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치약국 쌍화탕이 생추어리에?

경덕
2024-02-2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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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일리치약국 로이쌤께서 이런 문자를 주셨어요.
 
"경덕~ 연대기금에서 새벽이생추어리에 쌍화탕 보내려는데 주소 알 수 있을까요?"
 
헉. 일리치약국 쌍화탕이 새벽이생추어리에 보내진다니! 그렇지 않아도 이사 프로젝트로 활동가들 심신이 지쳐 있다는 소식이 들려서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너무나 반가운 문자였습니다. 이제 저는 돌봄 활동가도 아니지만.. 멀리 떠난 생추어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도 하지 않지만.. 중간에서 이런 역할이라도 할 수 있으니 이 또한 기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새벽이생추어리 주소는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저도 아직 이사 간 생추어리에는 가보지 못했습니다ㅠ) 거주 동물들과 활동가들에게 위협이 되는 일들이 종종 있고, 전염병과 살처분 정책과 관련해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어서, 지금은 안전을 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쌍화탕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 생추어리 활동가와 의논을 했고 3가지 방법 중에 선택해야 했습니다.
 
1) 경덕이 일리치약국에서 쌍화탕을 전달 받은 후에 직접 택배로 보낸다.
2) 아직 새로운 새벽이생추어리에 가보지 못한 경덕이 겸사 겸사 쌍화탕을 들고 돌봄을 다녀온다.
3) 생추어리에 방문하는 다른 활동가를 통해 전달한다.
 
동천역 승강장에서
 
이런 방법들을 염두에 두고 일단 저는 일리치약국에서 쌍화탕을 전달 받았습니다. 그런데 걱정이 되었어요. 지하철에 뭘 잘 두고 내리는 저였기에... 더구나 이후에 어딜 들렀다 집에 가야 했기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습니다. 쌍화탕을 들고 저는 박채영님의 <이것도 제 삶입니다> 북토크에 참석했어요. (사회자는 <어쩌다 유교걸>을 쓴 고은님이었어요!) 채영님은 문탁과도 인연이 깊다고 들었어요. 저는 영화도 보고 책도 읽으며 채영님이 '섭식장애와 함께한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조만간 열리는 섭식장애인식주간 행사에도 참여하신다고 해요!) 끝나고 채영님 싸인도 받고 고은님과 같이 사진도 찍었어요. 비슷한 시기에 책을 낸 두 작가님을 동시에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어요. (쌍화탕을 들고 저보다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를 먼저 시작 고은님을 만나서 더 뜻깊었던!) 
 
경덕은 어디에?
 
며칠이 지나 새벽이생추어리 워크숍에 활동가 전원이 모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새벽이생추어리 구조 개편으로 새생이(운영활동가)는 총 9명이 되었어요. (새벽이, 잔디와 함께 지내며 돌봄을 전담하는 새생이 3명, 수도권에서 교육 및 대외활동을 하는 새생이 6명.) 거주하는 지역이 멀어져서 새생이들이 쉽게 한 자리에 모일 수 없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번 워크숍에 맞춰서 쌍화탕을 보내면 새생이들 모두가 쌍화탕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지요.
 
마침 저랑 같은 동네에 사는 새생이 B가 있어서 저는 B에게 워크숍에 쌍화탕을 들고 갈 것을 부탁했죠. B는 흔쾌히 수락했어요. 그런데 또 한번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쌍화탕을 B에게 미리 전해줘도 될 것을, 저는 굳이 지하철역 앞에서 B를 배웅하겠다며 워크숍 당일에 만나기로 한 겁니다. 새벽에 출발한다고 해서 am 6:00, 역 앞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설마 못일어나겠어? 그런데 설마... 저는 알람을 듣지 못했습니다ㅠ 그런데 B가 전화를 했을 때는 눈이 번쩍 떠졌고... 저는 잠옷 차림으로 외투만 걸치고 역까지 뛰었고... 숨은 턱까지 차올랐고... 다행이도 너무 늦지 않게 B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는 B에게 쌍화탕을 기차에서 놓고 내리지 말 것을 당부한 후에(누가 누굴 걱정...), 저는 다시 돌아와 이불 속으로 들어갔죠.
 
6:00 에 만난 B
 
쌍화탕은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새생이들은 워크숍 중에 쌍화탕을 모두 맛보았고 합니다. 새벽이생추어리 인스타 스토리에도 쌍화탕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새생이들 카톡 메세지]
- 어제 이거 마시고 엄청 잘 잤어요!!!!! 감사합니다
- 진짜 쌍화탕을 맛봤네요..! 감사해요
- 쌍화탕 너무너무 감사해용
- 맛있어요 쌍화탕! 감사해요
- 애정이 타고 타고 파도처럼 왔네요^^
 
로이샘께는 쌍화탕이 잘 도착했다고만 말씀드렸는데, 나름 우여곡절이 있었던 중간과정은 이렇게 문스탁그램을 통해 소상히 전합니다^^ 쌍화탕으로 연대해주신 문탁네트워크 연대기금과, 일리치약국 선생님들께, 그리고 새벽이생추어리를 지지해주시는 선생님들께 (새벽이생추어리 전 보듬이로서, 혹은 현 배송 활동가로서)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댓글 10
  • 2024-02-24 09:52

    새벽이 생추어리에 쌍화탕이 잘 배달되고, 활동가들이 잘 드셨다니 기쁩니다.
    무사히 배달해 준 경덕님도 감사해요~~

  • 2024-02-24 11:07

    와, 저 멋진 쌍화탕-새벽이(잔디?) 사진은 이런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거네유~~ ㅋ

    • 2024-02-24 16:20

      잔디요! 새벽이면 벌써 상자 초토화.. ㅋㅋ

  • 2024-02-24 12:05

    과연 쌍화탕은 잘 전달되었을까하는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읽었어요^^
    날이 갑자기 추워졌는데 활동가분들이 큰 탈 없이 보듬이 활동하시길 바래봅니다.

  • 2024-02-24 13:55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군요.~

  • 2024-02-24 16:53

    보통 쌍화탕이 아니네요!! 경덕 고마워요~

  • 2024-02-24 17:02

    ㅎㅎㅎ 정말 '작전'을 수행하셨군요... 고생하셨어요! 고생많으십니다 생추어리팀분들~ 잔디랑 새벽이도~

  • 2024-02-25 06:56

    우와~ 너무 고생하셨어요 🙂

  • 2024-02-25 07:21

    아 저는 사진만 보고 새벽이랑 잔디도 쌍화탕 슬쩍 맛보았나 했네요 ㅋ

  • 2024-02-25 14:22

    왕 완전 첩보작전 ㅋㅋㅋ 잠옷차림으로 달렸을 길을 떠올리니 ... 제가 다 등골이 서늘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