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후기, 잡편과 장자-중국의 실존주의 (4, 5장)

가마솥
2022-11-11 15:21
373

후쿠나가의 『장자-고대 중국의 실존주의』를 마치는 세미나이다. 4장의 제목은 진실재의 세계(도의 철학)이라는 제목이고, 5장은 자유로운 인간이라는 소제목이 달렸는데, 글의 구성이나 내용이 대동소이하여 다소 지루하였다.

 

4장에서 장자는 나와 세계를 존재하게 하는 궁극적이고 근원적인 힘은 무엇인가? 하는 초월론적 물음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재하는 누군가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그러한가? 결론은 만물은 스스로 태어나고 스스로 변화한다. 자연(自然). 이를 편의상 도(道)라고 명명한다. 이러한 도는 어디에 있는가? 하는 동곽자의 물음에 대한 답으로 도를 설명한다. 도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다. 따라서 만물은 각각의 이치를 가지고 있으며, 내가 옳다는 대립과 차별을 멈추고 외물 그 자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 본래의 하나로 지양된 경지, 그것이 진실재 세계(道)의 본질이다. 한마디로 만물은 도의 입장에서 동일하다. 이러한 진실재의 세계는 무한한 시공간의 세계이니 이 지상에서의 세계는 한 점에 불과하며, 이 곳에서 절대 부동한 것, 영원 불변하는 것, 항구적으로 고정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변화하니, 인간은 지금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최선을 다하여 살아 가는 것이 전부라고 말한다.

 

5장에서는 4장의 그러한 진실재의 세계를 깨달은 참된 인간을 진인 혹은 지인, 신인, 성인 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후쿠나가의 글을 따라가 보자. 지인은 만물과 하나의 경지에서 노닌다. 지인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노닌다. 지인은 무심의 경지에서 노닌다. 지인은 강한 주체성을 가진다. 지인은 언어와 지식보다는 행위와 실천을 중시한다. 지인은 자유로운 인간이다. 마치 지인이 되려면 이러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말하는 것처럼 읽혀서 다소 거북하였다. 4장으로 글을 마쳤으면 좋았을 법하다.

 

『장자』, 잡편 외물(外物) 장에서 한자성어 하나를 얻었다. 학철부어(涸轍鮒魚) 혹은 철부지급(轍鮒之急). 莊周(장주)가 집이 가난해서 監河侯(감하후)에게 양식을 꾸러 갔다. 그러자 감하후는, “좋소. 내 고을에서 세금이 들어오는 대로 삼백 금을 빌려 드리겠소. 그만하면 되겠지요.” 하는 것이었다. 장주는 화가 치밀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어제 이리로 오는데 도중에 누가 나를 부르더군요. 그래 돌아보았더니 수레바퀴 지나간 자리에 붕어가 있지 않겠소.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나는 동해의 소신(小臣)인데 어떻게 한두 바가지 물로 나를 살려 줄 수 없겠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 내가 ‘알았네. 내가 곧 오월(吳越) 임금을 만나게 될 테니 그때 촉강(蜀江)의 물을 끌어다가 그대를 맞이하겠네. 괜찮겠지’ 하고 대답했더니 붕어가 화를 내며 이렇게 말합디다. ‘나는 잠시도 없어서는 안 될 것을 잃고 당장 곤란에 빠져 있는 중이오. 한두 바가지 물만 있으면 나는 살 수 있소. 그런데 당신은 그런 태평스런 소리만 하고 있으니 차라리 일찌감치 건어물 가게로 가서 나를 찾으시오.

 

그렇다. 이태원 사고 뒤로 대통령만 빼고 그 밑의 실무 장관, 경찰청장, 소방대장, 구청장 등등의 책임론과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며 난리를 친다. 학철부어(涸轍鮒魚). 토용님의 표현대로 “간단하게 노란 안내선만 쳐놓았어도 될 일”이다.

 

댓글 2
  • 2022-11-11 17:09

    이 도가 마치 감각할 수 없는데 감각밖에 할 수 없다는 그 강도와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ㅋ
    참, 폴리스라인은 제가 아니라 여울아샘 말입니다.

  • 2022-11-12 01:10

    어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들뢰즈의 논문이 68년산이고 이 책의 저자 또한 비슷한 시기에 실존주의를 얘기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같은 시대에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 둘이 다른 얘기를 하는 게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튼 저는 장자를 고뇌하는 존재로 그려내는 것에 계속 의문을 제기했는데, 그런 관점이 실존주의에서 왔음을 알게 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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