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고전학교] <진시황본기> 후기

도라지
2023-09-01 22:20
753

진시황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친숙한 느낌이 들었지만, 막상 진시황본기를 읽어보니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단편적으로 주워들어 알고 있던 몇 가지 사건들이라고 해도 겨우 최초의 통일 제국 진, 분서갱유, 아방궁, 불로초 뭐 이정도.... 

 

진시황제(秦始皇帝)는 진나라 장양왕의 아들. 장양왕이 진나라의 인질로 조(趙)나라에 가 있을 때 여불위의 여자였던 조희를 얻어 시황을 낳았다. 여불위열전에 따르자면, 여불위가 아버지일 수 있다고도 한다. 시황의 이름은 정(政), 성은 조(趙). 13세 때(기원전 247년) 장양왕이 죽고 정이 왕위를 이어 진왕(秦王)이 되었다. 20살에 친정을 하기까지 승상이었던 여불위가 섭정을 하였다. 여불위는 10만 호에 이르는 봉지로를 받고 문신후(文信侯)로 불렸는데, 이사(李斯)가 사인(舍人)으로 있었고, 몽오(蒙驁), 왕기(王齮), 표공(麃公) 등이 장군이었다. 진시황 9년 노애의 반란을 진압하면서 이후 여불위도 힘을 잃는다. 기원전 221년 진시황은 통일 제국을 이룬다.

 

지난 시간 '여불위열전'에서 보았던 노애는 그냥 그런 가십 속의 음탕한데 야망있는 캐릭터 정도로 등장했는데 이번 진시황본기를 보니 그 세력이 대단했었던 것 같다. 본문에서 보면 "노애(嫪毐)가 장신후(長信侯)에 봉해지니 산양(山陽) 땅을 주어 그곳에 살게 하고, 집, 마차, 옷, 원유(苑囿), 사냥 등을 노애 마음대로 하게 하니, 크고 작은 모든 일을 노애가 결정했다."라고 나오고 "노애를 사로잡는 자에게는 1백만 냥, 죽이는 자에게는 50만 냥을 준다는 영을 내렸다."고 하니 진시황이 분명 여불위와 노애를 묶어 한방에 보내고자 한 큰 그림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본문에 위료가 했다는 진시황에 대한 묘사는 유명하다고 한다.

 

“진왕이란 위인은 매부리코에, 째진 눈, 사나운 짐승 같은 가슴팍, 승냥이 같은 목소리를 갖고 있다. 각박하고 호랑이나 이리 같은 마음을 갖고 있어 자기 급하면 기꺼이 다른 사람 밑에 처하지만 뜻을 이루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잡아 먹는다. 내가 보잘 것 없는 몸인데도 나를 보면 늘 내게 몸을 낮춘다. 진왕이 천하에 대한 뜻을 이루고나면 천하가 모두 그의 노예가 될 것이다. 그와는 오래 교류할 수 없다”
이렇게 험하게 말해놓고는 도망치려던 위료를 데려다가 그가 내놓은 계책(30만 금을 써서 제후들을 모조리 없애라는~)을 채용했다는 것을 보면 진시황의 통일에 대한 야망과 그것을 위한 면면이 위료의 묘사와 딱 들어 맞는 것 같다.

 

 

수업시간에 사마천이 진시황본기 이후부터는 항우 본기, 고조 본기, 여 태후 본기, 효문 본기 식으로 단대사처럼 본기를 구성해서 엮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사마천만 알고 있으려나?
그리고 진달래쌤이 몇가지 질문을 던지셨는데, 그중에서 "진시황본기는 통일의 어떤 측면을 보여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이야기는 세미나 시간에 잘 오가지 않았던 것 같다. 글쎄 어떤 측면일까?... 진시황과 함께 통일 제국을 만들어간 많은 인물들 중에 이사와 몽염 그리고 후에 진시황을 죽이려했던 형가가 나오는(영화 영웅! 너무 재밌게 봤음요~^^) 자객열전까지 앞으로 이어질 수업 내용에서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수업시간에 다루지는 않았지만, 오래전에 십팔사략에서 연나라 태자 단과 정의 어려서의 인연과 에피소드를 재밌고 안타깝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진시황본기에 짧게 나온 것을 보고 반가웠다.

댓글 5
  • 2023-09-02 08:48

    열전보다 본기는 확실히 드라이한 듯 합니다. 그런데도 시황의 인물됨을 호랑이가 아닌 승냥이 모습으로 그린 것을 보면, 한고조를 많이 의식한 듯...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23-09-02 11:20

    저는 진시황의 모습을 묘사한 대목에서 영화 관상의 수양대군(이정재)의 모습이 자꾸 오버랩되니... 이상하죠?.... ㅋ
    세미나에선 묘하게... 진시황이 츤데레로 얘기되고 진달래샘은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여러번 말씀하시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ㅎ 저도 본기보다는 역쉬 열전!

    • 2023-09-04 17:48

      "어찌 내가 왕이 될 상인가" 낮고 굵게 깔리는 이정재의 목소리는 신의 한수였지요~~
      승냥이의 상 ,역적의 상 ,이리의 상
      사냥감을 어깨에 메고 등장하는 수양은 그냥~~~~캬 !!

      우리는 요즘 '매국노의 상'(거니남편)을 봅니다. 피곤해~~~

  • 2023-09-04 11:07

    수업시간에 사마천이 진시황본기 이후부터는 항우 본기, 고조 본기, 여 태후 본기, 효문 본기 식으로 단대사처럼 본기를 구성해서 엮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사마천만 알고 있으려나?

    실은 나도 너무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사마천의 역사관의 구조이다.
    오제의 계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이후 하,은,주 삼대의 시조들도 모두 황제가 나왔음을 강조한다.
    이것은 사마천의 대통일역사관이다.
    사기의 모든 자료를 종합하면 이 大一統이다.
    화하민족은 모두 황제의 자손이다.
    사마천의 대일통 역사관의 근간을 이룬다.
    이는 서한시대에 확립되는 '일통론'의 역사적 증거를 제공하는 것이다.(장대가 사기문헌연구 인용)

    본기는 황제의 이야기이다.
    (항우 본기,여 태후 본기...황제급의 세도였다고 인정한 사마천의 판단이다.)
    사기는 사찬사서이다.
    사마천은 사상이 神급 이다.
    진본기와 진시황본기를 읽으면서 '상앙'이 자꾸 생각이 났다.
    효공과 상앙은 진의 천하통일의 밀알이었다.
    120여년 전에 뿌린 밀알을 역대왕들이 농사를 잘 지어서
    영정때에 거둔 것이다.

    갑자기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표현이 가슴에 확 와 닿았다.
    우리의 삶은 선조들이 터득한 지혜이자 유산이고, 변혁의 대상이다.
    구현하면서도 혁신을 이루는 것은 경외심을 가지고 기록으로 남고 역사가된다.
    궤적의 확산이다.
    사피엔스........

    아 나는 모르는게 점점 더 많아진다.ㅠㅠ
    닉네임을 바꿔야 하나, 사마천공에게 너무 죄송하다.
    '무식현'이 좋을듯하다.......
    무식현->무시켠 -> 푸시켠-> 푸스킨 ->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What though life conspire to cheat you

    도라지선생님 후기를 잘읽었습니다.
    요즘의 저의 일과중의 하나는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입니다.
    감사합니다.

    • 2023-09-04 18:33

      쌤의 탐구심(?)이 저희 세미나를 풍성하게 해주는 원동력!
      덕분에 사기가 더 재밌게 읽혀요!^^

      그나저나
      쌤의 해금 연주(아쟁이었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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