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의 설날 풍경...

우현
2024-02-12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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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새해복은 받으셨는지요~

 

저는 명절때마다 어무니의 고향인 해방촌과 아부지가 계시는 춘천을 오갔었는데요, 올 해는 시간적 여유도 없고, 춘천까지 움직이기가 지쳐서 해방촌만 다녀왔습니다. 설 전날 밤에 부랴부랴 도착했는데,  이 동네 골목이 참 이뻐요. 사람이 적은 명절에는 특히 더 이쁩니다. 

 

 

마지막 사진 저어 뒤편에 보이는 게 108계단(하늘계단)이랍니다. 정겨우니 참 좋은 공간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흉물스런 엘레베이터가 생겼어요. 처음 생겼을 당시 저게 뭐냐며 막 욕을 했는데, 알고보니 전부터 발이 넓기로 유명하신 저희 할아버지께서 후암동 복지센터 회장님이셨고, 다리가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위해 추진한 사업이라고 하네요..; (삐질..)그렇지요.. 정겨운 모습도 좋지만 실제로 해방촌엔 어르신들이 많이 계시니 저런 것도 필요한 게 현실입니다.

 

 

오랜만에 본 이모 삼촌, 사촌들. 어무니쪽이 육남매에다가 각각 자매들에게 아이들이 둘씩 있어가지고, 풀 멤버가 모이지도 않았는데 너무 복잡하고 정신없습니다. 어릴 때와 달리 삶의 배경이 많이 달라져서 이젠 모여도 딱히 대화거리를 찾기 힘들어요. 그럴 땐 뭐 있겠습니까. 술먹고 윷놀이에 고스톱이나 치는 거죠.

 

 

이 열기가 느껴지시렵니까. 유독 '낙'을 많이 던지시던 '날라리이모'(젊을 때 날라리처럼 노셔가지고 아직도 호칭이 그렇습니다)가, 하필 전 턴에 '빽도'를 친 상대팀을 '개'로 잡고 역전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오른쪽엔 역전당해 괴로워하는 사촌동생도 보이네요. 저날 내내 '낙녀'라며 놀림받다가 역전을 잡아낸 이모의 뜨거운 눈물.... 명절때마다 드라마 한 편씩 써내는 게 저희 후암동집 전통이라지만, 이번 설은 정말 '명작'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동천동... 연휴 마지막날에 날씨도 죽여줬지만, 저는 지하에 있는 카페에 틀어박혀 책을 읽고 <사회학 세미나> 자료를 만듭니다...(줄만 쳤는데 몽당 연필이 된 저 색연필이 보이시나요ㅎ) 이번 주에 <철학 입문>도 개강하고, <꼴랩> 전시도 있고, '로이'팀 개소식 때는 크루와상 공연도 있고,  <1234> 발표날도 다가오고... 숨 쉴틈이 없네요. 이번주는 축구도 쉽니다. 저 많은 일들 중에 잘 풀리는 게 한 개도 없지만, '낙녀'의 타이틀을 딛고 '우승'한 우리 날라리 이모처럼... 날라리 우현이 간다~~

 

댓글 8
  • 2024-02-12 23:59

    공부하는 우현이를 자주 보는군요^^

  • 2024-02-13 07:58

    날라리 이모처럼 우현이도 한 때 날라리였다는 전설이 문탁에 떠돌지 않을까요?^^
    설연휴에도 공부하는 우현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군요. 이렇게 좋을 수가!!

  • 2024-02-13 09:44

    상0벽0, 0세지0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혹시나 동티날까봐 입밖으로 꺼내 말하지 못합니다.
    뜬금없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에 빙의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저러나 해방촌의 저 추억의 108계단에 엘베가 설치되었군요^^

  • 2024-02-13 09:46

    날라리 우현~~ 날아라~슝~

  • 2024-02-13 12:54

    동네 진짜 이쁘다~

  • 2024-02-14 14:02

    윷놀이 한판 뜨자. 우현아.....
    가우바위보 하고는 다르겠지? 그쟈......

  • 2024-02-15 09:48

    ㅋㅋㅋ 사진에서 저는 얼굴이 정확하게 드러난 세 자매가 어찌 그리 판박이인지...거기서 웃음이 빵!

  • 2024-02-15 21:25

    역시 명절엔 윷놀이쥐~~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