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장자는 삶의 양생술이 될 수 있을까?

여울아
2022-07-20 16:47
219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 

<노자>는 상대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양날의 칼, 검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장자>는 세속에서 다치지 않고 잘 살기 위한 방패로 비견되고 있습니다. 

제왕의 정치사상서로 읽히길 바랐으나 <노자>는 사대부들에 의해 삶의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장자> 역시 노장철학으로 인정받기 전까지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이단과 사이비라는 혐의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저자 김시천은 장자가 어떻게 이단과 사이비에서 전통으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를 추적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단은 <논어>에 나오는 말입니다. 2장 16절, “이단을 전공하는 것은 해로울 뿐이다!”

사이비는 <맹자>에 나오는 말입니다. [진심하] "겉은 비슷하지만 속이 완전히 다른 것을 미워한다"

처음엔 <장자>를 사이비라고 말하는 저자의 주장이 낯설었지만, 맹자가 사이비라고 말했던 향원을 생각해보면 송나라때 신유학이 융성하던 시절, 오히려 <장자>가 덩달아 많이 읽혔던 것,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에 그러했던 것 등 유학의 이단이나 사이비라고 지탄받았던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되더군요. 

저자는 이것이 <장자> 자체의 "양의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반유가적이라고 치부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자를 옹호하는 계승자로 읽히는 것을 양의성이라고 합니다. 현재 우리가 읽는 <장자> 위진남북조 시대 곽상이 52편본을 33편본으로 편제한 것입니다. 곽상은 공자를 옹호하는 유학자였고, 노자주를 지은 왕필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따라서 왕필주에는 노자가 아니라 공자가 진정한 성인이라는 시각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곽상 또한 장자가 아닌 공자를 옹호했다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내편을 제외하고 전편에 유학자들을 비꼬거나 바보로 만들어버리면서 유학을 비판하는 것은 "고착화, 규범화되는 성인상에 대한 비판의 차원"이라는 해석입니다. 곽상 또한 장자를 공자보다 한 단계 아래로 평가한다는 것이구요.

 

이와 관련해서 저자의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의 얘기도 많았습니다. 실제 장자의 본문을 보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자가 장자를 입신양명에 좌절한 지식인으로 그리는 순간, 그의 행적은 유가의 면모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가령 혜시와의 만남에 대해 그가 위나라 재상이라는 근거로 장자는 끊임없이 유세하는 입장이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견해로는 맹상군과 식객의 관계라 할지라도 후원자에게 종속되는 관계였다고만 볼 수 없다고 합니다. 혜시와 장자의 관계를 주객이 아니라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로 봐도 좋다는 입장입니다. 

 

5장은 장자 해석의 갈등에 관한 내용인데요. 

저자는 영혼, 정신, 심/신과 같은 비슷한 용어들이 혼재한다는 것, 번역상의 문제, 전국시대부터 한나라때까지 300여년간 저자와 시대가 바뀌면서 쓰여진 책에서 정합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등 3가지로 해석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그는 정신이라는 개념 정리를 통해 정신양생술이라는 해석의 길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정신은 감정과 어떻게 만나는가? 왜냐하면 저자가 무정의 자아라는 양생기술을 제시하는데, 이것은 정신과 관계하기 때문에 정신양생술이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精이 情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이런 저런 장자의 문장들을 가져오고 있지만, 딱히 시원하게 설명되고 있지 않아서 저도 많이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저의 경우는 감정이 정신의 작용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고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우리 책에서는 188p에서 정신은 심의 중요한 특성이거나 몸에 드러나는 상태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박원재)

 

정신의 양생은 <장자> 천운편에서 "우주론과 인간관을 바탕으로 생명을 기르는 수행과 실천"이라고 말합니다. <회남자>에서는 외물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정신의 양생으로 풀이됩니다. 구체적으로는 희노애락의 매임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장자의 진인(眞人 )은 "(감)정"에 매이지 않고 본연의 생명력을 손상시키지 않아야 합니다. 결국 "무정한 자아"는 <장자> 천운편에서 虛無, 無爲로 표현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러한 무정한 자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에 대해 서구학자들은 신비주의적 관점으로 풀어냈다는 것. 정신양생술 역시 신비주의의 갈래에 해당됩니다. 명상법, 내적체험, 외적체험 등을 통해 절대자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리쩌허우의 관점에서 "사람을 개체의 혈육을 가지고 있는 몸으로서의 존재와 어떤 공동체로서의 사회 존재 및 어떤 목적의 수단 존재 사이의 모순과 충돌을 가진 존재로 의식했으며" "인간의 자유문제"를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외물에 의해 부려지는 것'에 항의하여 '물이 다른 물에 의해 부려지지 않는 것'을 바라고,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여 그곳에 돌아가기를 희망했다." 리쩌허우는 인간이 태생적으로 신체라는 한계상황에서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 관계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으로부터 신비주의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인간본성의 회복이라는 관점에 의문을 제기 했는데요. 장자 본문에서 이것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물이 물에 의해 부려지는 것은 무엇이고 왜 장자는 이를 반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했습니다. 장자가 초나라 위왕의 초빙을 거절하는 것이 부려지는 것에 대한 거부가 아니냐, 물리적으로나 심적으로 억압에 대한 저항 아니냐 등등 말입니다. 

 

<산목>편 일화가 한 편 소개되고 있습니다. "나는 쓸모 있음과 없음의 사이에 머물 것이다... 내 몸을 둘 수 있는 곳은 오직 도와 덕의 고장일 뿐이다." 유용과 무용 사이. 이렇듯 가치란 늘 관계에 좌우되며, 상황과 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신양생론은 심성수양론과 달리 규정적이고 정형화된 예를 통한 사회통합과 질서를 지향하기보다는 개체 생명의 보전을 추구하며 어떤 경우 관계로부터의 일탈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심성수양론이나 정신양생론이나 둘 다 주어진 현실 속에서 "(감)정"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서 출발한다고 말합니다. 수양론이 안정된 위계구조를 그리고 있다면 양생론은 불안정한 위계구조에서 개체의 생존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이론적 체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번 그 상황에 따른 대책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양생이고 도덕이라는 것. 

 

6장 장자의 노니는 삶, 遊에 대한 저자의 해석, 유는 놀이나 축제가 아니라 "노닐다"와 같은 삶의 다른 차원과 관련된 것이라는 것. 여기서 일정하게 떠난 삶, 세속적인 삶에서 거리를 둔 삶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삶에 매이지 않고 거리를 둠으로써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찾으려는 것입니다. 떠난다는 것이 무엇이냐 거리두기란? 좀더 자세한 내용이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놀유를 말씀하시면서 가마솥님이 이번 장자를 공부하면서 자신의 삶을 바꾸겠다고 하셨는데, 마침 이 책에서 놀유를 설명하고 다시 들여다볼 것을 얘기하고 있어서 나중에 에세이 주제로 하시면 좋겠다는 권유도 있었습니다. 

 

장자라는 텍스트의 힘일까요? 이번 세미나에서는 처음 문탁을 찾은 분도 있고, 처음 같이 공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서로 섞이며 또 따로 자기 색을 잃지 않는 공부, 장자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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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숙제 안내입니다.

 

1. 읽는 분량은 <소요유> 파트내에서 입니다.

안동림 장자- 27~44p

후쿠나가 미츠지 - 13~53p

왕보 - 305~350p

앨리슨 - 84p~106p

 

2. 메모 쓰는 방법

-메모 분량은 A4용지 1/2~1p이내입니다. 

-메모에는 질문이 포함됩니다.

-메모에는 자신의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자신이 읽은 내용을 요약할 수 있습니다.

-모르니까 질문하겠지만, 메모에는 자신의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한 노력의 궤적을 담습니다. 

-메모를 읽고 친구들은 필자의 문제의식을 이해, 공감, 반론할 수 있습니다.  

-세미나는 각자의 메모를 읽고 이와 관련하여 질의응답으로 진행됩니다.  

 

청소 당번은 세미나 신청순으로 1조(송은석/토용/잎사귀), 2조(윤슬/우연/가마솥), 3조(바이러스/자작나무/여울아) ~~

청소 당번은 9시30분부터 20분 가량 청소를 하시면 됩니다. 문탁2층 전체 바닥쓸기(청소기)/닦기(밀대)/화장실 청소를 각각 분담하시면 됩니다. 그럼, 다음 주는 1조부터 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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