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철학학교시즌4] 라이프니츠 읽기 [모나드론] 마지막 후기

스르륵
2023-12-10 01:23
301

모나드론의 마지막 시간이자 에세이데이만을 남겨둔 2023철학학교의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데카르트에서 시작하여 스피노자를 거쳐 라이프니츠에 이르는 시간은 실은 언제나 제게는 여긴 어디, 나는 누구의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어쨌든 이렇게 끝을 보게 된다는 건 후련한 일이긴 합니다. 물론 잘 버티다가(?) 마지막 후기를 또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입니다. 아렘샘은 마지막 후기의 무게를 에세이의 무게로 퉁치는 가슴 썰렁한 농담 아닌 농담을 하셨지만 뭐 실은 미친 후기를 쓰고 싶어도 그렇게 주름을 펼칠  수 없는 제 심정도 매우 애석합니다.

 

실은 모든 철학자들이 어려웠지만 라이프니츠는 ‘모나드’에서 시작하여 ‘단순 실체’, ‘개체적 실체’, ‘영혼과 엔텔레키’, ‘완전 개체 개념’, ‘복합 실체’, ‘실체적 형상’, ‘물체적 실체’까지 실체와 관련된 개념들을 이해하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온전하게 그 맥락을 이해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모나드들의 힘과 능동/수동이라든지, 신은 모나드인지 아닌지, 정군의 모나드는 있는지 없는지 등등도 여전히 어렵고, 또 데카르트와 스피노자의 신과 라이프니츠가 말하는 신은 서로 어떻게 다른지, 자유의지는 그래서 있다는 말인지 없다는 말인지, 하여 루비콘 강을 건너지 않은 시저와 죄를 짓지 않은 유다는 어떻게 볼지도 여전히 알쏭달쏭합니다.

 

특히 이번 시간  무수한 토론을 양산했던  60절에서부터 거의 후반부까지 이어지는 영혼과 육체의 결합체로서의 개별 생명체와 심신 상호관계 문제에서 불거지는 물체와 모나드의 관계성 역시 여전히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제가 명심하고 있는건 라슨생님은 자꾸 물체를 ‘물체'로 오해하게 설명하고는 있지만 물체는 물체가 '아니라고' 봐야한다, 여기서 육체와 영혼의 관계는 테카르트의 이원론과 스피노자의 평행론을 떠올리게 하지만 결국 일원론으로 봐야 라이프니츠의 규칙과 일맥상통할 수 있다는 것, 그 정도랄까요.

 

더불어 이번 시간에 언급되었던 라이프니츠가 엔텔레키를 가져다 쓰는 이유가 뭔지, '지배적' 엔텔레키의 진짜 의미가 무얼지, 또 불멸하는 영혼과 윤회하지 않는다는 영혼, 그리고 역시 불멸한다는 육체의 의미, 그래서 죽음도 없다는 라이프니츠의 여러 심오한 주장들은 곧 만나볼 유능하신 여러 샘들의 에세이에서 그 힌트들을 발견할 수 있겠죠?

 

다가올 에세이(두렵...)에서 혹 언급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라이프니츠의 철학이 현대와 전통을 조화시키는 매력을 갖고 있다는 점, 또 그와 동시에 여러 모순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들은 차치하더라도 접혀져 있다는 주름에서 '운명'에 대한 묘한 위로와 긴장을 함께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물론 간혹 분노(?)와 한숨을 유발하긴 했지만 무엇보다 샘들의 미친 학구열 덕분에 얼떨결에 철교세미나 중간자퇴의 유혹을 떨치고 어쨌든 1년 수료를 달성했다는 것이 더 좋기는 하지만 말이죠. 이 모든 것이 '신'의 조화로운 계획에 상응하는 일이었겠지만 말입니다. 1년 동안 많이 수고하셨고 많이 감사합니다.

댓글 9
  • 2023-12-10 10:49

    스르륵님의 후기를 읽자니 라이프니츠에 대해 명석판명이 아니라 애매모호로 남은 게 하나 둘 떠오르는데
    그중 어느 것 하나도 만만하지가 않네요. 공부한 시간이 짧아서 그렇다고 위안삼고 싶습니다.ㅎ
    에세이 부담을 무릅쓴 마지막 후기, 감사합니다!

  • 2023-12-10 11:34

    쌤, 후기 재밌어요. 다들 어찌 그리 쉽게쉽게 재밌게 쓰시는지 그저 감탄만 나네요. 라이프니츠는 다 읽고나니 다시 처음부터 읽어야될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드는 특이한 철학자인 것 같아요 ㅋ 라이프니츠 세미나 재밌었습니다.

  • 2023-12-10 11:36

    저는 전부터 스르륵샘의 후기를 많이 기다렸답니다 흐흐. 마지막 후기라는 부담을 안고서 쓰셨다지만 역시나 넘 다정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읽었어요. 고맙습니다. 이럴 줄 미처 몰랐는데 올해는 제게 신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눈 한 해가 되었습니다.

  • 2023-12-10 11:48

    아 이토록 멋진 후기라니!! 스르륵샘 담주에 제가 책 한권 선물하겠습니다 <순수이성비판>이라고, 아주 쉽고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랍니다.(후후후후)
    (그리고 마지막 후기를 스르륵샘께 강요해버린 나님 칭찬합니다 ㅋㅋㅋ)

    • 2023-12-10 11:54

      철학교다운 아주 논쟁적인 댓글입니다. 역시 튜터로서 완벽하십니다.

  • 2023-12-10 14:14

    코끼리 뒷 다리인지 앞 다리인지 - 다리가 아닐수도 - 모르면서 스르륵샘과 함께 예습이랍시고 읽었던 시간이 있어서 이번 철학학교가 좋았습니다. 물론 세미나하고 나면 늘 '오매 그게 아니가벼'해서 늘 깜짝 깜짝 놀랐지만요. 라이프니츠는 뭔가 매력이 있는데 말을 못하겠습니다. 저는 그냥 매트릭스로 퉁치고 있습니다.

  • 2023-12-10 21:13

    스르륵샘의 후기를 읽으니 시즌2부터 합류했던 2023 철학학교가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물론 마지막 에세이 쓰기가 남아 있지만요. 모든 분들 덕분에 책 읽기는 고통스러웠지만 행복한 세미나였습니다. 스르륵샘 맛깔난 후기 감사해요. ^ ^

  • 2023-12-12 11:41

    오호호~ 저도 라이프니츠를 나머지 둘과 달리, 일원론으로 보는 것에 일단 동의합니다^^ 그것이 잘 완성되었는지와는 별개로 그의 바람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2023-12-15 19:15

    철학 공부하는 이유가 새로운 개념을 공부하면 그것을 일상에 적용하는 재미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개념이라는 것이 항상 이것이라는 것인지, 저것이라는 것인지 알쏭달쏭합니다. 손에 잡힐 듯 말듯...... 인생이 그렇죠? ㅎㅎ
    스르륵 샘의 분투가 저의 분투로 오버랩됩니다.
    한해 동안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내년에 또 만나는 것은 ekd근, 예정조화되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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