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공 28회차 후기 : 유하혜

토용
2024-01-14 00:45
55

『논어』 <미자>편에 유하혜의 이야기가 나온다. 재판관이 된 유하혜가 세 번이나 쫓겨나자 사람들이 떠날만하지 않느냐고 묻는 말에 대한 대답이 있다.

“도를 곧게 지켜 사람을 섬긴다면, 어디에 간들 세 번 쫓겨나지 않겠는가? 도를 굽혀 사람을 섬긴다면 굳이 부모의 나라를 떠날 필요가 있겠는가?”

맹자도 유하혜를 성인이라고 평하였는데, <좌전>에 이 유하혜가 등장했다.

 

희공 26년 여름, 제나라가 노나라 북쪽 변방을 토벌하자 노나라는 술과 음식을 보내 제나라 군대를 위로한다. 이 때 전희를 보내는데 가기 전에 전금에게 가르침을 받게 한다. 이 전금이 바로 유하혜이다.

『국어』 <노어>에도 같은 일이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한 사람이 더 등장한다. 장문중이다. 공자가 “유하혜의 현명함을 알면서도 그와 더불어 조정에 서지 않았다”라며 비판한 그 장문중이다. <노어>에는 “제나라 효공이 와서 노나라를 공격할 때에 장문중이 외교문으로 고하려 하되, 외교문에 곤궁하여 전금에게 물으니”라고 되어 있다. 제 효공을 만나 외교로 철군하게 해야 하는데 외교문 작성이 뜻대로 안되었는지 유하혜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 같다.

 

어쨌든 <좌전>에서는 전희가 제 효공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데 그 내용이 아마도 유하혜가 가르쳐준 말일 것이다.

제 효공은 노나라 사람들이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에 무엇을 믿고 두려워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전희는

“선왕의 명을 믿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주공과 태공이 주나라 왕실의 수족이 되어 성왕을 좌우에서 보좌하니, 성왕은 두 분의 공로를 위로하시고 두 분에게 결맹하도록 명하시며 ‘대대로 자자손손 서로 해치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 재서(載書 맹약한 문서)가 맹부(盟府)에 보관되어 태사가 맡아 관리하고 있습니다.

환공이 이 때문에 제후를 규합하여 불화의 해결을 도모하고, 제후들의 잘못을 미봉하며 재난을 구제하였으니, 이는 옛날 태공의 직분을 밝힌 것입니다.”

이어지는 말은 효공도 환공의 뒤를 이어 태공의 직분을 따를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효공은 바로 회군을 한다.

 

서주 초기의 맹약이 아직 효력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패자였던 환공의 죽음 이후 제나라의 위신이 예전 같지 않다. 노나라조차 위나라, 거나라 등과 맹약을 맺어 살길을 도모하는 상황이다. 제나라도 자기 아래에 있던 노나라가 자꾸 딴 마음을 먹으니 경고 차원에서 군대를 동원했을 것이다. 희공 당시로부터 400년 전의 선조들의 맹약이 효력이 있었다면, 아직은 그래도 봉건시스템이 살아있다고 봐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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