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학 원론> 세번째 후기

진공묘유
2023-08-22 17:13
180

<유클리드 원론>에는 23개의 정의, 5개의 공준, 9개의 공통 개념이 나온다. 5개의 공리로 표현하는 곳이 대부분인데 이 책에서는 공준으로 출판이 되었다. <기하학원론> 해설서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읽은 정의와 공준은 갈릴레이에 비하면 가독성이 탁월했다! 그리고 무척 짧아서 맘에 들었다. 우리에게 어깨뽕을 가득 넣어주었다. 아주 잠시 동안 말이다. ^^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수학책이며, 스피노자 또한 유클리드의 편찬 방식을 모방해 정의-공리-정리-계의 형식으로 에티카를 저술 하였다고 하는데 그 차이점을 알아보도록 하자. 알아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정의, 공리 그리고 공준

 

정의는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하는 것으로써 일종의 약속이다. 뒤 따라올 철학적 토론에 앞서 그 세계의 질서, 약속, 기초인 셈이다.

 

공리(axiom)는 주어진 이론 체계 안에서는 증명 없이 참(truth)으로 받아드리는 명제를 일컫는 말이다.

 

공준은 요청이라고도 하며, 공리와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인다. 공리가 일반적으로 여러 학문적 영역에서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자명한 명제라고 하면, 공준은 각 영역별로 자명하게 받아들여지는 가정으로 공리가 일반적 학문이라면, 공준은 ‘기하학 분야에서는~’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또한 공리는 항상 참 이지만 공준은 부정될 가능성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약간 다르다.

 

공리와 공준에 대해 정의하고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유클리드의 공준에 그럴만한 사연이 길게 있기 때문이다.

 

공준은 아래와 같다.

 

(다음이) 요구된다고 하자.

 

1) 어떤 점으로부터 어떤 점으로 직선을 긋기가 요구된다고 하자. 

 

2)또 종료된 직선을 계속해서 직선으로 연장하기가 (요구된다고 하자.)

 

3)또, 어느 중심과 어느 간격으로든 원을 그리기가 (요구된다고 하자.) 

 

4)또, 모든 직각이 서로 같다는 것이 (요구된다고 하자.) 

 

5)또, 한 직선이 두 직선을 가로질러 동일한 쪽의 내각들(의 합)을 두 직각(의 합)보다 작게 만들면 그 두 직선은 (합이) 두 직각(의 합)보다 작은 (내각)들이 있는 쪽으로 무한히 연장되어 한데 모인다는 것이 (요구된다고 하자.) 

 

 

Q. 공준은 ‘공리가 부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몇번 공준이 부정되었을까?

 

A. 오지선다형 문제에서 애매하다면 가장 긴 답을 찍으면 대충 맞는다. ^^ 정답은 5번.

 

<기하학원론>은 영국의 토마스 히드(1861-1940)가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수학자들의 중요한 저작들을 종합, 참조, 번역, 출판한 것이다. 히드는 원전 뿐만 아니라 많은 번역자, 편찬가들의 다양한 해석과 주석까지도 꼼꼼하게 종합해 놓았다.

 

공준 5번은 후대의 수학자들이 2,000년 이상의 세월에 걸쳐서 증명하려고 시도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많은 공격을 받은, 이 책에서 장장 42페이지를 할애한 오늘 후기의 주인공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모순 없이 성립함이 밝혀지면서 공준 5는 '증명할 수 없음'이 증명되었다. 이들이 증명한 이론들을 내가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고, 증명이 안됨을 증명했기에, 역사적 흐름의 부분에 더 중점을 둔 후기를 작성하기로 했다. (공준 5번이 왜 문제가 되는지 조차의 문제에서부터 나는 문제가 있는 상태이다. 괴롭다... ㅠㅠ)

 

유클리드 기하학은 유클리드가 구축한 수학 체계로 평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이론들이다. (특히 1~4권) 문제가 된 공준 5번 (평행선 공리라고 불림)을 가지고 우리의 똘똘이 수학자들은 1~4번의 공준을 가지고 5번 공준을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단다. 왜냐하면 뭔가 직관적이지 않고 복잡한 느낌적 느낌에서 뭔가가 이상했다고 한다. 

 

'주목할 만한 시도들'이라는 소제목으로 히드는 우리에게 프톨레미, 프로클루스, 나시라딘, 왈리스, 사체리, 람베르트, 르장드르 7인의 증명방법을 소개해 준다. 그 중 르장드르는 1794년부터 죽는 1833년까지 계속해서 그의 증명을 업데이트하며 평생을 평행선이론에 바친다.

 

2,000년 이상을 계속해온 그들의 증명 베틀은 19세기에 이르러서야 토리누스, 가우스, 로바체프스키, 볼리야, 리만 등의 수학자들로 이어진다. 볼리아의 경우 아들의 건강을 걱정한 그의 아버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진다.

 

“제발 포기하거라. 평행선 공준에 몰입하는 것이 네 시간과 건강, 평온, 행복을 모두 앗아갈 것 같다.”

 

그런데 그의 집념은 결국 평행선 공준이 ‘독립적’ 이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동력이 되었고 평행선 공준을 따르지 않는 새로운 기하 세계에서의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창시하기에 이른다.

 

“아버지, 저는 무로부터 신세계를 창조했습니다.” 라고 그는 그의 아버지에게 서신을 보냈다.

 

직각이 아닌 상태로 무한히 연장되다 두 평행선이 만난다는 것이 그리 이상하고 딴지를 걸 일인지 고민을 하다 보면, 이게 평면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보다 하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이르게 된다. 왜냐하면 평면에서는 아래의 그림과 같이 그냥 말이 되기 때문이다.

 

 

 

수박을 자른다고 상상해보자. 그 선은 원통형 수박을 한바퀴 돌아서 다시 만난다. 그리고 수박은 반으로 쪼개진다.

 

일단 여기까지만 이해를 하고, 다시 똘똘이 수학자들에게로 돌아가보자.

 

결론을 다시 반복하면, 마침내 평행선 공리가 1~4번의 공리로부터 유도될 수 없음이 증명되었고, 더불어 이들은 평행선 공리가 성립하지 않는 기하학을 만들었고 이를 비(非)유클리드 기하학이라고 부른다. 다시 반복하자면, 유클리드 기하학이 평면에서 일어나는 평면 기하학이라면, 비유클리드 기하학에는 구면기하학이라고 볼 수 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다시 구면기하학, 쌍곡기하학, 타원기하학으로 나누어 지며 그것은 다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과 연결되지만, 우리는 평면기하학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하고 간절한 기도와 함께 오늘의 후기는 이쯤에서 마치도록 하겠다.

 

"아! 위대한 볼리야여. 나에게 유클리드를 포기하지 않을 힘과 지혜를 주소서!!" 

 

댓글 2
  • 2023-08-22 17:33

    이런 역사를 몰랐으면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리만이 뚝딱 만들었다고 오해할 뻔. 이미 유클리드의 공준5는 문제적이었근요...

  • 2023-08-22 18:26

    겨우겨우 내용을 알 것 같기도 한데...? 싶어 기분이 살짝 좋아질려다가도 막상 말로 옮기려면 아... 아직도 제대로 모르는구나... 아무것고 아는 게 없구나... 인정해야 하는 시간의 연속입니다. 그런 와중에, 그리고 바쁜 일정에도 잘 정리해주신 묘유샘에게 감사 ^^

    수백년의 시간동안 공준 하나를 두고 평생동안 증명에 증명을 거듭해 왔다는 많은 똘똘이 수학자들이 참... 놀라워요 제발 그만두라는 만류에도 불구라고 말이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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