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공 25회차 후기 : 논공행상을 비판한 개지추

토용
2023-12-19 23:49
55

진(晉) 문공의 즉위 후 논공행상이 시작되었다.

문공을 따라 19년을 외국에서 떠돈 사람들(從亡者)에게 보상은 당연할 터. 공이 큰 사람에게는 봉읍을 주었고, 작은 사람에게는 작위를 올려주었다. 그런데 논공행상을 다 끝마치기 전에 주 왕실에 변고가 생긴다. 주 양왕이 아우 대가 일으킨 난리 때문에 정나라로 피신을 간 것이다. 양왕이 진(晉)나라에 sos를 치는 바람에 미처 상을 받지 못한 사람이 생긴다.

 

개지추(『사기』 <진세가>에서는 개자추라고 한다)는 문공에게 자신의 허벅지를 잘라서 먹게 한 사람으로 두예는 문공의 미신(微臣)이라고 하였다. 미신이라고 한 것을 보니 신분과 지위가 낮았던 신하였던 것 같다. 그러니까 논공행상의 순번에서 밀려 있었겠지.

그런데 『좌전』에서는 개지추 스스로가 봉록과 지위를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봉록을 받지 못했다고 쓰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개지추는 논공행상에 대해 비판의 말을 쏟아낸다.

 

“헌공의 아들 아홉 사람 중에 유일하게 주군만이 살아 계신다. 혜공과 회공은 가까운 사람이 없어서 국내와 국외가 모두 그들을 버렸다. 그러나 하늘이 진나라의 제사를 끊지 않은 것은 반드시 나라에 주재자가 있게 하려 한 것이니 진나라의 제사를 주재할 사람이 주군이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실로 하늘이 주군을 임금으로 세운 것인데 몇몇 사람은 자신들의 공로로 여기니 남을 속이는 것이 아닌가? 남의 재물을 훔치는 것도 오히려 도둑이라 하는데 하물며 하늘의 공로를 탐하여 자신들의 공로로 삼아야 하겠는가? 아래 사람은 그 죄를 의(義)로 여기고 윗사람은 그 간악한 행위에 상을 내려 위아래가 서로 속이니, 저들과 함께 거처하기 어렵다.”

 

개지추의 어머니가 상을 못 받은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지만 개지추의 신념은 꿋꿋하다. 임금에게 알리라는 어머니의 말에, 자신의 공로를 말로 떠들어대는 것은 몸을 꾸미는 일(文身)이라고 답한다. 이후 개지추는 어머니와 함께 산 속에 들어가 숨는다.(어머니도 아들의 말에 감화되어서 자발적으로 따른다)

 

뒤늦게 사정을 알게 된 문공이 개지추를 찾지만 결국 못 찾는다. 이에 면상의 땅을 주어 개지추를 기리고 자신의 잘못을 기억하게 한다.

개지추의 이야기는 『사기』 뿐만 아니라 『여씨춘추』 『신서』 등에도 수록되어 있는데, 특히 『신서』에는 개지추를 산에서 나오게 하려고 불을 질렀으나 개지추는 나오지 않고 불타 죽었다고 되어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빠지지 않는 논공행상이다. 개지추 같은 사람은 언감생심 바라지도 않지만 제발 적재적소에 비슷하게라도 어울리는 사람이나 앉혔으면 좋겠다.

댓글 1
  • 2023-12-21 12:35

    어떻게 보면 정권이 바뀌면서 문제의 씨앗이 되는 것이 '논공행상'일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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