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학원론> 여섯번째 후기

진공묘유
2023-09-12 18:34
216

Q. 삼각형 세 내각의 합은 왜 180도 인가?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상식중의 상식, 삼각형 세 내각의 합 = 180도에 대해 우리는 얼마만큼의 사유를 해보았던가? '당연한 것들에 대한 약속' 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지나쳐버리고 있는가에 대해 조금 진지해져 보기로 했다. 

 

매일 밤 촛불을 켜고 두근거리며 증명을 했다던 링컨과 아인슈타인 어린이와는 거리가 멀지만 우리는 "하나라도 확실히!" 라는 테마로 명제 32번을 기쁜마음으로 증명해보았다. 

 

명제 32. 삼각형의 한 변을 길게 늘여라. 이 때 생기는 외각의 크기는 다른 두 내각을 더한 것과 같다. 따라서 삼각형의 세 내각을 더하면 직각을 두 개 더한 것과 크기가 같다. 

 

유클리드의 명제들은, 삼각형을 만드는 방법에서 시작하여, 1권 법칙 27번부터 평행선 이론을 확립한다. 그것은 그 다음부분인 법칙 33,34에서 부터 삼각형들의 넓이, 평행사변형들이나 사각형들의 넓이를 다루기 위함이다. 하나의 법칙은 다음 법칙으로 이어지며 확장되어 간다. 그래서 정신줄을 놓으면 안된다. 

 

<기하학원론>에서는 32번을 증명하는 방법을 여러가지로 꼼꼼하게 정리해 보여준다. 그 중 몇가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32번의 전제는 그리하여 법칙 29번의 엇각과 30번의 평행하다 라는 시작점에서 출발한다. 

 

1번 유클리드식은 선 CE를 선 AB와 평행하게 놓음으로써 '엇각들은 크기가 같다'이기 때문에 1번들의 각이 같고, 또한 서로 평행하기에 2번들의 각이 같으며, 따라서 나머지 3번의 각만을 더하면 직각을 두개 더한 것과 크기가 같다는 것이 증명된다. 

 

 

 

2번 탈레스식은 (탈레스는 태양에 비친 그림자를 이용하여 피라미드의 높이를 구한 수학자로도 유명하다)  정삼각형을 두개 붙여놓으면 각과 크기가 같은 6개의 각들이 공통인 꼭지점을 채우거나, 직각삼각형을 직사각형으로 만들거나, 어떠한 삼각형이든 사각형으로 만들어 삼각형의 두배가 됨을 추론하여 얻을수 있다. 

 

 

 

 

3번 피타고라스학파의 증명은 "유클리드의 증명 못지않게 산뜻하다"고 책에 표현되고 있다. 이 증명은 또한 어떤게 사실임을 일반적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언급하고 싶을 때, 아리스토텔레스가 흔히 예로 들었다고 한다. 그의 [형이상학]에는 "삼각형의 세 각을 더하면 어째서 직각의 두 배가 되는가? 왜냐하면, '한 점 주위의 각들을' 더하면, 직각의 두 배가 된다. 그러니 한 꼭짓점에서 변에 평행하도록  직선을 '위쪽으로' 그으면, 그 그림을 보기만 하여도 쉽게 알 수 있다." 라고 나와있다고 하며, "한 점 주위의 각들" 이라는 말은, 피타고라스학파의 작도와도 어울린다. 

 

점 A를 지나 BC에 평행 평행한 선 DE를 그려주면, 엇각과 평행선의 정의에 따라 A점 주위로 3각을 모아, 

직각의 두배인 180임을 산뜻하게 증명할 수 있다. 

 

 

 

 

4번 티바우트의 방법 (1809년) 은 '서로 다른 점들'을 축으로 하여 직선 BD를 삼각형의 세 외각을 더한 것만큼 회전시켜 '직각의 네 배만큼' 회전한다. 

 

 

 

 

 

기하학에서 가장 대단한 법칙

 

법칙 42,43,44를 연속으로 증명해보면 이거야 말로 고진감래,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의 순간임을 온몸으로 느낄수 있다. 내가 증명을 하다니 말이다. ㅠㅠ

 

법칙 44의 정의는 어떤 선분, 어떤 각, 어떤 삼각형을 주었을 때, 주어진 선분과 각을 가지는 평행사변형을 만들되, 그 넓이가 주어진 삼각형의 넓이와 같도록 만드는 것이며, 이것을 통해서 우리는 어떠한 모습의 평행사변형을 주든, 그것과 각들의 크기가 같고 넓이가 같으면서, 주어진 직선을 한 변으로 가지는 평행사변형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빼고 남는것 혹은 노먼 

 

개인적 희열의 순간은 평면기하학 마지막에 등장하는 gnomon (노몬)의 개념이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에서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노몬은 평행사변형의 도형에서 한쪽 귀퉁이가 본체와 동일한 모양으로 떨어져 나가고 난 후의 모양을 뜻하는데, 도형을 잘 들여다보면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서 다양한 것들이 보인다. A에서 C까지 이어지는 대각선을 기준으로 대칭되는 도형들을 하나씩 빼더라도 '빼고 남는것'들은 대칭이다. 또한  마치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 그 대각선은 기울어져 있음이 ,,, 불완전이 아닌 완전함의 형상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도 된다. 

 

 

 

조이스 소설속의 노몬은 이렇게 떨어져 나간 부분처럼 인생에서의 불완전한 부분을 탐색하고, 알아차리고, 반응하는 역할을 한다. 모호함과 미스테리로 그는 적절한 끝맺음도, 어떠한 부연설명도 없이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그냥 던져주고 떠나버렸다. 그 떨어져나간 조각을 "너무 가볍게 빠진 부분을 채워 넣어 전체를 만들어 낸다"는 우리의 독서 행위는 위험하면서도 또한 즐거운 일이다. 

 

유클리드의 증명을 통해 배운것이 있다면, 삶의 모호한 조각을 찾아내기 위해선  내가 가진 어떤 선분, 어떤 각, 어떤 삼각형이 무엇인지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작도할 수 있고, 증명해 낼 수 있으며, 그런 다음에야 그 평행사변형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지, 평행사변형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진화할 것인지 볼 수 있는 감각과 상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는 조이스의 이야기를 하나의 상징으로 단정하지 말것이며 또는 우리 삶의 스토리를 '불확정성의 원리' 선상에 남겨두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다시 유클리드를 읽어보자!!!! 

 

댓글 3
  • 2023-09-12 19:15

    아니!! 조이스의 노몬!
    아는거 나와서 괜히 반갑....ㅋㅋ
    진공묘유샘! 힘을 내요. 곧 적응 될거예요.

  • 2023-09-12 19:45

    감동적입니다~~

    지난 겨울 몰랐네요. 제임스 조이스 소설에서 그노몬/노몬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일, 이 당시 아일랜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기하학(증명)을 배운다고 했던 일들... 올 여름 제가 콤파스로 작도하고 앉아있을 필연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네요. ㅎㅎ

    후기 쓰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2023-09-16 22:11

    수포자라 기하학은 잘 모르지만, 조이스 소설 첫 단원의 첫 주석이라 찾아보긴 했는데.. 'gnomon' 이런 뜻이었네요..
    "인생에서의 불완전한 부분을 탐색하고 알아차린다. 내가 가진 선분,각을 아는것."
    영,수를 종횡무진하는 진공묘유샘, 대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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