는 멈춤, 적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택산함괘에 이어 뇌풍항괘는 천지만물의 조화를 건괘와 곤괘가 서로 감응하듯이, 인륜은 부부관계로 시작된다는 이천의 설명을 따라서 가봅니다. '오래 지속됨' '항상성'을 이야기하는 괘인 항괘는 큰 운동성을 가지고 이 세계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 자체는 변함이 없다는 '역이불역(易以不易)'이 주제입니다.  말하자면 지켜야 할 '항상성'의 내용이 문제인데, 우리가 감응하려는 대상이 올바른 대상인지, 감응하는 방식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잘 살펴서 그렇게 바른 것을  '오래도록' 항상되게 유지해야 하는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야말로 초육의 준항처럼 '지나치게 고집하는 격'이 되는 것이지요. 저는 주역전의의 해석을 충실하게 받아들여 함괘는 남녀관계, 항괘를 부부관계라는 초점을 가지고 발제했습니다만, 목요반의 자누리샘 발제는 그 관계를 굳이 밝히지 않고 있으니, 자누리샘의 발제문도 꼭 한번 읽어보세요.

 

그리고 세미나 시간에 다들 궁금해하던 부분, 즉 주희선생이 함괘나 항괘에 대해 '動靜'을 대비시켰을 때 '고요함(靜)'을 주장한 이유에 대해서도 자누리샘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함괘 초육과 구삼효에 대해 주희가 '마땅히 고요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무엇 때문인지 해결을 못했었는데, 이때의 靜은 움직이기 보다는 머물러서 때와 형세를 살피는 것이 함괘의 때에 중요하다는 의미로 봐야 할 것 같아요.(세미나 때도 이 부분은 대부분이 긍정했지요.) 문제는 항괘의 단전 중 利有攸往 終則有始也에 대해 주희가 또 "動과 靜이 상생함은 순환의 이치이나 반드시 靜이 주장이 된다"고 해석한 연유를 모르겠다는 것이었지요. 그것을 저는 動을 始, 靜을 終에 대입시켜, 끊임없는 변화의 요체는 終이 중심이라고 해석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냈지만, 그것을 그렇게 일대일로 대비시키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의견들이 많았구요. 이것은 '항상성'을 이야기하는 항괘이기 때문에 항상성 자체가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 즉,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이라는 괘의 성격을 감안하면 주희가 고요함을 주장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몇 년 동안 주역을 공부했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 스스로 해석의 틀에 갇혀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하게 됩니다. 그것이 계속 주역을 들여다보게 하는 매력이기도 하겠지만요...

 

다음 발제는 천산둔-구름, 뇌천대장-둥글래님입니다.

월요일 자정까지 메모 및 질문 올려주시는 것 잊지 마시고, 사랑의 댓글 듬뿍 달아주십시요~~~~~~~

댓글 2
  • 2023-09-11 21:15

    주희의 주장에 대해 생각해보신 반장님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3-09-12 07:40

    利有攸往 終則有始也의 주자해석에 대해서는 성리학자들도 모두 한마디씩 할 정도로
    문제적이었네요. ㅎㅎ
    終則有始가 끊임없는 순환으로 항의 성격이고 그것을 주자가 靜으로 본 것같다는 의견이 맞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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