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공26회차 후기: 희공24년이 끝났다~

봄날
2024-01-01 13:15
47

주나라의 권세가 예전만 못한데다 양왕의 사람됨이 변변치 않았나보다. 정나라의 도발에 대해 적을 끌어들여 정벌하려 하자, 부진이 간언했다. 정나라는 주나라 선대가 봉한 나라이고 그 후손들이니 형제나 다름없다, 형제는 비록 집안에서는 서로 싸우나 집밖에서는 함께 싸우는 법이다, 그래서 옛날 주나라가 친척들로 하여금 변방에 병풍을 쳐 대비하지 않았냐....그러나 양왕은 부진의 간언을 듣지 않고 적(狄)을 끌어들였다.  과연 적이 정나라를 정벌했다. 이에 감사의 뜻으로 양왕은 정공의 여식을 왕후로 삼으려 했는데, 또 부진이 막았다.  여인으로 인한 우환을 걱정한 것인데, 이번에도 역시 양왕은 듣지 않았다.  결국 왕자 대가 퇴숙과 도자와 함께 적의 군사를 동원해 주나라를 쳐서 주공기보, 원백, 부진을 잡았다. 왕은 정나라로 도망치는 신세가 됐다. 겨울이 되자 양왕은 (노나라에) 사신을 보내 변란이 일어난 것을 알렸다.  그런데 특사를 보낸 곳은 노나라가 아닌 두 진나라(晉, 秦)이다.  이 두 나라는 희공 11년에도 융을 정벌해서 주나라를 구해준 적이 있고, 양왕은 이번에도 두 진나라가 도와줄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노나라와 다른 나라는 특사가 아닌 일반사신으로 보냈다. 이미 두 나라가 춘추시대에 위세를 떨치고 있었으니 힘센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가 차이가 날 수밖에.....암튼 그 와중에도 정문공은 관리를 보내 범(氾)땅에 피신해있는 왕의 관리들을 문안하고 집기들을 살폈다고 한다. 

24년 가을의 에피소드 한토막: 경에도 나와있지 않은데, 이 이야기가 왜 들어갔는지 좌구명의 생각을 알 도리는 없다. 이야기인즉슨, 정나라 자화의 동생 자장이 송나라에 도망쳐 있었는데 휼관, 즉 도요새의 깃털로 만든 관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했다. 정문공이 이를 좋아하지 않아 자객을 시켜 그를 죽였다는 것이다.  도망친 마당에 휼관을 수집하는 자장이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자객을 시켜 죽이기까지 할 건 또 뭔가....

송나라가 초나라와 화친을 맺은 뒤 돌아가는 길에 정나라를 방문하자, 정문공이 어떻게 예우해야 할지 황무자에게 물었다. 황무자는 송나라가 은나라의 후예이니 손님으로 후하게 대접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연회를 베풀면서 여느 제후보다 좀더 높게 대우했다.

이렇게 길었던 희공24년이 끝났다. 기세가 꺾인 천자국인 주나라의 주변 제후국들의 기싸움으로 전쟁과 음모가 무수한 가운데에서도 예를 갖추고 과거의 질서를 지켜내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간간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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