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끝의 버섯> 1회차 후기

동은
2023-12-26 14:40
273

 

버섯세미나 1회차입니다!

제가 버섯 세미나라고 하면 항상 읽은 사람들이 뭐라뭐라… 이건 버섯 책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대한 어쩌구 … 상품경제와 선물경제가 어쩌구… 라고 막 하시는데 항상 그 마지막에는 “그래도 버섯 이야기이긴하지…”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드디어 그 정체를..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ㅋㅋ

 

이미 많이 읽힌 책이라 누가 과연 저와 읽어주실지 걱정이 되었는데 요요쌤, 진달래쌤, 그리고 오며가며 얼굴을 뵈었던 호수쌤과 처음 뵙는 티니맘님이 와주셨습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효주쌤과 르꾸쌤도 오실 거에요. 세상에, 무려 7명이나 되네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셨습니다.

 

저희는 1장까지 읽었는데요, 1장까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칭이 이 책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던 것 같습니다. ‘송이버섯’으로부터 출발해서 오늘날 자본주의가 쓸고 지나가 교란시킨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칭이 새롭게 지칭하는 여러 용어들이 있어서 저희는 우선 그것을 살펴봐야겠다 싶었습니다.

 

책에서 나온 단어들을 나열해보면… 배치, 패치, 확장성, 안정성, 불안정성, 불확정성, 진보, 교란, 얽힘, 협력… 여러가지가 나온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교란이 무엇인지 가장 모호했던 것 같습니다. ‘교란된 환경’이 무엇을 의미하냐는 거였죠. 무엇을 교란이라고 하는 것인가? 오염과는 다른가? 얼마나 교란되어야 교란되었다고 하는 것인가? 이와 관련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중에서도 칭이 예시로 나온 오리건주의 숲처럼, 중국의 소규모 다품종 봉제공장처럼 자본주의의 상품경제로 만들어진? 그렇게 되어버린 곳에서부터 ‘알아차려야 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글 앞에서부터 밝혔듯이 칭에게는 맑스주의적인 시선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말하는 ‘교란’은 자본주의의 결과물일 수 밖에 없는 거죠. 하지만 그것을 ‘비판’한다거나 ‘개선’시키기 위한 시도는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문제적이라고 말할수는 있으나, 그 과정이 옳지 못하다고 말할수는 있으나 이야기의 중심은 ‘교란’ 자체에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교란’ 그 다음, ‘교란’을 적나라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들에 집중하라!라고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생계활동이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존재방식이 있는지…. 이렇게 저처럼 헷갈려하지 않기 위해서 칭은 ‘진보’ 없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진보의 방향은 한 방향입니다. 우리에게는 이미 진보가 깊이 내제되어 있어서 그러지 않기 아주 어렵다고 하죠. 칭이 말하는 교란은 긍정도, 부정의 의미도 아닌 겁니다.

 

티니맘님은 책의 내용 중에서 ‘어떤 모임이 부분들의 합보다 더 큰 사건이 되는가?’ 부분이 인상깊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칭이 ‘배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했던 말이에요. ‘배치’는 교란된 상태가 어떻게 놓여져 있는지를 말합니다. “삶이 얽혀 있는 방식의 열린 배치” 각각의 요소들이 어떤 리듬과 조화를 이루게 되는지, 배치 속에서 존재하는 생물들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지… 그것은 때로 방해하고 먹고 먹히고 협력합니다. 우리는 그 존재들이 어떻게 마주치게 되는지, 그리고 그들의 존재방식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칭은 오리건주 숲에서 송이버섯 채집가들을 연구하며 그 알아차림과 마주침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경고합니다. 이건 절대로 … 요약되지 않는다고 ㅎㅎ 요약되지 않고, 오히려 난잡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힘들거라고 말이에요. 맞아요. 1장에서도 잠깐 이와 관련된 얘기가 나왔는데 재미있던 것도 잠시, 저는… 좀 지루하군.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책을 읽으면서 그 난잡함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계속 따라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세미나에서 처음 뵙는 분들이 많아서 신나네요 ㅎㅎ

다음시간에 만나요 ..! 다음 발제는 호수쌤이 해주시기로 하셨습니다 ㅎㅎ 

댓글 3
  • 2023-12-26 15:15

    미국산 송이버섯을 검색해 보니 2008년에 우리나라에 처음 수입되었다는 기사가 나오네요.
    미국 오레곤 주에서 채취한 자연 송이라고 나옵니다.
    기사를 보니 책에 나온 대로 미국 송이는 98%가 일본에서 소비된다는군요.
    그런데 그 뒤에 미국산 송이에 대한 기사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는 소비가 그다지 많이 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음식점에서 사용되는 지는 모르겠지만요.
    '양양 송이'에 대한 기사만 나오네요. ^^;;
    색이 우리나라 자연 송이보다 희다고 합니다.

    KakaoTalk_20231226_151342372.jpg

  • 2023-12-28 21:41

    요약되어선 안 될 걸 요약하려니 난감하더라고요. 네, 요약하기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발제해야 했겠지만....

  • 2023-12-29 10:09

    저는 오리건주의 숲에서 자라는 폰데로사 소나무, 로지폴 소나무를 알게된 것도 기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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