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인문학> 8월 3일 번개세미나 후기

오영
2018-08-04 23:13
367

8월 3일 저녁 7시반 파지사유에서 자누리, 새은, 청량리, 둥글레, 오영 참석



우선 밀양 깻잎 노동자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관련 자료들을 읽었을 때만 해도 이주 노동자들을

열악한 노동환경과 주거로 내몬 고용인들에 대한 분노가 먼저 치밀었다.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개, 돼지만도 못하게 

취급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감정에 휩싸인 것이다. 그런데 마침 청년 길드 캠프 저녁 밥당번이라 근처에 장을

보러 갔다가 엄청 커다란 양파 한 망을 세일가 2900 원에 사가지고 오면서 마음이 무척 착잡해졌다.

이 가격은 또 누군가의 눈물과 땀의 대가일텐데 그 덕을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값싼 농산물로 밥상을 차리며 그  노동으로부터  직접적인 이득을 얻는 소비자로서 나의 입장은 무엇인지 내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미나 중에서도 이주 노동자의 인권이 농업의 특성상 예외조항으로 분류되어 노동자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재의 법적,

제도적 장치를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인가 하는 질문이 제기되었다.

그들을 고용하는 사람들 역시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농업 환경에 놓여있는데 그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값싼 노동력으로 저렴한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민들과 그 농산물로 밥상을 차리는 우리들, 그 덕에 최저 시급을

유지할 수 있는 자본가들,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알면서도 생활 물가를 유지하기 위해서 불법도 묵인하는 정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여러 이해관계들 속에서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 바로 우리의 고민이다.

그렇더라도 당장에 시급한 현행 과제에 집중해야 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넓은 시각으로 세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 판단하기가 참 어렵다. 


밀양인문학 포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게 될 지는 모르지만, 이제껏 우리가 알지 못하던 이주민 노동자의 인

에 관해, 또한 요즈음 벌어지고 있는 난민이나 이주민에 대한 혐오문제와도 관련해서 여러 가지 고민들과 질문들을 서로

나누고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매우 의미 있었다.  

구영필 선생과 관련된 이야기는 근현대사에 대한 우리들의 무지 혹은 무관심에 대한 환기로 이어졌다.

구영필 선생의 경우만이 아니라 독립운동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들이 바로 잡아지지 않는 것은 단지 과거  이명박, 박근혜정부의 

몰지각한 역사 인식 때문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부가 바뀌고 보훈처장관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실무진들의 안일한 대응과 태도는 아마도 근현대사에 대한 우리 모두의

무관심 탓이 아닐가 싶다.  역사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려는 우리의 노력 없이 누군가가 나서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를 바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다.  

아마도 이번 기회가 근현대사에 대한 우리의 무지, 무관심과 편견을 깨고 새로운 배움을 일깨우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역사가 아주 멀리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와 가까운 이들의 인내와 고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음을 경험하게 되면

역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달라지지 않을까.

이것으로 공식적인 밀양인문학 사전 세미나 일정은 끝났으나 비공식적으로(?) 수요일 오후 2시에 또 한 번의 세미나가 있을

예정이니 아직 참여하지 못한 분들은 꼭 참석하시기를! (자누리샘에게 연락바람. ^^)


관련 자료는 문탁 2층에 있으니 언제든 읽어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댓글 1
  • 2018-08-06 13:02

    세미나할때는 쌤들 얘기를 이해하기 급급했는데

    그래도 자료만 볼때와는 다르게 여러 생각이 들게 되네요 

    머리가 무거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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