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의 도는 비하고 은하다'고?!

자작나무
2023-09-2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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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넘는 방학을 끝내고 개학을 드디어 했다~~~ 사실 개학은 2주 전에 했고, 후기 쓰기를 깜박하고서는 이렇게 묵힌 후기를 쓰게 되었다. 사실 방학을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방학을 하고나면 하던 공부에 맥이 좀 끊기는 건 맞는 말이다.ㅎㅎ 물론 그렇다고 방학이 없기를 바라진 않지만^^

 

우리가 이번 시즌에 읽고 있는 <중용>도 이미 반은 넘었다. 앞의 11장까지는 <중용> 전체 장의 뜻을 밝힌 내용으로 가득 찼다면, 12장부터는 도의 體와 用에 대한 세부적인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가령 12장은 "군자의 도는 費하고 隱하다"는 구절로 시작한다. 그리고 주자는 이에 주석을 달길, "비는 쓰임이 넓음이요, 은은 體가 은미함이다"고 했다. 그래서 도의 쓰임이 얼마나 넓은가 하면, 글 속에 나오는 시로 보자면, "솔개는 날아 하늘에 이르는데 물고기는 연못에서 튄다." 세상사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도의 쓰임이라는 말이다. 물론 도의 본체는 얼마나 은미한지, 솔개가 하늘을 날고 물고기가 연못에서 뛰는 그 '所以然'은 보고 들어 미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학은 형이상학에 대해서 그다지 말하지 않았다는데, 여기서는 전부 도가 어쩌고 저쩌고다. 물론 노자가 말하듯 도는 황홀하고 그윽하고 뭐 어쩌고 그렇게 설명되지 않는다. 도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지 않고 사람이 도를 행하는데 사람을 멀리한다면 그건 도가 아니라면서 도는 바로 일반인들도 능히 알고 능히 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쉼 없이 말한다.

 

이번에 읽은 17, 18, 19장은 순임금과 문왕/무왕/주공이 등장한다. 앞에서 도가 어쩌고 저쩌고 한 것과는 달리 갑자기 역사의 한 단락이 끼어든 듯한 양상인데, 이 장들은 왜 들어와 있는 걸까. 주자의 설명에 의하면, 앞장들에서 도의 비와 은을 주위의 필부필부, 즉 나/너의 작은 것들을 가지고 말했다면, 큰 것들을 가지고 말한다면 그것이 순/문/무/주공이 나라를 세우고 다스리는 일들에서도 말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이 나라를 창건하고 다스린 것은 어찌 보면 도의 넓은 쓰임의 하나일 뿐이고 그들이 왜 나라를 세우고 다스릴 수 있었는지 그 소이연은 은미하고도 은미하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다? '정성'을 다하는 것?! 

 

특히나 18장 19장은 장례와 제사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우리가 알듯 모르듯 가지고 있던 내용들이 대거 나온다. 장례는 죽은 사람이 중심이 되어 그 사람의 신분에 맞게 하고, 제사는 지내는 사람이 기준이 되어서 그 신분에 맞게 한다. 또한 장례 치뤄지는 자는 死者이고, 亡者는 장례를 치뤄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볼 수 없음을 이른다. 또 이번에 쇼킹했던 내용은 천자가 3년상을 치른다고 했는데 그 3년이 25개월이라는 것이었다. 24개월=2년 하고 1개월이 더해져서 3년이 된다는 셈법인데 ... 속은 느낌이다. 게다가 상을 치를 때 임금의 하루를 1달로 계산한다는 말도 들었다. 헐...물론 임금이 3년 동안 국정을 돌보지 않으면 나라가 개판이 되리란 건 상상이 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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