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원은 초(등학교)졸(업) 시키기?!

모로
2024-03-2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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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속에서 아이의 지칭을 ‘감자’로 변경. 감자를 좋아하는, 감자같이 귀여운 얼굴의 남자아이. 현재 초등학교 5학년생.

 

  새 학기다. 초조하다. 애써 웃음 지어보지만, 마음 한구석은 돌덩이가 내려앉은 것처럼 무겁다. 우리 감자는 이제 5학년. 개학하기 2주 전부터 서서히 어둠이 도사린다.

 “엄마, 학교는 왜 가야 하는 걸까요?”

 

  몇백 번은 이야기 했을 텐데…. 모르는 게 아니지만 가기 싫은 마음으로 질문한다는 걸 안다. 또 답할 수밖에. 먼저 1단계 협박.

 

 “응,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라 안 가면 엄마가 잡혀가.”

 

  팩트 체크. 사실 감자는 때에 따라서 홈스쿨링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구구절절 학교의 장점을 이야기해봤자 감자에게 와 닿는 건 없다. 학교 공부도 지루하고 친구도 없는 아이에게 먹힐 리가. 다음은 2단계 공감.

 

 “근데…. 엄마도 진짜 학교 가기 싫고, 공부도 하기 싫었어. 어릴 때 소심하고 친구도 없어서 맨날 맨 앞자리에 앉아서 종이접기하고 그랬지.”

 “진짜 엄마도 그랬어요?”

 “그래 진짜지. 아빠한테도 물어봐.”

 

  3단계 동조.

 

 “그래 아빠도 그랬어. 근데 그냥 학교 가서 앉아있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어려워?”

 

  에이 도움이 안 된다. 쩝, 다시 2.5단계 공감+희망.

 

 “엄마도 그래. 쉬다가 약국에 일하러 가는 거 얼마나 가기 싫은 줄 알아? (오바) 몸이 천근만근이라고 (이 정도는 아님) 근데 막상 가잖아? 그럼 또 재미있다?”

 

  협박과 공감과 회유 사이를 무한 반복하면서, 그러면서도 푸쉬라고 느껴지지 않도록 은근슬쩍 자연스러워야 한다. 마지막엔 ‘뭐 가기 싫으면 가지 마.’라며 퇴로도 만들어준다. 2주 전부터 이어온 물밑 작전에도 도무지 마음을 열지 않는 감자의 모습이 심상찮다. 이제껏 떼쓰면서 드러눕는 행태가 아닌…. 뭐랄까 정말 낙심한 듯한 모습. “엄마 정말 학교 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안 생겨요….” 마음이 약해진다.

 

 

  어린 시절의 나는 학교를 그만둔다는 사실을 생각조차 못 했던 아이였다. 모범생도 아니고 날라리도 아닌, 적당히 말 잘 듣고, 적당히 공부하다 졸고, 쉬는 시간이면 우르르 몰려가 간식을 사 먹던 그저 그런 평범하고도 평범한 아이. 공부하기 싫었지만 늘 벼락치기로 어느 정도의 성적을 유지했고, 아파도 학교를 가야 하는 줄 알았고, 다른 삶의 루트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독특한 아이를 키우면서, 유치원 때부터 한 번도 편하게 교육기관에 가지 못하는 감자를 보면서 처음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학교, 정말로 가야 할까.

 

 

  어린이집 시절부터 겨우 출석 일수 만 채울 정도로 힘들게 기관을 다닌 감자는 초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코로나가 터져서 제대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친구들에게 관심이 없어서 늘 혼자 책을 읽거나, 중얼거리거나, 알 수 없는 문자를 만들어내는 아이. 그게 감자였다. 수업도 지루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에도 안 들어오고, 쉬는 시간에 같이 놀 친구도 없이 그렇게 몇 시간을 앉아있는 게 과연 감자의 삶에 도움이 될까. 하지만 학교를 보내지 않는 것에 대한 가장 큰 걱정은 학업도 친구 관계도 아니다. 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상식을 이 아이가 알지 못할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다. 자기의 관심사 말고는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감자는 어릴 때 그 흔한 명작동화 한 장 읽지 않았다. 신데렐라와 백설 공주를 과연 알까. 이솝 우화를 알기는 할까. 그런 것이 걱정이었다. 나는 감자가 분수를 소수 계산을 모르는 게 걱정인 게 아니라, 블랙핑크를, 유재석을 모를까 봐서 걱정이다.

 

 

  대망의 개학 첫날. 감자는 아침부터 학교 가는 초조함을 견디지 못했다. 결국, 나는 오랜만에 같이 등교를 하기로 했다. 아직 씻지 못해 떡진 머리를 핀으로 틀어 올리고 대충 옷을 걸쳐 입고 감자와 집을 나섰다. 5학년이지만 이미 내 키를 넘어서선 감자의 손을 잡고 학교로 향하는 길. 이미 조금 늦은 시간이라 거리에 아이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수업이 시작한 학교는 적막했다. 나는 다 큰 감자의 손을 잡고 1학년 학부모가 된 기분으로 학교에 들어갔다. 학교까지만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올라가지 못하겠다고 해서 5층까지 같이 올라갔다. 교실 앞. 한 발짝 떼고, 한 발짝을 주저하며 교실로 들어가지 못하는 감자는 정말로 두려워 보였다. 벌벌 떠는 사이 5학년 담임 선생님이 나오셨다. 얼떨결에 그 앞에서 인사를 하고 천천히 들어오라는 말을 들었지만, 감자의 긴장은 조금도 누그러들지 않았다. 겨우 뒷문까지 갔는데, 문을 쾅쾅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나 여기 왔소. 그러나 들어가지는 못하겠소’를 전교에 알렸다. 아호. 부끄러웠다. 하지만 부끄럽지 않은 척 지켜보고 기다려주자 마지못해 교실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내려왔는데 띠링 문자가 온다. ‘저 학교에 있는데요.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엄마는 이제 저를 포기했나요?’

 

 

 

  아. 오늘은 실패다. 아직도 감자를 전혀 포기하지 못한 나는 마음이 약해져서 그럼 그냥 선생님께 인사만 하고 나오라고 했다. 그 사이 1교시 쉬는 시간 종이 치고 아이들이 우르르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하…. 정말 힘들다. 이 많은 아이 사이에서 혼자가 된 기분. 저 멀리 담임 선생님과 함께 계단을 내려오는 감자의 모습이 보였다. 막상 내려오자 다시 들어가고 싶어 하는 감자. 하지만 이때는 단호해야 한다.

 “학교는 가야 하는 거고, 혹시 힘들면 안 갈 수도 있지만 네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곳은 아니야. 선생님도 수업 들어가셔야 하는데 이만 가자.”

  억지로 돌려보내면 다시 교실로 들어갔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감자를 데리고 나왔다. 감자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묻는다.

 

 “하지만 엄마는 아직도 나를 사랑하나요?”

 “어떤 일을 해도 감자를 사랑하지 않는 일은 없어. 그건 사실이야.”

  긴장해서 풍선처럼 부풀었던 마음이 푸식 하고 꺼지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고는 이야기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선생님이 엄격해 보이지 않던데요? 내일은 학교를 한 번 가볼까요?”

 

 

  하지만 다음날. 분명 기분좋게 등교했는데, 학교가 마치자마자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감자를 어느 정도로 제어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선생님과 통화를 하고 있는데 감자가 말 그대로 뚜껑이 열려서 집에 들어왔다. 씩씩거리면서 이 겨울에 땀까지 흘리면서 분노했다. 그리고 자기가 너무 나쁜 짓을 했다고, 나쁜 아이가 된 거 같다고 말했다. 내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고. 조그만 일이었는데 너무 크게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했다. 내가 너무 물러서 감자를 더 힘들게 했을까. 감자는 컸는데 내가 보는 눈은 유치원생에 머물러 있는 걸까. 하면 안 되는 것을 좀 더 단호하게 해야 했나. 선생님께 연락해서 3일은 학교를 안 보내겠다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제껏 학교를 빠지는 날은 너무나 많았지만, 그때는 감자가 힘들어해 쉬어가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감자가 쉬는 게 아니라 학교가 못 오게 하는 거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오지 말라고 한 적은 없지만 자기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3일을 아주 심심하게 아무런 놀이감도 던져주지 않고, 혼자 집에 두었다. 일하다가 집에 가서 점심만 차려주고 왔다. 퇴근해서 보니 책을 산더미 같이 읽고, 종이접기도 하고 찬장을 뒤져서 과자를 먹고, 김을 까먹고, 하루를 알차게 보낸 흔적들이 보였다. 잘 있었구나. 학교에 안 가는 감자는 편안해 보였다. 그래, 학교를 정말 다니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마음을 먹고 물어봤다.

 

 “그래서 학교를 때려칠꺼야? 정말 혼자서 홈스쿨링을 할 수 있겠어?”

 “아니요. 엄마. 월요일에는 학교에 갈래요. 혼자 있으니까 심심한 거 같아요. 저도 이제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조금 들어요.”

 

  이런 말을 하는 감자를 보니, 언제 또 이렇게 많이 자란걸까 싶었다. 키만 큰 어린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제껏 나는 감자를 자라지 못한 아이로 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학교를 가기 싫어하는 건 똑같지만 들여다보니, 그건 자라난 사회성에 대한 부대낌이었다. 관심이 없어서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이제야 조금 타인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그게 잘 되지 않으니까 힘든것. 하고 싶은 데 잘 되지 않아서 분노하는 마음이 그것이었다. 이제는 내 눈치도 보고, 선생님 눈치도 보고, 친구들의 눈치도 보는 아이. 그러나 어떻게 할지 모르겠는 아이. 이건 좋은 부대낌이야. 다시 처음부터 하나씩 하나씩 가르쳐 줘야지. 감자가 학교에서 제일 힘든 3가지, 수업시간에 의미없는 말을 계속 내뱉고, 양말을 벗고 발을 만지작 거리며, 식사를 깔끔하게 먹지 못하는 것. 정말 정말 오랫동안 배우고 있는 부분인데도 잘 안된다. 그럼 어떡해. 또 해야지.

 

 “감자야 손가락과 발가락은 절대 만나서는 안되는 금지된 만남이야. 이제부터 손과 발이 ‘베이비 원 모어 타임’ 서로 만나는 건 없는거다?”

 

  ‘빰빠라 빠빠 빰빠빠빠’ 그 옛날 주얼리의 노래에 맞춰 발가락에 손가락을 끼우는 모습을 재연했다. ‘노 베이비 원모어 타임’ 예쓰! 이해했다. 이제 손과 발은 만날 수 없어! 밥 먹고 난 후 뒷처리 부분은 미흡하지만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김치를 워낙 좋아해서 산더미 같이 김치를 먹다보니 입술 주변이 벌겋다. 밥 먹고는 무조건 거울보고 입 닦기. 이건 지속적으로 지적하면 가능할 거 같다. 하지만 마지막이 가장 난관인데... 수업시간에 소리지르지 않기. 이건 정말 무의식의 치원이여서 어렵다. 우리는 모두 마음속으로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고 있지만, 생각에만 그치는데 반해, 감자는 필터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입밖으로 나온다. 계속 지적하면 더 불안해서 소리가 더 많아지는 악순환. 약물 복용도 해보고, 인지, 언어 치료도 하고 있지만 다들 뾰족한 방법이 없었는데, 갑자기 내가 요즘 하고 있는 불교공부가 생각났다.

 

 “엄마가 요새 불교 공부를 하거든, 거기서 명상을 함께 하는데, 명상의 기본이 알아차림이래. 감자도 소리를 지르고 싶은 그 마음이 들 때마다 한 번 멈춰보는 건 어떨까? 당연히 소리가 또 나오겠지. 그러면 다시 멈춰보는거야. 그러다보면 소리를 내기도 전에 멈추는 마음이 든대.”

 

  이게 될까. 나도 어려운데. 하지만 나 역시 내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에서 생각이 한정되니까 이게 최선이다. 걱정과는 달리 바로 다음날부터 눈에 띄게 바뀐 모습을 보여준다는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어머님! 감자가 4교시까지 정말 소리도 안내고 수업 참여도 잘 했어요(희) 그런데 5교시가 되자 진단평가 채점지를 받았는데... (비) ”

 

  아. 그랬구나.. (알아차림) 감자가 잘 했다가(알아차림), 또 흐트러졌구나.(알아차림) 역시 감자는 나를 공부시키려고 태어난 존재다! 이렇게까지 일상 수행을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다니. 우리 같이 잘 해보자!

 

 

 

 

모로

올해부터 일리치 약국에서 일하고 있다.

열심히 쌍화탕을 달이며, 공부와 삶이 연결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귀여운 것을 좋아하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항상 궁리중.

 

댓글 13
  • 2024-03-25 11:03

    좋은 부대낌!! 이걸 알아차리기까지 모로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요. 그래도 좋은 부대낌이니 또 기대해봅시다~

  • 2024-03-25 11:16

    나는 엄마 때문에 득도할 지도 모르고 그대는 감자 때문에 깨달을지도 몰라^^

  • 2024-03-25 11:56

    모로, 모로님, 감자, 감자님...
    그대들이 나의 스승입니다,진정!

  • 2024-03-25 15:52

    와 알아차림을 바로 실천하는 감자라니요! 감자 너무 기특한데요!
    알아차림이 그렇지요. 알아차렸다가도 순간 방심한 사이 놓치고... 그러다 다시 생각이 나 알아차리고...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로바로 실천해보는 감자~~
    감자가 저보다 낫군용ㅋㅋㅋㅋ

  • 2024-03-25 17:07

    학교 가기 싫어 현관 앞에 드러누운 감자는 반항하는 감자인가요?
    저희 작은 아들 사진인 줄... 저도 저런 사진 여러 장... 모로네 감자보다 아주 왕감자! ㅎㅎ
    곧 지나갈 시간들입니다.
    같이 공부와 알아차림 속에서 죽도 밥도 지으며 지나가봅시다!
    도처에 우리를 공부시키는 부처님들이 어찌나 많은지요! 공부가 끝이 없습니다요~^^ 우리 같이 화이팅!

  • 2024-03-26 08:12

    나를 공부시키려고 태어난 존재..좋네요.
    전생의 인연이 깊고깊어 이생에 부모와 자식으로 만나 서로 배움을 주는 관계라..자식을 가져본 경험이 없어 어떤 감정인지 상상과 이입만으로 다 알수가 없지만 좀 부럽네요. ㅎㅎ
    앞으로도 둘의 지지고 볶고 또 맛나게 먹는 관계의 이야기가 기대되요~~~^^

  • 2024-03-26 09:23

    자식은 늘 나를 공부시키죠
    감자가 사회인이 되느라 부대끼고 있는 중이네요
    감자의 알아차림
    모로의 알아차림
    모두 화이팅!!!

  • 2024-03-26 09:27

    유재석. 블핑. 뉴진스. 게임 용어. 축구팀. 선수들.
    이런거에 전혀 관심없는 애들 은근 꽤 있어요.

    꼭 알려주고 싶어서리....

    • 2024-03-26 14:55

      맞아요! 울집에도 있어요^^ 이런거 몰라도 생각보다 그렇게 큰일은 없는듯

  • 2024-03-26 12:01

    언젠가는 감자의 취향을 이해하는 친구도 선생님도 생기겠죠? 감자에게 세상이 점점 더 넓어질테니!

  • 2024-03-31 00:10

    감자 홧팅!!! 이번주 감자랑 한 듀오링고 프렌즈퀘스트 성공!

  • 2024-04-01 12:50

    감자도 모로도 홧팅~!!
    알아차림을 바로 쓸 줄이야~~!!

  • 2024-04-18 02:10

    샘 글 너무 좋아유 ㅠㅠ 감자 생각하면서 저도 초등학교 때 애들끼리 기싸움, 서열싸움 때문에 학교 다니는 거 진짜 힘들어 했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이제는 학교를 안가도 되서 너무 기뻐요.

일상명상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5년이 좀 넘게 계속해 온 아침 의례다. 어쩌다 며칠 명상을 놓치게 되면 명상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마음을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릴 때 누리는 고요와 평화가 그립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일상에서 그럭저럭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매일의 명상 덕분이었다는 것을. 내게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면서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호흡관찰   나는 붓다가 가르친 ‘호흡 수행(아나빠나사띠)’과 ‘사념처 수행(사띠파타나)’에 의지해서 명상을 하고 있다. 경전은 이렇게 명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 숲으로 가거나 나무의 뿌리로 가거나 빈집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마음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겨 숨을 내쉰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번다한 자극으로부터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할 때 우리는 마음이 얼마나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더 잘 알 수 있다. 산만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산만함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의 대치법도 다르지 않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5년이 좀 넘게 계속해 온 아침 의례다. 어쩌다 며칠 명상을 놓치게 되면 명상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마음을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릴 때 누리는 고요와 평화가 그립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일상에서 그럭저럭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매일의 명상 덕분이었다는 것을. 내게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면서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호흡관찰   나는 붓다가 가르친 ‘호흡 수행(아나빠나사띠)’과 ‘사념처 수행(사띠파타나)’에 의지해서 명상을 하고 있다. 경전은 이렇게 명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 숲으로 가거나 나무의 뿌리로 가거나 빈집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마음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겨 숨을 내쉰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번다한 자극으로부터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할 때 우리는 마음이 얼마나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더 잘 알 수 있다. 산만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산만함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의 대치법도 다르지 않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요요
2024.04.14 | 조회 220
기린의 걷다보면
30대 중반을 통과하던 무렵이었다. 신문에서 일본 시코쿠섬에 위치한 88개의 절을 순례하는 도보 여행가의 여행기를 보게 되었다. 1번 절에서 출발해서 88번까지 이르는 완주 과정 자체가 내게는 경이롭게 다가왔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방을 빼고 적금을 깨 여행을 떠났다는 이력도 그랬고, 여자 혼자서 그 길을 완주하는 실행력도 멋있어 보였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좋았고, 오랜 걷기로 발가락에 생긴 물집 터뜨리기에 점점 능숙해지는 변화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홀가분하게 떠난 그의 도전이 부러웠다. 언젠가는 나도 한 번 해 봐야지 다짐했다.     그렇지만 나는 하던 일을 때려치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 다짐은 서서히 잊혔다. 시간이 지나 인문학공부를 하게 되면서 다른 일상으로 접어들었고, 타고 다녔던 승용차를 처분했다. 집을 나서서 걷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그사이 걷기가 점점 더 많은 이들의 관심 영역으로 떠올랐다. 제주도 올레길이나 산티아고 순례길 등을 걷는 이야기들이 더 자주 들려왔다. 시코쿠 순례길을 알게 되었을 때처럼 끌리지는 않았다. 그러다 고향집을 통과하는 해파랑길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긴 트레일 코스로 50개 코스로 이루어진 750km의 길이었다. 고향집 주변 코스부터 몇 코스를 걷기 시작하면서 다시 예전의 그 다짐이 떠올랐다. 나도 한번 해 봐야지.       해파랑길을 검색하다보니 완주한 사람들의 사연도 올라왔다. 명예퇴직을 한 후 이 길을 완주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는 50대 중년의 이야기도 있었고, 전국의 길을 다 걷겠다는 의지를 실천하는 걷기의 달인도 있었다. 언젠가가...
30대 중반을 통과하던 무렵이었다. 신문에서 일본 시코쿠섬에 위치한 88개의 절을 순례하는 도보 여행가의 여행기를 보게 되었다. 1번 절에서 출발해서 88번까지 이르는 완주 과정 자체가 내게는 경이롭게 다가왔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방을 빼고 적금을 깨 여행을 떠났다는 이력도 그랬고, 여자 혼자서 그 길을 완주하는 실행력도 멋있어 보였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좋았고, 오랜 걷기로 발가락에 생긴 물집 터뜨리기에 점점 능숙해지는 변화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홀가분하게 떠난 그의 도전이 부러웠다. 언젠가는 나도 한 번 해 봐야지 다짐했다.     그렇지만 나는 하던 일을 때려치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 다짐은 서서히 잊혔다. 시간이 지나 인문학공부를 하게 되면서 다른 일상으로 접어들었고, 타고 다녔던 승용차를 처분했다. 집을 나서서 걷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그사이 걷기가 점점 더 많은 이들의 관심 영역으로 떠올랐다. 제주도 올레길이나 산티아고 순례길 등을 걷는 이야기들이 더 자주 들려왔다. 시코쿠 순례길을 알게 되었을 때처럼 끌리지는 않았다. 그러다 고향집을 통과하는 해파랑길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긴 트레일 코스로 50개 코스로 이루어진 750km의 길이었다. 고향집 주변 코스부터 몇 코스를 걷기 시작하면서 다시 예전의 그 다짐이 떠올랐다. 나도 한번 해 봐야지.       해파랑길을 검색하다보니 완주한 사람들의 사연도 올라왔다. 명예퇴직을 한 후 이 길을 완주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는 50대 중년의 이야기도 있었고, 전국의 길을 다 걷겠다는 의지를 실천하는 걷기의 달인도 있었다. 언젠가가...
기린
2024.04.06 | 조회 244
동물을 만나러 갑니다
  재개발 구역 고양이들 | 1편       코에 흙을 잔뜩 묻힌 돼지가 보인다.   돼지는 큰 귀를 곧게 세우고 어딘가를 응시한다.   뒤쪽엔 보다 작은 돼지가 보인다.   돼지는 코를 땅에 대고 냄새를 맡고 있다.   루팅을 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돼지들 위로 두 명의 고양이가 나란히 앉아 있다.   한 명은 그릇에 얼굴을 묻고 무언가를 먹는다.   그 옆에 있는 고양이는 허리를 세우고 정면을 본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뭘 쳐다보냐는 눈빛으로.     -         봉봉오리님의 『지구에 살 자격』의 표지에는 돼지와 고양이 그림이 있다. 동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생의 어느 한 순간을 표현한다. 움직이지 않지만 살아 있고 저마다 생기를 분출한다. 책 표지를 넘기면 봉봉오리님의 친필 문구가 보인다.     종차별 없는 연대를.     한 페이지를 더 넘기면 저자의 한 줄 소개가 있다.     동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동물해방을 그린다.     나는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를 하며 봉봉오리님을 만났다. 봉봉오리님은 생추어리와 재개발구역을 오가며 돼지를 돌보고, 또 고양이를 돌본다. 돌봄 일지를 블로그에 공유하고, 동물들 그림을 그려 전시를 한다. 나는 어느날 봉봉오리님에게 재개발 구역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돼지를 만나온 나는 또 다른 동물 돌봄 현장이 궁금했다. 설 연휴로 날짜가 정해졌다. 같이 갈 사람들이 모였다. 봉봉오리, 그린, 이슬, 세원, 그리고 나. 이들은 새벽이생추어리 돌봄 혹은...
  재개발 구역 고양이들 | 1편       코에 흙을 잔뜩 묻힌 돼지가 보인다.   돼지는 큰 귀를 곧게 세우고 어딘가를 응시한다.   뒤쪽엔 보다 작은 돼지가 보인다.   돼지는 코를 땅에 대고 냄새를 맡고 있다.   루팅을 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돼지들 위로 두 명의 고양이가 나란히 앉아 있다.   한 명은 그릇에 얼굴을 묻고 무언가를 먹는다.   그 옆에 있는 고양이는 허리를 세우고 정면을 본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뭘 쳐다보냐는 눈빛으로.     -         봉봉오리님의 『지구에 살 자격』의 표지에는 돼지와 고양이 그림이 있다. 동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생의 어느 한 순간을 표현한다. 움직이지 않지만 살아 있고 저마다 생기를 분출한다. 책 표지를 넘기면 봉봉오리님의 친필 문구가 보인다.     종차별 없는 연대를.     한 페이지를 더 넘기면 저자의 한 줄 소개가 있다.     동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동물해방을 그린다.     나는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를 하며 봉봉오리님을 만났다. 봉봉오리님은 생추어리와 재개발구역을 오가며 돼지를 돌보고, 또 고양이를 돌본다. 돌봄 일지를 블로그에 공유하고, 동물들 그림을 그려 전시를 한다. 나는 어느날 봉봉오리님에게 재개발 구역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돼지를 만나온 나는 또 다른 동물 돌봄 현장이 궁금했다. 설 연휴로 날짜가 정해졌다. 같이 갈 사람들이 모였다. 봉봉오리, 그린, 이슬, 세원, 그리고 나. 이들은 새벽이생추어리 돌봄 혹은...
경덕
2024.04.02 | 조회 378
아스퍼거는 귀여워
  - 글 속에서 아이의 지칭을 ‘감자’로 변경. 감자를 좋아하는, 감자같이 귀여운 얼굴의 남자아이. 현재 초등학교 5학년생.     새 학기다. 초조하다. 애써 웃음 지어보지만, 마음 한구석은 돌덩이가 내려앉은 것처럼 무겁다. 우리 감자는 이제 5학년. 개학하기 2주 전부터 서서히 어둠이 도사린다.  “엄마, 학교는 왜 가야 하는 걸까요?”     몇백 번은 이야기 했을 텐데…. 모르는 게 아니지만 가기 싫은 마음으로 질문한다는 걸 안다. 또 답할 수밖에. 먼저 1단계 협박.    “응,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라 안 가면 엄마가 잡혀가.”     팩트 체크. 사실 감자는 때에 따라서 홈스쿨링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구구절절 학교의 장점을 이야기해봤자 감자에게 와 닿는 건 없다. 학교 공부도 지루하고 친구도 없는 아이에게 먹힐 리가. 다음은 2단계 공감.    “근데…. 엄마도 진짜 학교 가기 싫고, 공부도 하기 싫었어. 어릴 때 소심하고 친구도 없어서 맨날 맨 앞자리에 앉아서 종이접기하고 그랬지.”  “진짜 엄마도 그랬어요?”  “그래 진짜지. 아빠한테도 물어봐.”     3단계 동조.    “그래 아빠도 그랬어. 근데 그냥 학교 가서 앉아있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어려워?”     에이 도움이 안 된다. 쩝, 다시 2.5단계 공감+희망.    “엄마도 그래. 쉬다가 약국에 일하러 가는 거 얼마나 가기 싫은 줄 알아? (오바) 몸이 천근만근이라고 (이 정도는 아님) 근데 막상 가잖아? 그럼 또 재미있다?”     협박과 공감과 회유 사이를 무한 반복하면서,...
  - 글 속에서 아이의 지칭을 ‘감자’로 변경. 감자를 좋아하는, 감자같이 귀여운 얼굴의 남자아이. 현재 초등학교 5학년생.     새 학기다. 초조하다. 애써 웃음 지어보지만, 마음 한구석은 돌덩이가 내려앉은 것처럼 무겁다. 우리 감자는 이제 5학년. 개학하기 2주 전부터 서서히 어둠이 도사린다.  “엄마, 학교는 왜 가야 하는 걸까요?”     몇백 번은 이야기 했을 텐데…. 모르는 게 아니지만 가기 싫은 마음으로 질문한다는 걸 안다. 또 답할 수밖에. 먼저 1단계 협박.    “응,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라 안 가면 엄마가 잡혀가.”     팩트 체크. 사실 감자는 때에 따라서 홈스쿨링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구구절절 학교의 장점을 이야기해봤자 감자에게 와 닿는 건 없다. 학교 공부도 지루하고 친구도 없는 아이에게 먹힐 리가. 다음은 2단계 공감.    “근데…. 엄마도 진짜 학교 가기 싫고, 공부도 하기 싫었어. 어릴 때 소심하고 친구도 없어서 맨날 맨 앞자리에 앉아서 종이접기하고 그랬지.”  “진짜 엄마도 그랬어요?”  “그래 진짜지. 아빠한테도 물어봐.”     3단계 동조.    “그래 아빠도 그랬어. 근데 그냥 학교 가서 앉아있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어려워?”     에이 도움이 안 된다. 쩝, 다시 2.5단계 공감+희망.    “엄마도 그래. 쉬다가 약국에 일하러 가는 거 얼마나 가기 싫은 줄 알아? (오바) 몸이 천근만근이라고 (이 정도는 아님) 근데 막상 가잖아? 그럼 또 재미있다?”     협박과 공감과 회유 사이를 무한 반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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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 조회 344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나는 마젠마 회원~     우리 동네 금천에는 ‘마젠마’라는 단체가 있다. ‘마을에서 젠더를 마주하다’를 줄인 것이란다. 2013년부터 무려 글쓰는 엄마동아리로 시작해, 2015년에는 금천구마을활동가 모임으로 재구성했고, 2020년 여성의 사회적 성장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로 변신을 이어온 단체였다. ‘우와 우리 동네에도 이런 모임이 있다뉘’. 좀 놀라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다. 있어 보이는 단체명을 가진 마젠마를 빨리 접하고 싶었다. 기회를 엿보다가 2023년 5월 23일, 함께 영화 보기 행사를 하는 것을 발견했다. 당근 신청했고, 당근 참석했다. 함께 볼 영화는 <와즈다>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에게 금지된 자전거 타기를 도전하는 소녀 와즈다의 이야기였다. 영화를 본 장소는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였다. 마을 공유공간에서 단체로 영화를 보는 경험은 처음이라 마을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었다. 그리고 마젠마의 대접도 융숭해 더 만족했었다.       그러다 여름에 마젠마 신입회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고, 망설임 없이 바로 가입했다. 가입신청서를 낸 얼마 후 신입회원 환영회가 있었다. 상반기 활동을 공유하고 각자 자신을 표현하는 물건으로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입회원 웰컴 선물도 증정해줬다.^^ 마을에서 여성들끼리 이렇게 즐겁게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위하는 모습에 몸과 마음이 훈훈했다. ‘이런 게 비빌언덕이지. 이런 단체가 하나쯤은 동네에 있어야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진짜 이런 단체가 우리 마을에 존재해줘서 고마웠다. 두 팔 벌려 환영해주는 기존 멤버들과 나도 이제 같은 멤버라는 소속감에 마음이 든든했다. 나는 이제 마젠마 회원이다~.             그 후로도...
    나는 마젠마 회원~     우리 동네 금천에는 ‘마젠마’라는 단체가 있다. ‘마을에서 젠더를 마주하다’를 줄인 것이란다. 2013년부터 무려 글쓰는 엄마동아리로 시작해, 2015년에는 금천구마을활동가 모임으로 재구성했고, 2020년 여성의 사회적 성장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로 변신을 이어온 단체였다. ‘우와 우리 동네에도 이런 모임이 있다뉘’. 좀 놀라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다. 있어 보이는 단체명을 가진 마젠마를 빨리 접하고 싶었다. 기회를 엿보다가 2023년 5월 23일, 함께 영화 보기 행사를 하는 것을 발견했다. 당근 신청했고, 당근 참석했다. 함께 볼 영화는 <와즈다>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에게 금지된 자전거 타기를 도전하는 소녀 와즈다의 이야기였다. 영화를 본 장소는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였다. 마을 공유공간에서 단체로 영화를 보는 경험은 처음이라 마을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었다. 그리고 마젠마의 대접도 융숭해 더 만족했었다.       그러다 여름에 마젠마 신입회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고, 망설임 없이 바로 가입했다. 가입신청서를 낸 얼마 후 신입회원 환영회가 있었다. 상반기 활동을 공유하고 각자 자신을 표현하는 물건으로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입회원 웰컴 선물도 증정해줬다.^^ 마을에서 여성들끼리 이렇게 즐겁게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위하는 모습에 몸과 마음이 훈훈했다. ‘이런 게 비빌언덕이지. 이런 단체가 하나쯤은 동네에 있어야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진짜 이런 단체가 우리 마을에 존재해줘서 고마웠다. 두 팔 벌려 환영해주는 기존 멤버들과 나도 이제 같은 멤버라는 소속감에 마음이 든든했다. 나는 이제 마젠마 회원이다~.             그 후로도...
김윤경~단순삶
2024.03.20 | 조회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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