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이상을 담은 <초사> 굴원의 '이소경'

느티나무
2023-04-1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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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진보>에 실린 첫 번째 글은 굴원의 시 <이소경>이다. 시지만 워낙 길고 유명한 그리고 명문이기에 아마도 첫머리에 놓였나 보다. 하지만 읽기가 쉽지 않은 터라 맨 나중에 읽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에 <고문진보-후집>을 끝내는 마지막 시간에 읽게 되었다.

나는 궐원이라는 인물을 예전 사기를 읽을 때 들어보았다. 그리고 그의 시 “이소(離騷-슬픔에 젖어)”는 신영복선생님의 <담론>에서 ‘어부사’와 함께 <초사>라는 시의 형식으로 소개된 글을 읽은 것이 전부였다. 그때의 기억으로 굴원은 비운의 정치가 정도로 기억되었고 그의 시는 뭔가 슬프고 어려운 시인가 보다라는 인상으로 남아있었다.

<고문진보>에는 제목이 ‘이소경(離騷經)’이라고 되어있다. 원제목이 이소(離騷)인데 왜 뒤에 경(經)을 붙인 것인지 예심샘께 물어본다는 걸 깜박했다. 내맘대로 짐작해 보면 아마 이 시가 그만큼 뛰어나고 많이 읽히고 인용되기 때문에 뒤에 경(經)을 붙인 거라 짐작했다.

‘이소경(離騷經)’이 너무 길어서 두 번에 나누어 읽었는데, 첫 시간엔 무슨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도대체 맥락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다만 뭔가 억울함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시간이 되자 조금 익숙해진 탓인지 첫 시간보다 읽기가 수월해지고  굴원의 갈등이 무엇인지 조금은 파악할 수 있었다.

‘왕의 곁에서 충신으로 살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선비로서의 고고한 지조를 지키며 살 수가 없고, 초야의 선비로 자존심을 지키며 살기엔 너무 외롭다. 현실과 타협할 것인가, 버리고 떠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굴원의 고민이 담겨있다.

신영복선생님은 <담론>에서 ‘북방의 문학으로서 절박한 삶의 아픔을 노래한 <시경>에 비해 <초사>는 남방의 느긋한 삶 속에서 만들어진 지식인 고유의 이상을 노래한 시’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6언체의 자유로운, 춤추는 리듬의 노래 <초사>에 최초로 실명으로 등장하는 작가가 바로 굴원이라고 한다.

선생님은 ‘어부사’를 예로 들면서 ‘현실과 이상의 지혜로운 조화’의 담론을 강의하고 있다. ‘이소경’에서 보이는, 우리를 계속 헷갈리게 했던 굴원의 자문자답이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면서 현실의 변화에 지혜롭게 대응하는, 그런 ‘지혜로운 현실주의’에 대한 반성”이라는 것이다. 이 해석을 들으니 굴원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우리가 공부를 하면서 때론 희망하고, 때론 허무주의에 빠지게 되는 바로 그 지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담론의 한 대목이다.

“현실과 이상은 반드시 함께 있습니다. 그래서 ‘이상’은 ‘현실의 존재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은 우리의 인식 속에서 끊임없이 이상화되고 반대로 이상은 끊임없이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이소경'의 자세한 내용은 콩땅의 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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