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철학학교 1회차 후기: 칸트, 내겐 너무 어려운 그에게 한 걸음...

봄날
2024-02-16 20:44
310

뒤돌아보니 철학학교는 2021년 시작했더군요. 그러니까 올해로 4년째이고, 첫해는 오프라인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코비드로 인해 계속해서 온라인으로만 진행됐었습니다. 21년에는 『서양철학사』와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읽었고, 22년에는 들뢰즈 『차이와 반복』을, 23년에는 17세기 대표적인 철학자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라이프니츠를 허덕거리며 읽었지요. 그리고 올해 칸트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줌으로 계속하다 보니 오프라인으로 하는 것이 오히려 낯선 시간이 되었던 첫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색함은 잠시, 풍성한 간식과 반가운 얼굴을 직접 마주하는데다 버퍼링과 충돌없이 이어지는 토론은 '세미나는 이 맛이지'하는 생각을 들게 했지요.

올해 철학학교는 튜터인 정군샘을 비롯해서 전교1등 가마솥샘,  호시탐탐 전교1등을 노리는 전교2등 세븐샘,  독특한 철학이해의 세계를 가지신 아렘샘, 잔잔하고 예리한 호수샘, 나의 벗 진달래샘 등 계속해서 철학학교를 함께 하는 기존 멤버와 함께 새롭게 공덕영님과 양승규님이 합류한 9명의 어벤저스로 출발했습니다.

 

감이당에서 동양고전을 공부했다는 덕영님은 "뜬금없는 철학적 질문을 들어주고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있어 반가웠다"는 뜬금없는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청년이 철학하면 저렇게 되는 건지, 암튼 우리 사이에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양승규님 역시 여태까지 문탁에 접속한 분들과는 이례적인 이력을 가진 분입니다. 지금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는데, 목회하는 가운데 계속해서 철학공부도 하는 중이라고 하시네요. 이분 저력이 만만치 않으실 것 같습니다.  암튼 두분 모두 반갑습니다.  올 한해 칸트의 숲에서 지지고 볶으며 잘 지내보아요.

 

첫시간은 칸트의 3대 비판서 중 <순수이성 비판>의 서론을 가지고 세미나를 했습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책을 읽고 질문을 올리면 그것을 중심으로 토론을 전개하는 것인데, 많지 않은 분량의 내용이 어찌나 어려운지...ㅠㅠ  공부방에서 주로 옆에 앉는 정군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그렇게 간신히 책을 한번 읽고 어떻게 이해를 하냐, 열심히 읽어라, 그래야 이해하는 부분도 생기고 질문도 생기지 않겠냐..."네네, 맞습니다. 이렇게 정군샘이 진짜로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제가 찔려서 그랬습니다.  암튼 올 한해도 고생문이 훤히 열렸다고 봐야 합니다.

 

제일 먼저 세븐샘은 선험적/초월적 번역이 헷갈린다고 말합니다. 세븐샘은 언제나 세밀하게 텍스트를 분석하고 원문과 비교하면서 문제제기합니다. 놀라울 뿐입니다. 어쨌든 결론은 앞으로도 계속 헷갈릴 것이고, 문맥이나 지시하는 상황에 따라 선험적이거나 초월적인 측면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맞나요?)

 

선험적 인식이 꼭 보편적/필연적이어야 하냐는 아렘샘 질문도 (저로서는)황당했지만, 질문을 도출하는 과정의 설명이 저한테는 유익했습니다. 

 

세 종류의 명제가 나옵니다. "모든 물체는 연장적이다."(분석명제) "모든 물체는 무겁다"(종합명제) 그리고 "모든 변화는 그 원인을 갖는다"(선험적 종합명제) 암튼 분석명제와 종합명제에 대해 이번 시간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구별할 수 있게 됐는데...또 모르죠. 다른 명제를 구별하라고 하면 아마도...못할 것 같습니다. 인과성에 대한 가마솥샘의 치밀한 분석이 돋보였구요.

 

호수샘은 물체의 개념에 포함되어 있는 '연장성' '불가투입성' '형태' '무게' 등등의 요소(?)가 아무래도 해결이 안되나 봅니다. 그래도 다른 거는 해결해 가시잖아요! 

 

뒷머리가 뻐근해갈 즈음, 형이상학에 대한 칸트의 기획을 묻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칸트는 형이상학의 정초자인가, 파괴자인가?라는 다소 과격한 세븐샘의 질문과, 칸트가 학문으로서의 형이상학이 가능하다고 여겼을까?하는 아렘샘의 질문은....아직까지는 우리가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아니, 끝까지 대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순수이성비판은 칸트에 있어 형이상학을 예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 이 대답은 순수이성비판을 지나 실천이성비판까지 나아가야 얻을 수 있는 결론일까요?  정군샘은 그것에 대한 대답은 아니라고 해도, 어쨌든 칸트로 인해 20세기 형이상학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다고 단정짓네요.

 

휴~한숨이 나오네요. 이 노정에서 나는 과연 어떤 것이나마 얻을 수 있을까....

그래도 한 마디 덧붙이자면,

재밌었어요!!!!

 

댓글 6
  • 2024-02-17 13:38

    뭔가 자꾸 떠드는 소리를 듣다보면 괜히 뭔가 아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경지... 저는 뭐 그 정도만 얻어가면 만족입니다. 정군샘 말마따라 '한번만' 읽을 일은 없을테니까요....
    샘들이 하시는 말씀과 질문이 책보다 나은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ㅎ 그리고 우리에게는 에세이에 준하는 발제급 질문을 써오시는 전교 1등과 항상 보강 자료로 빈 곳을 채워주시는 전교 2등이 있습니다.

    더불어....
    양선생님과 덕영샘의 참여로 '그 밥에 그 나물' 혹은 '고인물 저장소'란 소리를 면하게 되었습니다. 두 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아울러 떠나신 요요샘과 남아서 닥달중인 정군샘이 마련해주신 선물도 감사합니다.

  • 2024-02-17 21:00

    아! 저는 오프라인 세미나 느무느무 좋았습니다. 북적북적 한 것이 해떨어지고 나면 휑하던 공부방에 활력이 도니까 좋더라고요 ㅎㅎㅎ
    사실 우리가 그동안 사실상 '사이버 친구' 뭐 그런 거였는데 말이죠.

    그리고 첫시간 세미나도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동칠샘께서 제기해주신 번역어 문제나, 아렘샘의 선험적인 것의 보편-필연성 문제나, 가마솥 샘의 '순수'에 대한 의문과 분석, 진달래샘의 개념들 강의 차이에 대한 질문, 호수샘의 이전 철학의 개념들이 칸트에서 어떻게 전유되는지에 관한 질문 등 나눴던 이야기들이 첫 시간에 걸맞게 <순수이성비판>과 칸트 철학 전반을 개괄하기에 좋은 질문들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뉴페이스 두분이 합류하신 게 진짜... 크흡...눈물 좀 닦고요... 어찌나 반갑던지요.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신지 모르는 세모 샘께서 말씀하셨던 '여기 너무 이상하다'는 그 부당한 규정을 극복하고 '우리도 새 멤버를 받을 수 있다!'를 증명한 첫 시간이었습니다. ㅎㅎㅎㅎ
    앞으로 일년 즐겁게 공부해 보아욥!

  • 2024-02-17 23:20

    담백한 후기네요. 봄날샘처럼 어깨 힘을 툭 빼고 쓴 글이 늘 부럽습니다.
    덕영샘, 승규샘이 새롭게 합류해 반가웠습니다.
    칸트 책이 벽처럼 느껴지지만 모든 분들 덕분에 든든하고 기대가 됩니다.
    우리 모두 파이팅요.

  • 2024-02-18 09:39

    정말 오랜만에 밤늦은 시간에 세미나를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일을 다시 해 봅니다.~
    근데 서울서 오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이제 집이 멀다고 찡찡대지도 못할 것 같아요.
    그래도 오프라인이라 묻고 싶은 게 있을 때 바로 바로 물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새로 오신 덕영샘과 승규샘 반갑습니다~

  • 2024-02-18 10:47

    철학학교 수업을 오프라인으로 한게 저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토론하는 표정, 느낌, 분위기가 바로 전달되어서 좋았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잠시 안드로메다를 갔다 올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단점도 있디만......ㅎㅎㅎ

    '순수'에 꽂혔습니다.
    요즘 1234 발표로 정군님이 추천한 마뚜라나의 '자기생성과 인지'를 읽고 있는데요.
    그가 '인지'를 설명하면서 관찰자의 시점을 이야기 합니다.
    자극에 반응하는(감각으로 받아들이는) 신경생물학적 뉴론은 결정론적인 반응을 보일 뿐인데,
    관찰자의 시각으로 (언어로)기술된 인지는 하나의 독립적인 상호작용 영역에서 자기-정향적인 행동으로부터 출현하는 교감적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표상되는 (경험)세계인 뉴런의 분석으로는 알 수 없는, 이 교감하는 상호작용 영역
    이것이 칸트가 말하는 선험적, 형이상학 영역이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칸트는 이것을 언어적으로 기술하려고 범주를 만들고 감각-지성-이성 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어쨌든, 많은 철학자들에게서 소환되는 칸트를 그의 비판서로 직접 읽을 수 있어서 흥미진진 하고요,
    새로운 학인을 두 분이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주저하시지 마시고, 마음 껏 질문을 던져 보십시요.
    문탁 철학학교는 다 담아 드립니다! ㅎㅎㅎ

  • 2024-02-19 23:57

    ‘이성’이라는 단어만 보고 겁도 없이 서양철학 입문을 칸트로 하게되었습니다(ㅜ_ㅜ). 그런데 첫 세미나를 하면서 겁이 없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 이해하지도 못했고 어렵기도 하였지만, 두 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있을 만큼 흥미진진하였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철학가들의 열띤 토론 현장을 직관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ㅎㅎ 그리고 사소한 질문도 친절히 알려주셔서 넘 감사했습니다. 누(?)가 되지 않도록 저도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합니다! 언젠가는 선배님들처럼 멋지게 토론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일년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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