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학원론> 여덟번째 후기 - 이제 '원'인가요

곰곰
2023-09-25 23:00
190

지난 시간엔 3권 ‘원’ 으로 들어갔다. 

먼저 정의가 나오는데, 원의 중점으로부터 그은 직선(반지름) 또는 지름이 같은 원을 (크기가) 같은 원이라 한다는 것, 어떤 직선 또는 원들이 서로 만나지만 자르고 지나가지 않으면 ‘접한다’고 말한다는 것, 원의 중점에서 그 직선에 수직이 되도록 그은 선이 있을 때, 그 길이가 같으면 원의 중점에서 같은 거리, 더 길면 더 멀리 있다고 말한다는 것 등등 기본 개념에 관해 10개가 나온다. 

 

 

 

 

 

 

 

 

 

 

그리고 따라서 법칙 37개가 나온다. 지난 시간엔 법칙 10번까지 공부했고, 이번주 마지막 시간엔 20번까지 공부하기로 했다. 여울아샘은 지난 시간에 컴퍼스와 자를 선물해 주셨는데… 원 부분에서 요긴하게 잘 쓰이고 있다. 친절하신 반장님!

 

 

 

그 중 두 가지를 소개하자면, 

 

법칙 1. 어떤 원을 주었을 때 그 중점을 찾으시오.

귀류법은 ‘A가 아니라면’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해 모순이 나타남을 보여주고 따라서 A가 아니라는 가정이 잘못되었다는 식으로 A임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공부한 법칙들은 주로 귀류법을 사용해서 증명하고 있는데, 법칙 1 역시 그러하다. 

 

먼저 다음과 같이 작도한다. 원 ABC 위의 임의의 점(A,B). 선분 AB를 긋고 그 중점을 점 D라고 하자. 점 D에서 선분 AB와 수직인 것을 그리고 원과의 두 교점을 점 C, E라 한다. 선분 C, E의 중점을 F라 하자. 이제 점 F가 원 A,B,C의 중심임을 보이면 된다. 

 

 

점 F가 아닌 다른 점 G가 원 ABC의 중점이라 하자. 선분 GA, GD, GB를 그린다. AD = BD 이고 CG가 공통이며 GA = GB(반지름)이므로 두 삼각형 GCA와 GCB는 합동이다. 따라서 각 AGD = 각 GDB 이다. 그리고 직선의 한 점에서 다른 어떤 직선을 세웠을 때 이웃한 두 각의 크기가 같으면, 그 각들은 둘 다 직각이다. 따라서 각GDB = 90도이다. 그런데 각FDB도 직각이라고 했다. 각FDB = 각GDB = 90도가 되어야 하므로 모순이다. 더 큰 것과 더 작은 것이 크기가 같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점 G는 원ABC의 중심이 될 수 없다. 같은 방법으로 점 F를 제외한 어떠한 점도 중심이 될 수 없으므로 점F가 원ABC의 중심이다. 그러므로 주어진 원의 중심을 찾을 수 있다. Q.E.D. 

 

법칙 7. 주어진 원의 지름에서 중심(중점)이 아닌 어떤 점에 대하여 그 점에서 원둘레의 위의 임의의 점까지 선분을 그리면, 그 중 가장 긴 선분은 윈의 중심을 지나는 것이고, 가장 짧은 것은 지름에서 긴 선분을 뺀 것이고, 다른 선분들도 원의 중심에 가까운 것이 먼 것보다 더 길며, 길이가 같은 선분은 쌍으로 존재하며, 가장 짧은 선분의 양쪽 영역에 하나씩 존재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작도한다. 원 ABCD의 지름이 AD이고 중심이 점 E. 원의 중심이 아닌 선분 AD 위에 점 F를 잡는다. 점 F로부터 지름 AD로 나누어진 원둘레의 같은 쪽 원둘레 위의 임의의 점 B,C,G가 있다. 세 선분 FB, FC, FG를 그린다. 

 

첫 번째 증명: 선분의 길이는 FA > FB > FC > FG > FD 순이 된다. 

  1. FA > FB 인 이유. 세 선분 BE, CE, GE를 그린다. 그러면 삼각형 BEF 에서 두 변의 길이의 합은 나머지 한 변보다 크기 때문에 EB + EF > BF 다. 그런데  AE = BE 이므로 FA > FB이다. 
  2. FB > FC 인 이유. 두 삼각형 BEF와 CEF에서 BE = BE (둘다 반지름)이고 FE는 공통으로 같고, 각BEF > 각CEF 이므로 FB > FC 이다.
  3. FC > FG 인 이유도 2번과 방법은 동일하다.
  4. FG > FD 인 이유. FG+FE > EG 이고 EG = ED 이므로 FG + FE > ED 이다. 양변에서 각각 FE를 빼자. FG+FE - FE > ED - FE => FG > FD 이다. 

    그러므로 FA가 가장 크고 FD가 가장 작으며 FB > FC 이고 FC > FG 이다. 

 

두 번째 증명: 점 F에서 원 ABCD의 원둘레 위의 두 점까지의 거리가 같은 선분 두 개가 가장 짧은 선분 양쪽에 하나씩 존재한다.

선분 EF의 점 E에서 각 FEH = 각 GEF 되도록 원 둘레 위에 두 점 G, H를 잡는다. 선분 FH를 그린다. 그러면 두 삼각형 EGF, EHF에서 GE = EH(둘다 반지름)이고 EF는 공통으로 같다. 그리고 각 GEF = 각 HEF 이므로 두 밑변 EG, FH는 길이가 같다. EG = FH.

 

세 번째 증명: 점 F로부터 원둘레 위의 임의의 점까지 그은 또 다른 선분은 없다. 

선분 FG의 다른 쪽 원둘레 위에 점 K가 있고 선분 FK의 길이가 FG와 같다고 하자. 그러면 FK = FG, FH = FG이므로 FK = FH 이다. 이것은 점 F와 원의 중심을 지나는 선분으로부터 더 가까운 선분의 길이가 더 먼 선분의 길이가 같으므로 불가능하다. 즉, FK > FH 인 것에 모순이다. 따라서 FG의 길이인 점 F로부터 선분 FG의 반대쪽 원둘레 위로의 점까지의 선분 FH가 유일하게 존재한다. Q.E.D.

 

요즘 이런저런 작도를 하면서 기하학이 수학인가, 예술(미술)인가 경계가 모호하다 생각이 든다. 예전에도 수학이라고 하면 더하기, 빼기, 나누기, 곱하기 뭐 이런 것들을 떠올렸는데, 작도는 숫자나 수식 없이 그림만 주구장창 그리니까 수학하고는 좀 달라 보였다. 작도뿐만 아니라 기하학도 사실 수학이라기에 좀 모호할 때가 있다. 숫자를 다루는 학문인 수학에 왜 그림을 그리는 작도가 포함되었는지 의아했다. 

 

그런데 사실 애초부터 기하학과 수학이 밀접한 관계는 아니었다고 한다. (<적분이 콩나물 사는데 무슨 도움이 돼?>책을 참고함) 수학이 기하학과 연결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유클리드 기하학은 도형을 그리고 보조선을 긋고 합동을 찾고 각을 구하는 등 논증기하학이다. 그런데 데카르트가 좌표평면을 만들어낸 이후로는 모든 도형을 좌표평면 위에 올려놓고 기하학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좌표기하학 또는 해석기하학 말이다. 이때부턴 도형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중학교 때까지는 논증기하학 관점에서 도형문제를 해결했다면, 고등학교 때부터는 해석기하학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한다.

 

 

중학생에겐 3, 4, 5센티미터 직각삼각형이 고등학생에겐 (0,0)(3,0)(3,4)의 점이 세 꼭짓점인 삼각형이 되는 것이다. 복잡하게 길이가 얼마고 각이 얼마고 이런 설명 필요없이 그냥 꼭짓점 좌표만 말하면 되니까 훨씬 편리해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수학시간에 연산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라니까 이상하지만 좋기도 했던 내가 고등학생이 되어서부턴 수포자가 되었으니...  더없이 안타까운 일이 되고 말았네요? ㅋㅋ 

 

그나저나 함께 공부하신 진공묘유샘이 사정상 마지막 두 시간을 못 나오게 되셨다. 그 빈 자리가 얼마나 큰지 모르겠다. 흑 ㅜㅜ 부디 아프지 말고 잘 지내요. 우리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죠? 

댓글 1
  • 2023-09-27 04:45

    원을 그리면서 좀더 명료해진 것 같아요. 삼각형이 최고라고 ㅎㅎ(피타고라스 정리 만세) 어째 원을 증명하는데 삼각형을 그릴 일이 더 많아졌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곰곰님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왜 고등수학이 싫어졌는지 저도 핑계가 생겼습니다. (아닌가 초등부터인가...) 그저 데카르트의 좌표기하를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까지의 우리 공부에 감사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진공묘유님, 새로 시작한 일에 잘 적응하시고, 건강한 일상을 회복하길 바랄게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487
<세계 끝의 버섯> 2부 후기 (6)
호수 | 2023.12.28 | 조회 209
호수 2023.12.28 209
486
<세계 끝의 버섯> 1회차 후기 (3)
동은 | 2023.12.26 | 조회 273
동은 2023.12.26 273
485
<세계 끝의 버섯> 번개세미나 모집합니다! (4회) (11)
동은 | 2023.11.26 | 조회 880
동은 2023.11.26 880
484
<기하학원론> 아홉번 째 후기 - 삼각형은 위대하다 (2)
여울아 | 2023.10.04 | 조회 174
여울아 2023.10.04 174
483
<기하학원론> 여덟번째 후기 - 이제 '원'인가요 (1)
곰곰 | 2023.09.25 | 조회 190
곰곰 2023.09.25 190
482
<기하학원론>일곱번째 후기-작도는 상상이 아니다 (3)
여울아 | 2023.09.19 | 조회 219
여울아 2023.09.19 219
481
<기하학원론> 여섯번째 후기 (3)
진공묘유 | 2023.09.12 | 조회 216
진공묘유 2023.09.12 216
480
<청년, 루크레티우스를 만나다> 저자 민호와의 만남의 자리! 후기입니다~ (2)
동은 | 2023.09.06 | 조회 222
동은 2023.09.06 222
479
<기하학원론> 다섯번째 후기 (2)
곰곰 | 2023.09.04 | 조회 201
곰곰 2023.09.04 201
478
<기하학 원론> 네 번째 후기 - 연속의 원리
여울아 | 2023.08.29 | 조회 156
여울아 2023.08.29 156
477
<청년, 루크레티우스를 만나다> 저자와의 만남에 초대합니다~ (8/31) (2)
고은 | 2023.08.24 | 조회 806
고은 2023.08.24 806
476
<기하학 원론> 세번째 후기 (2)
진공묘유 | 2023.08.22 | 조회 178
진공묘유 2023.08.22 178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