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공29회차 후기/ 전쟁의 명분

봄날
2024-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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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經은 이렇다.

“27년 봄에 杞子가 와서 朝見하였다.

여름 6월 경인일에 齊侯昭(효공)가 죽었다.

가을 8월 을미일에 제효공을 장사 지냈다.

을사일에 公子遂가 군대를 거느리고 杞나라로 쳐들어갔다.

겨울에 楚人‧陳侯‧蔡侯‧鄭伯‧許男이 宋나라를 포위하였다.

12월 甲戌日에 公이 諸侯와 회합하여 宋나라에서 結盟하였다.”

 

傳을 통해서야 우리는 춘추의 행간을 짚고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기나라 환공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지만 東夷와 가까워서 오랑캐의 예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기껏 노나라에 조회를 왔는데 오랑캐 문화를 가졌다고 무례해서 하대를 하다니...아무리 주를 계승했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남의 나라를 무시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 결국 가을에 그것 때문에 기나라로 쳐들어갔는데, 결국 오랑캐의 예라는 것은 빌미일 뿐, 노나라 역시 땅따먹기 게임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제나라 효공이 죽었다. 환공이후 제나라는 어지러워지고 있고, 초나라는 더욱 강성해지고 있다. 많은 제후국들이 초에 붙었다. 노나라는 이전에 두 번이나 제나라의 침공을 받아서 원한이 있지만 그렇다고 효공의 죽음에 문상을 하고 죽은 이를 애도하는 예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예에 맞다고 했다. 그런데 당시 일반적으로 제후가 죽으면 5달만에 장사를 지내는데 효공의 경우 세달만에 장사를 지냈다.

 

초나라가 다른 제후들을 규합해서 송나라를 포위했다. 송이 초나라를 배반하고 晉과 친했기 때문이다. 경에는 한줄이지만 초나라가 송을 잡기 위해 한 노력이 전에 자세히 나온다. 군대를 다스리는 일도 그렇고, 다스리는 자를 천거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치병을 위해 자문(子文)을 임명했는데 그는 새벽부터 아침 먹기 전까지 훈련이 끝났을 때 한 사람도 처벌하지 않았다. 반면에 子玉은 하루해가 다했을 때 일곱명에게 매질을 하고 세명의 귀를 뚫었다. 자옥의 성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은퇴한 경대부들은 자옥을 천거한 자문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축하했지만 蔿賈는 나이도 어린 놈이 더구나 지각하고도 ‘자기가 뭘 축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자옥의 됨됨이를 보고 분명 패장이 될 것임을 짐작했던 모양이다. 그러니 나중에 정말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면 그때 자문을 추켜세우면 된다고 한 것이다.

 

겨울에 초나라가 송을 호위하자 송은 진나라에 구원을 청했다. 그러나 진나라의 선진이 이전에 송이 진나라를 거쳐 갈 때 말 20필을 준 적이 있으니 보답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초와의 전면전이 아니라 초나라에 붙은 曹나라와 衛나라를 치면 초나라가 이를 구하기 위해 송의 포위를 풀고 조나라와 위나라로 갈 것이니 그렇게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이에 진나라는 군대를 훈련시키고 3군을 편성하였다. 그 이전에는 2군이었는데 규모를 늘린 듯 하다. 이들의 장수를 천거하는데 조최가 나섰다. 그런데 장수감으로 郤縠을 꼽는 이유가 예악을 좋아하고 詩書에 진심이라는 것이었다. 예로서 中을 인도하고 악으로 和를 인도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를 장수로 삼은 결과는 다음 회차에 나오지 않을까.

 

댓글 2
  • 2024-01-22 09:38

    좌전 세미나를 하다가 문득 세 사람이 함께 웃을 때, 우리 좌전 좀 같이 읽었나보다라고 생각합니다. ^^
    장수를 뽑는데 군사 전략에 뛰어나다거나 용맹한 사람을 뽑는게 아니라 시, 서에 진심인 사람을 뽑는다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게 '춘추시대'의 특징인 듯합니다.

  • 2024-01-22 21:55

    하하하 맞아요. 저희들만의 코드가 생기는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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