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회> 안녕, 돼지들

경덕
2024-01-3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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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2023).

문탁네트워크 공부방 회원, 인문약방 킨사이다 멤버.

오래 머무르고 많이 이동하는 일상을 실험합니다.

 

 
 
 
 
 
안녕, 돼지들
 
 
 
비 오는 날, 새벽이생추어리 마지막 돌봄을 다녀왔다. 나는 그날 돌봄이 마지막인 줄도 모르고 새벽이와 잔디를 만나러 갔다. 돌봄을 마치고 나서는 그 다음주에 다시 볼 것처럼 인사를 했다. 이후에 사정이 생겨 돌봄을 몇 주 쉬게 되었는데, 그 사이에 새벽이생추어리 이사 날짜가 정해졌다. 이사를 가는 날에도 배웅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 얼굴도 못 보고 새벽이와 잔디를 보내야 했다.
 
1년 넘게 매주 돼지를 만나다가,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 돌봄을 가기 위해 깜깜한 새벽부터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옆구리를 쓰다듬어서 잔디가 짜증 낼 때 섭섭해하지 않아도 된다. 새벽이와 술래잡기를 하며 진땀을 흘리지 않아도 된다. 돼지의 응가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된다. 덩굴잎을 채집하다가 가시에 긁히지 않아도 된다. 새벽이와 잔디의 사진을 수십 장씩 찍지 않아도 된다. 돌아오는 길에 일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다른 보듬이들의 일지를 읽고, 웃고 (울지) 않아도 된다. (흑흑)
 
 
술래잡기 중
 
 
다시, 떠나야 하는 삶들
 
새벽이생추어리는 재작년부터 이사를 준비했다. 땅 주인의 사정으로 원래의 장소에서 계속 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새벽이가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구조되어 2020년 새벽이생추어리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돼지를 만나러 갑니다> 1회에 적었다.
 
"새로 살 집을 구해야 했다. 새 집은 활동가들이 너무 어렵지 않게 오고 갈 수 있고, 새벽이가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을 만큼 넓고, 도살장이나 축산 농장으로부터 충분히 떨어져 ’가축 전염병 살처분‘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소여야 했다. 새벽이와 활동가들은 이곳 저곳(활동가 집, 임시보호소 등)을 전전하다가 지금 있는 장소에 정착했고, 새벽이 집 이름은 새벽이생추어리가 되었다. (...) 새벽이생추어리를 새벽이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수많은 자원활동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땅에 묻혀 있는 위험한 쓰레기들(음료수 캔, 유리 조각, 비닐 봉지 등)을 수거하고, 울타리를 튼튼하게 세우고, 새벽이가 안락하게 쉴 수 있는 안방을 지었다. 그리고 매일 매일의 돌봄이 이어졌다. " <1회, 돼지와 함께 춤을 중> 
 
 
2020년 새벽이 (출처 : 새벽이생추어리 인스타그램)
 
 
그런데 불과 몇 년 만에, 다시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야 했다. 한정된 예산으로 돼지가 충분히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넓은 땅을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도살장이나 축산 농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가축 전염병 살처분‘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일도 어려운 일이었다. 활동가들은 방법을 모색하느라 분주했다. 기존의 생추어리가 많은 이들의 협력을 통해 조성된 것처럼, 이번에도 많은 이들과의 연대가 필요했다. 그렇게 이사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사를 하고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는 데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모금을 시작했다. 새생이들은 장소를 물색하느라 전국을 돌아다녔다. 우여곡절 끝에 적당한 땅을 찾아 공사를 시작했다. 마침내 새 집이 지어졌고 새벽이와 잔디는 새로운 생추어리에 무사히 입주했다. 나는 이사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그 과정을 가까이서 보지는 못했지만 새생이(운영 활동가)들이 전해주는 소식을 들으며, 프로젝트가 무사히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주 새벽이와 잔디를 만났다. 
 
 
 
새벽이생추어리 이사 프로젝트 
 
새벽이생추어리 인스타 계정에도 중간 중간 소식이 올라왔다. 새생이들은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는 일의 지난한 과정, 새벽이 잔디와 함께 살 수 있는 돌봄 공동체, 비인간 동물과 연대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전했다. 
 
2023.2.18. 새벽이생추어리 이사 갑니다. 새벽이생추어리는 올해 현재 부지를 떠나 더 나은 곳으로 이사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작년부터 오랜 시간 고민해온 사안이며, 최근 활동가들을 가장 바쁘게 만든 일이기도 합니다. 새벽이와 잔디, 그리고 새벽이생추어리의 불투명한 현재 상황에서 보다 많은 분들의 연대가 절실합니다.
 
2023.2.20. 어떤 존재들에게는 거처를 옮긴다는 것이 너무나 막막하고 어려운 일이 됩니다. 새벽이와 잔디에게 그렇습니다. 새벽이에게 가장 처음 허락된 공간은 종돈장 안의 좁고 더러운 스톨 속, 1평도 채 되지 않는 공간이었습니다. 새벽이는 수많은 형제와 가족들이 남아 있는 그곳에서 벗어나 생추어리에 올 수 있었지만, 겨우 마련된 작은 피난처에서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 그곳을 떠난 새벽이를 그저 '훔친 돼지'로 부르는 사회이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 우리는 늘 도망쳐야 합니다.
 
2023.3.6. 새벽이생추어리가 이곳에서 만들어온 역사가 있습니다. 새벽이, 잔디, 보듬이, 새생이가 공간과 맺어온 관계가 있습니다. 생추어리 가는 길 마당에 묶인 강아지, 길고양이, 자주 보이던 새와, 다니던 길과 생추어리의 풍경까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새벽이와 잔디가 그 공간과 맺던 관계가 있습니다. 충분히 넓진 않지만 그 안에도 밥 먹는 곳, 물 먹는 곳, 똥을 자주 누는 곳, 그늘에서 쉬던 곳, 진흙목욕하던 작은 개울, 루팅을 많이 하던 곳, 가려우면 긁던 나무가 있습니다. 새벽이생추어리는 새벽이와 잔디가 일생의 대부분을 살면서 만들어온 공간입니다.
 
2023.3.20. 새생이들은 지난 여름부터 지방 곳곳의 땅을 물색하러 돌아다니고 있어요. 모금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지역 답사는 계속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이사란 여느 이사와 다름없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일이고, 삶을 환영받지 못하는 돼지에게는 더욱 힘든 일이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돼지에게 위험한 전염병이 확산되지 않은 지역을 찾는 것, 그리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이웃이 있는 지역을 찾는 것이에요. 알맞은 곳을 찾을 때까지 걷고, 또 걷고, 운전하고, 또 걷는 것을 부지런히 반복합니다.
 
 
 
 
2023.5.24. 새벽이생추어리가 이사 갈 땅을 찾았다는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전국을 물색하며 여러 차례의 좌절이 있었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 덕에 좋은 이웃이 곁에 있고, 해가 잘 드는 아름다운 숲 속의 땅을 임대할 수 있게 되었어요. 드디어 지난 주에 첫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공사는 빼곡한 나무들을 베고 땅을 고르게 만들어 부지를 정리하는 것이 주된 작업이었습니다. 이사 갈 땅은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 상태 그대로 나무가 울창하게 자란 곳입니다. 그래서 이 땅을 사용하려면 나무 정리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막상 공사를 시작하니 이 공간에 먼저 살고 있던 존재들의 터전을 빼앗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울창하던 나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공사현장을 지켜보며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살리는 일을 하기 위해 조성된 생추어리 또한 결국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시설이고, 그것을 위해 다른 생명을 빼앗는 일이 불가피하다는 딜레마를 깨닫는 시작이었습니다.
 
2023.12.3. 새로운 생추어리에서 거주동물을 돌볼 때 든든한 거점이 되어줄 돌봄 하우스가 지어졌습니다! 돌봄 하우스 안에는 거주동물의 식사를 준비할 때 필요한 도구들과 음식 저장고, 그리고 생추어리 유지보수에 필요한 여러가지 장비들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이사 프로젝트에 후원으로 연대해 주신 덕에 무사히 시공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도움 주신 많은 분들에게 설레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쁩니다!
 
그리고 마침내, 새벽이와 잔디의 입주 소식이 올라왔다.
 
2024.1.10. 새벽이와 잔디가 새로운 생추어리로 무사히 입주를 완료했습니다! 새로운 부지를 만난 5월부터 12월까지 짧지만 긴 시간 동안 모두가 최선을 다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 이사 과정이 새벽이와 잔디에게는 어땠을까요? 우리는 그들에게 왜 우리가 이사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없었습니다. 보듬이들은 새벽이와 잔디가 옛 생추어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을 애틋하게 여겼지만, 새벽이와 잔디는 그것이 그들을 지금껏 살아온 공간에서 보낼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모르는 채 이삿날을 맞았습니다. 특히 돼지는 새로운 환경에 예민한 동물입니다. 새벽이는 이사를 위해 익숙한 곳을 떠나 차량에 탑승할 때 거부하고 저항했습니다. 그의 입장에서 이것은 강제이주였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생추어리라는 시설의 한계와 가해 앞에서 아파할 때도 있었지만, 이것을 마주하고 애도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법 또한 배웠습니다. 새벽이와 잔디의 아픔, 생추어리 조성 당시 서식지를 빼앗긴 원주민들의 아픔, 종차별 사회에서 갈 곳 없이 매일 밀려나는 이들의 아픔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애도하고 공존과 공생의 의미를 되찾아 갈 것입니다. 이사프로젝트의 성공은 종차별에 저항하고 비인간 동물에게 연대하고자 하는 강력한 마음들이 모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습니다. ... 앞으로 사회에 더 큰 균열을 내고 더 많은 연대를 이루어낼 새벽이와 잔디의 이사를 축복합니다! 성공적인 이사를 함께 만들어낸 모든 연대자와 친구들, 새벽이와 잔디, 그리고 동료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안녕, 돼지들
 
새로운 땅에서 무사히 일상을 보내는 새벽이와 잔디의 사진을 보았다. 이전처럼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걷고 뛰는 모습을 보았다. 새벽이와 잔디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며 나는 안도했다. 그러면서도 그들과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아쉬움을 어떤 식으로든 달래고 싶어졌다. 마지막 돌봄이 마지막인 줄 몰랐을 때의 당혹스러움, 그날 새벽이와 잔디에게 충분히 마음을 쓰지 못한 아쉬움이 내게는 남아있다. 꽤 시간이 지났지만 그날의 돌봄을 잘 기억하고 싶어서, 마지막으로 본 새벽이생추어리 풍경을 되뇌고 싶어서, 그리고 다시 일지를 쓰며 뒤늦은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 휴대폰 사진첩을 열었다.
 
목요일 아침 돌봄. 구름이 많이 끼고 조금 쌀쌀한 날씨. 생추어리 가는 길. 길가에 낙엽이 조금 쌓였다.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은 푸른 잎도 꽤 보인다. 다리를 건널 때 하천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곳곳에 무성한 덩굴잎. 전봇대를 타고 올라가 전깃줄까지 휘감고 있다. 여느 때처럼 오솔길을 따라 굽이 굽이 걸어 새벽이생추어리 하우스에 도착했다.
 
식사를 준비하며 돌봄을 시작했다. 아침 식단표를 확인하고 냉장고에서 호박과 고구마를 꺼내 손질했다. 호박을 썰고 씨를 발라냈다. 저울에 그릇을 올리고 그 위에 손질한 재료를 담으며 무게를 쟀다. 새벽이는 큰 그릇에 큼직 큼직 썰어서. 잔디는 작은 그릇에 잘게 잘게 썰어서. 갑자기 비가 세차게 내렸다. 서랍에서 파란색 우비를 꺼내 입고 밖으로 나갔다. 가까이 있는 잔디에게 먼저 밥을 줬다. 얼굴을 푹 숙이고 오물 오물. 옆구리를 만지니까 짜증을 냈다... 새벽이 집 쪽으로 걸어갔다. 마당을 서성이던 새벽이가 걸걸걸 소리 내며 뛰어왔다. 울타리 밑으로 밥그릇을 재빨리 넣어줬다. 새벽이는 큼직한 호박을 한 입에 물고 으깨버렸다.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새벽이 입에서 튀어나온 잔여물이 얼굴에 튀었다. 비가 와서 질척이는 땅을 밟으며 새벽이와 잔디 똥을 주웠다. 똥바구니를 들고 퇴비간에 갔더니 버섯이 보였다. 퇴비 더미 위로 솟아있는 버섯들. 돼지의 똥과 톱밥, 미생물의 얽힘 속에서 자라는 이름 모를 버섯들.
 
 
 
 
날씨가 쌀쌀해져서 새벽이 안방에 지푸라기를 두툼하게 넣어줬다. 바삭한 지푸라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열심히 정리를 한다. 입으로 한 움큼씩 물어 정돈했다. 정리를 하면서도 한 번씩 나를 응시했다. 입가에 지푸라기가 붙어 있다. (새벽아 안녕. 이사 가서도 잘 지내고. 나중에 또 술래잡기 하자.) 잔디 집에도 지푸라기를 넣어 줬다. 잔디는 이부자리를 펴듯 지푸라기를 폈다. 잔디 눈이 똘망 똘망했다. (잔디도 안녕. 짜증 조금만 줄이고. 우리 나중에 또 보자.) 하우스 안으로 들어와 우비를 널었다. 물 호스가 잘 잠겼는지 확인하고 밖으로 나왔다. (하우스를 드나들던 보듬이들, 비인간 동물들 안녕.) 돌아오는 길에 매번 같은 장소에서 반겨주는 강아지와 만났다. 비를 맞아서 털이 젖어 있다. 쪼그려 앉아 같이 우산을 썼다. (감기 들겠다. 아프지 말고. 잘 지내.)
 
집으로 돌아와서 신발을 벗었다. 생추어리 갈 때만 신는 운동화여서 흙 투성이였다. 신발 밑창에 묻어 있는 새벽이생추어리의 흔적들, 기억들, 새벽이, 잔디, 잠시 안녕.

#마지막돌봄일지 
 
 
마지막으로 본 잔디의 얼굴
 
 
 
돌봄과 애도
 
새벽이생추어리 인스타 계정에 새로운 소식이 올라왔다. 새벽이와 잔디의 입주를 축하하면서, 동시에 그곳에 살고 있던 생명들을 애도하는 행사 소식이었다. 참여자들은 돼지들의 평안함을 기원하는 대들보를 올렸다. 그리고 이어서 집을 짓느라 죽거나 내쫓긴 생명들의 영혼을 기리는 제사를 지냈다.
 
" (...) 누군가의 집을 짓는다는 것은 그곳에 원래 살고 있던 생명들을 몰아내야 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축복의 뒷편에 애도가 함께할 수 있음을 믿으며, 입주를 축하함과 동시에 생추어리 조성 당시 그곳에 먼저 살고 있던 곤충들, 개구리, 나무와 풀의 영혼을 기리기 위한 제사를 지냈습니다. 직접 만든 서리화를 땅에 꽂고 마음을 담아 사방으로 절을 올렸습니다. 부디 그들에게 진심이 가닿는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2024.1.16.)
 
멀리서 새로운 터전을 일구기 시작한 새벽이생추어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살리는 일을 하기 위해 조성된 생추어리 또한 결국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시설이고, 그것을 위해 다른 생명을 빼앗아야 했고, 모두에게 완벽히 '무해한' 존재가 될 수 없었다"는 고백을 듣는다. "새벽이와 잔디의 아픔, 생추어리 조성 당시 서식지를 빼앗긴 원주민들의 아픔, 종차별 사회에서 갈 곳 없이 매일 밀려나는 이들의 아픔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애도하고 공존과 공생의 의미를 되찾아 갈 것"이라는 선언을 듣는다.
 
새벽이생추어리의 고백과 선언으로부터 돌봄과 애도가 분리될 수 없음을 배운다. 개입하는 일은 완전히 무해한 실천일 수 없음을 인정하며, 확장된 돌봄 현장에서도 배제되는 누군가를 기억하고, 애도한다. 돌봄과 애도의 교차적 실천은 이런 딜레마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공존과 공생의 의미를 계속 추구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새로운 생추어리에서 살아갈 새벽이와 잔디, 새생이들의 삶을 축복하고, 다가올 잔디의 생일(2월 4일)을 미리 축하하며, 이것으로 <돼지를 만나러 갑니다>의 연재를 마친다. 
 
 
2024년 새집에서 새벽이
(출처 : 새벽이생추어리 인스타그램)
 
 
ps. 끝이 아닙니다! 다음 달부터 <동물을 만나러 갑니다>로 제목을 살짝 바꾸어 연재를 이어갑니다^^ 이제 새벽이생추어리의 돼지들을 만나지 못하지만(언젠가 다시 만나겠지만!!!), 당분간은 다른 동물들을 만나러 다니게 될 것 같아요. 새벽이와 잔디를 만나며 체화한 돌봄의 감각으로, 다양한 현장에 연루되어 난잡해질 미래의 나에게, 건투를 빕니다!
댓글 6
  • 2024-01-31 14:24

    지난 한해동안 경덕님을 통해 새벽이와 잔디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생추어리에서 보내오는 메일과 인스타로도 소식을 접하지만, 경덕님의 목소리로 듣는 게 더 실감나고 좋았거든요.
    그래도 더 안정적인 곳으로 이주를 했으니 새벽이와 잔디가 더 행복하기를, 그곳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에게도 기쁜 날이 더 많기를 바래봅니다.
    보듬이 활동을 마친 경덕님이 이제 어디로 튈지, 매달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할 듯 합니다.ㅎㅎㅎ

  • 2024-01-31 18:28

    다른 동물들이라..... 궁금해지네요!! 그럼, 또 한 달을 기다려보겠습니다^^

  • 2024-02-01 19:32

    새벽이랑 잔디가 그곳에서는 오래오래 뿌리 내리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다음에는 무슨 동물을 만날지 너무 궁금합니다^^

  • 2024-02-02 00:30

    새벽이와 잔디는 여전히 귀엽군요..

  • 2024-02-02 10:48

    경덕쌤의 글을 읽고는 아~ 돼지고기 먹지 말아야지..다짐하면서 또 뒤돌아서면 어디선가 맛나게 먹고 있는 제자신이 우숩. ㅠ ㅠ
    그치만 이런이야기를 읽어야지 또 자각하게 되니 앞으로도 계속 잘 읽을게요.
    뒤돌아 또 까먹더라도.
    파팅~~

  • 2024-02-06 19:26

    경덕샘 글을 읽고 나니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이 절로 드네요~

기린의 걷다보면
30대 중반을 통과하던 무렵이었다. 신문에서 일본 시코쿠섬에 위치한 88개의 절을 순례하는 도보 여행가의 여행기를 보게 되었다. 1번 절에서 출발해서 88번까지 이르는 완주 과정 자체가 내게는 경이롭게 다가왔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방을 빼고 적금을 깨 여행을 떠났다는 이력도 그랬고, 여자 혼자서 그 길을 완주하는 실행력도 멋있어 보였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좋았고, 오랜 걷기로 발가락에 생긴 물집 터뜨리기에 점점 능숙해지는 변화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홀가분하게 떠난 그의 도전이 부러웠다. 언젠가는 나도 한 번 해 봐야지 다짐했다.     그렇지만 나는 하던 일을 때려치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 다짐은 서서히 잊혔다. 시간이 지나 인문학공부를 하게 되면서 다른 일상으로 접어들었고, 타고 다녔던 승용차를 처분했다. 집을 나서서 걷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그사이 걷기가 점점 더 많은 이들의 관심 영역으로 떠올랐다. 제주도 올레길이나 산티아고 순례길 등을 걷는 이야기들이 더 자주 들려왔다. 시코쿠 순례길을 알게 되었을 때처럼 끌리지는 않았다. 그러다 고향집을 통과하는 해파랑길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긴 트레일 코스로 50개 코스로 이루어진 750km의 길이었다. 고향집 주변 코스부터 몇 코스를 걷기 시작하면서 다시 예전의 그 다짐이 떠올랐다. 나도 한번 해 봐야지.       해파랑길을 검색하다보니 완주한 사람들의 사연도 올라왔다. 명예퇴직을 한 후 이 길을 완주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는 50대 중년의 이야기도 있었고, 전국의 길을 다 걷겠다는 의지를 실천하는 걷기의 달인도 있었다. 언젠가가...
30대 중반을 통과하던 무렵이었다. 신문에서 일본 시코쿠섬에 위치한 88개의 절을 순례하는 도보 여행가의 여행기를 보게 되었다. 1번 절에서 출발해서 88번까지 이르는 완주 과정 자체가 내게는 경이롭게 다가왔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방을 빼고 적금을 깨 여행을 떠났다는 이력도 그랬고, 여자 혼자서 그 길을 완주하는 실행력도 멋있어 보였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좋았고, 오랜 걷기로 발가락에 생긴 물집 터뜨리기에 점점 능숙해지는 변화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홀가분하게 떠난 그의 도전이 부러웠다. 언젠가는 나도 한 번 해 봐야지 다짐했다.     그렇지만 나는 하던 일을 때려치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 다짐은 서서히 잊혔다. 시간이 지나 인문학공부를 하게 되면서 다른 일상으로 접어들었고, 타고 다녔던 승용차를 처분했다. 집을 나서서 걷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그사이 걷기가 점점 더 많은 이들의 관심 영역으로 떠올랐다. 제주도 올레길이나 산티아고 순례길 등을 걷는 이야기들이 더 자주 들려왔다. 시코쿠 순례길을 알게 되었을 때처럼 끌리지는 않았다. 그러다 고향집을 통과하는 해파랑길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긴 트레일 코스로 50개 코스로 이루어진 750km의 길이었다. 고향집 주변 코스부터 몇 코스를 걷기 시작하면서 다시 예전의 그 다짐이 떠올랐다. 나도 한번 해 봐야지.       해파랑길을 검색하다보니 완주한 사람들의 사연도 올라왔다. 명예퇴직을 한 후 이 길을 완주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는 50대 중년의 이야기도 있었고, 전국의 길을 다 걷겠다는 의지를 실천하는 걷기의 달인도 있었다. 언젠가가...
기린
2024.04.06 | 조회 222
동물을 만나러 갑니다
      코에 흙을 잔뜩 묻힌 돼지가 보인다.   돼지는 큰 귀를 곧게 세우고 어딘가를 응시한다.   뒤쪽엔 보다 작은 돼지가 보인다.   돼지는 코를 땅에 대고 냄새를 맡고 있다.   루팅을 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돼지들 위로 두 명의 고양이가 나란히 앉아 있다.   한 명은 그릇에 얼굴을 묻고 무언가를 먹는다.   그 옆에 있는 고양이는 허리를 세우고 정면을 본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뭘 쳐다보냐는 눈빛으로.     -         봉봉오리님의 『지구에 살 자격』의 표지에는 돼지와 고양이 그림이 있다. 동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생의 어느 한 순간을 표현한다. 움직이지 않지만 살아 있고 저마다 생기를 분출한다. 책 표지를 넘기면 봉봉오리님의 친필 문구가 보인다.     종차별 없는 연대를.     한 페이지를 더 넘기면 저자의 한 줄 소개가 있다.     동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동물해방을 그린다.     나는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를 하며 봉봉오리님을 만났다. 봉봉오리님은 생추어리와 재개발구역을 오가며 돼지를 돌보고, 또 고양이를 돌본다. 돌봄 일지를 블로그에 공유하고, 동물들 그림을 그려 전시를 한다. 나는 어느날 봉봉오리님에게 재개발 구역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돼지를 만나온 나는 또 다른 동물 돌봄 현장이 궁금했다. 설 연휴로 날짜가 정해졌다. 같이 갈 사람들이 모였다. 봉봉오리, 그린, 이슬, 세원, 그리고 나. 이들은 새벽이생추어리 돌봄 혹은 비질 모임으로 돼지를 만나온 사람들이었다.  ...
      코에 흙을 잔뜩 묻힌 돼지가 보인다.   돼지는 큰 귀를 곧게 세우고 어딘가를 응시한다.   뒤쪽엔 보다 작은 돼지가 보인다.   돼지는 코를 땅에 대고 냄새를 맡고 있다.   루팅을 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돼지들 위로 두 명의 고양이가 나란히 앉아 있다.   한 명은 그릇에 얼굴을 묻고 무언가를 먹는다.   그 옆에 있는 고양이는 허리를 세우고 정면을 본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뭘 쳐다보냐는 눈빛으로.     -         봉봉오리님의 『지구에 살 자격』의 표지에는 돼지와 고양이 그림이 있다. 동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생의 어느 한 순간을 표현한다. 움직이지 않지만 살아 있고 저마다 생기를 분출한다. 책 표지를 넘기면 봉봉오리님의 친필 문구가 보인다.     종차별 없는 연대를.     한 페이지를 더 넘기면 저자의 한 줄 소개가 있다.     동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동물해방을 그린다.     나는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를 하며 봉봉오리님을 만났다. 봉봉오리님은 생추어리와 재개발구역을 오가며 돼지를 돌보고, 또 고양이를 돌본다. 돌봄 일지를 블로그에 공유하고, 동물들 그림을 그려 전시를 한다. 나는 어느날 봉봉오리님에게 재개발 구역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돼지를 만나온 나는 또 다른 동물 돌봄 현장이 궁금했다. 설 연휴로 날짜가 정해졌다. 같이 갈 사람들이 모였다. 봉봉오리, 그린, 이슬, 세원, 그리고 나. 이들은 새벽이생추어리 돌봄 혹은 비질 모임으로 돼지를 만나온 사람들이었다.  ...
경덕
2024.04.02 | 조회 304
아스퍼거는 귀여워
  - 글 속에서 아이의 지칭을 ‘감자’로 변경. 감자를 좋아하는, 감자같이 귀여운 얼굴의 남자아이. 현재 초등학교 5학년생.     새 학기다. 초조하다. 애써 웃음 지어보지만, 마음 한구석은 돌덩이가 내려앉은 것처럼 무겁다. 우리 감자는 이제 5학년. 개학하기 2주 전부터 서서히 어둠이 도사린다.  “엄마, 학교는 왜 가야 하는 걸까요?”     몇백 번은 이야기 했을 텐데…. 모르는 게 아니지만 가기 싫은 마음으로 질문한다는 걸 안다. 또 답할 수밖에. 먼저 1단계 협박.    “응,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라 안 가면 엄마가 잡혀가.”     팩트 체크. 사실 감자는 때에 따라서 홈스쿨링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구구절절 학교의 장점을 이야기해봤자 감자에게 와 닿는 건 없다. 학교 공부도 지루하고 친구도 없는 아이에게 먹힐 리가. 다음은 2단계 공감.    “근데…. 엄마도 진짜 학교 가기 싫고, 공부도 하기 싫었어. 어릴 때 소심하고 친구도 없어서 맨날 맨 앞자리에 앉아서 종이접기하고 그랬지.”  “진짜 엄마도 그랬어요?”  “그래 진짜지. 아빠한테도 물어봐.”     3단계 동조.    “그래 아빠도 그랬어. 근데 그냥 학교 가서 앉아있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어려워?”     에이 도움이 안 된다. 쩝, 다시 2.5단계 공감+희망.    “엄마도 그래. 쉬다가 약국에 일하러 가는 거 얼마나 가기 싫은 줄 알아? (오바) 몸이 천근만근이라고 (이 정도는 아님) 근데 막상 가잖아? 그럼 또 재미있다?”     협박과 공감과 회유 사이를 무한 반복하면서,...
  - 글 속에서 아이의 지칭을 ‘감자’로 변경. 감자를 좋아하는, 감자같이 귀여운 얼굴의 남자아이. 현재 초등학교 5학년생.     새 학기다. 초조하다. 애써 웃음 지어보지만, 마음 한구석은 돌덩이가 내려앉은 것처럼 무겁다. 우리 감자는 이제 5학년. 개학하기 2주 전부터 서서히 어둠이 도사린다.  “엄마, 학교는 왜 가야 하는 걸까요?”     몇백 번은 이야기 했을 텐데…. 모르는 게 아니지만 가기 싫은 마음으로 질문한다는 걸 안다. 또 답할 수밖에. 먼저 1단계 협박.    “응,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라 안 가면 엄마가 잡혀가.”     팩트 체크. 사실 감자는 때에 따라서 홈스쿨링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구구절절 학교의 장점을 이야기해봤자 감자에게 와 닿는 건 없다. 학교 공부도 지루하고 친구도 없는 아이에게 먹힐 리가. 다음은 2단계 공감.    “근데…. 엄마도 진짜 학교 가기 싫고, 공부도 하기 싫었어. 어릴 때 소심하고 친구도 없어서 맨날 맨 앞자리에 앉아서 종이접기하고 그랬지.”  “진짜 엄마도 그랬어요?”  “그래 진짜지. 아빠한테도 물어봐.”     3단계 동조.    “그래 아빠도 그랬어. 근데 그냥 학교 가서 앉아있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어려워?”     에이 도움이 안 된다. 쩝, 다시 2.5단계 공감+희망.    “엄마도 그래. 쉬다가 약국에 일하러 가는 거 얼마나 가기 싫은 줄 알아? (오바) 몸이 천근만근이라고 (이 정도는 아님) 근데 막상 가잖아? 그럼 또 재미있다?”     협박과 공감과 회유 사이를 무한 반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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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 조회 336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나는 마젠마 회원~     우리 동네 금천에는 ‘마젠마’라는 단체가 있다. ‘마을에서 젠더를 마주하다’를 줄인 것이란다. 2013년부터 무려 글쓰는 엄마동아리로 시작해, 2015년에는 금천구마을활동가 모임으로 재구성했고, 2020년 여성의 사회적 성장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로 변신을 이어온 단체였다. ‘우와 우리 동네에도 이런 모임이 있다뉘’. 좀 놀라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다. 있어 보이는 단체명을 가진 마젠마를 빨리 접하고 싶었다. 기회를 엿보다가 2023년 5월 23일, 함께 영화 보기 행사를 하는 것을 발견했다. 당근 신청했고, 당근 참석했다. 함께 볼 영화는 <와즈다>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에게 금지된 자전거 타기를 도전하는 소녀 와즈다의 이야기였다. 영화를 본 장소는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였다. 마을 공유공간에서 단체로 영화를 보는 경험은 처음이라 마을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었다. 그리고 마젠마의 대접도 융숭해 더 만족했었다.       그러다 여름에 마젠마 신입회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고, 망설임 없이 바로 가입했다. 가입신청서를 낸 얼마 후 신입회원 환영회가 있었다. 상반기 활동을 공유하고 각자 자신을 표현하는 물건으로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입회원 웰컴 선물도 증정해줬다.^^ 마을에서 여성들끼리 이렇게 즐겁게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위하는 모습에 몸과 마음이 훈훈했다. ‘이런 게 비빌언덕이지. 이런 단체가 하나쯤은 동네에 있어야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진짜 이런 단체가 우리 마을에 존재해줘서 고마웠다. 두 팔 벌려 환영해주는 기존 멤버들과 나도 이제 같은 멤버라는 소속감에 마음이 든든했다. 나는 이제 마젠마 회원이다~.             그 후로도...
    나는 마젠마 회원~     우리 동네 금천에는 ‘마젠마’라는 단체가 있다. ‘마을에서 젠더를 마주하다’를 줄인 것이란다. 2013년부터 무려 글쓰는 엄마동아리로 시작해, 2015년에는 금천구마을활동가 모임으로 재구성했고, 2020년 여성의 사회적 성장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로 변신을 이어온 단체였다. ‘우와 우리 동네에도 이런 모임이 있다뉘’. 좀 놀라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다. 있어 보이는 단체명을 가진 마젠마를 빨리 접하고 싶었다. 기회를 엿보다가 2023년 5월 23일, 함께 영화 보기 행사를 하는 것을 발견했다. 당근 신청했고, 당근 참석했다. 함께 볼 영화는 <와즈다>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에게 금지된 자전거 타기를 도전하는 소녀 와즈다의 이야기였다. 영화를 본 장소는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였다. 마을 공유공간에서 단체로 영화를 보는 경험은 처음이라 마을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었다. 그리고 마젠마의 대접도 융숭해 더 만족했었다.       그러다 여름에 마젠마 신입회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고, 망설임 없이 바로 가입했다. 가입신청서를 낸 얼마 후 신입회원 환영회가 있었다. 상반기 활동을 공유하고 각자 자신을 표현하는 물건으로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입회원 웰컴 선물도 증정해줬다.^^ 마을에서 여성들끼리 이렇게 즐겁게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위하는 모습에 몸과 마음이 훈훈했다. ‘이런 게 비빌언덕이지. 이런 단체가 하나쯤은 동네에 있어야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진짜 이런 단체가 우리 마을에 존재해줘서 고마웠다. 두 팔 벌려 환영해주는 기존 멤버들과 나도 이제 같은 멤버라는 소속감에 마음이 든든했다. 나는 이제 마젠마 회원이다~.             그 후로도...
김윤경~단순삶
2024.03.20 | 조회 336
현민의 독국유학기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삽니다.             입원기   볼더링을 하다가 떨어졌다. 다음 날 응급실에서 하루종일 엑스레이를 몇 번 찍은 후 의사로부터 인대 파열과 발목 바깥쪽 뼈가 부러졌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뼈를 재위치하기 위해선 다리에 못을 박는 수술을 해야 했다. 살면서 병원에 가는 일이 잘 없는게 자랑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입원을 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보험 확인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내게 보험은 있냐고 물었다. 최근 나는 독일에서 새 비자를 받았는데, 그때 독일 사보험을 등록해놓았다. 지난 한 해 동안은 한국에서 가장 싼 여행보험을 들어놓았다. 그동안 한 번도 병원에 갈 일이 없었는데, 독일 보험을 들어놓고 사고를 당해서 다행이었다.   입원하면 금방 수술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발목이 너무 부으면 수술 후 봉합이 어려워 붓기가 가라 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병원에서 아침 점심 저녁 밤으로 진통제를 받았는데, 살면서 그렇게 많은 약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빈속에 약을 먹어 배가 쓰리면, 그것을 방지하는 약을 먹는 식이었다. 서양 의학이란 이런 것이구나 체감하며 먹으라는 약을 먹었다. 팔에 주사바늘을 꽂고 이름 모르는 주사들을 여러 번 맞으니 몸에 멍 자국이 금방 늘었다. 매일 아침 집단으로 의사 무리가 찾아와 오늘도 수술은 못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예상보다...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삽니다.             입원기   볼더링을 하다가 떨어졌다. 다음 날 응급실에서 하루종일 엑스레이를 몇 번 찍은 후 의사로부터 인대 파열과 발목 바깥쪽 뼈가 부러졌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뼈를 재위치하기 위해선 다리에 못을 박는 수술을 해야 했다. 살면서 병원에 가는 일이 잘 없는게 자랑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입원을 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보험 확인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내게 보험은 있냐고 물었다. 최근 나는 독일에서 새 비자를 받았는데, 그때 독일 사보험을 등록해놓았다. 지난 한 해 동안은 한국에서 가장 싼 여행보험을 들어놓았다. 그동안 한 번도 병원에 갈 일이 없었는데, 독일 보험을 들어놓고 사고를 당해서 다행이었다.   입원하면 금방 수술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발목이 너무 부으면 수술 후 봉합이 어려워 붓기가 가라 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병원에서 아침 점심 저녁 밤으로 진통제를 받았는데, 살면서 그렇게 많은 약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빈속에 약을 먹어 배가 쓰리면, 그것을 방지하는 약을 먹는 식이었다. 서양 의학이란 이런 것이구나 체감하며 먹으라는 약을 먹었다. 팔에 주사바늘을 꽂고 이름 모르는 주사들을 여러 번 맞으니 몸에 멍 자국이 금방 늘었다. 매일 아침 집단으로 의사 무리가 찾아와 오늘도 수술은 못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예상보다...
현민
2024.03.16 | 조회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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