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공 24회차 후기 : 뒤끝 있는 진 문공

진달래
2023-12-05 15:29
81

노 희공 24년 되었습니다. 

희공 24년은 무척 깁니다. 중이가 진(晉)에 돌와 왔습니다. 

진 문공은 제 환공과 더불어 춘추시대의 패자입니다. 

그런데 제 환공에 비하면 패자라고 칭하는 것이 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 환공의 재위기간은 43년에 달하고, 그가 패자로 인정받았던 기간도 꽤 길었습니다, 

그에 반해 진 문공은 19년을 떠돌아 다니고, 재위기간이 8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희공 24년 진 문공이 귀국하고 본격적으로 논공행상이 시작됩니다. 

19년의 기간을 떠돌아 다녔으니 따라다닌 신하들에게도 사연이 무궁무진 하고, 따라가지 못(안)했던 신하들의 사연도 무궁무진 합니다. 그러니 진나라에 들어오기도 전에 떠나겠다고 하는 신하가 있질 않나, 들어오자마자 죽이겠다고 하는 신하들도 있고, 그걸 막아 주는 신하도 있고, 등등 여러 신하들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좌전>을 읽으면서 알게 된 건 진 문공이 후에 패자가 되었다고 해도, 그가 진나라에 들어가기까지 꽤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혹은 모두 다 팔벌려 환영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문공이 귀국하자마자 여생과 극예와 같은 이들이 궁에 불을 질러 그를 죽이려고 합니다. 

19년이란 시간은 그의 정치적 역량과 관계없이 그 사이에 세력을 넓힌 이들이 있었고, 이들에게 문공은 달갑지 않은 존재입니다. 

여기에 환관이었던 파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진 혜공 때는  문공을 죽이려고 했던 인물입니다. 

문공이 그를 만나주질 않자 그가 말합니다. 

신하는 군주의 명령이 두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러니 군주에게 해가 되는 것을 없애려고 한 것 뿐이다. 자기가 혜공을 모실 때는 문공이 악이었고, 지금은 문공을 모시니 문공을 해치려 하는 자를 없애야 한다고. 

그러면서 여생과 극예의 모의를 알려 줍니다.  

 

글을 쭉 읽다보니 문득 문공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졌습니다. 

제나라에서 대접을 잘 받아 편안히 살고 있을 때는 떠나기 싫어했고, 적 땅에서 살다 떠날 때는 부인에게 25년을 기다려 달라고 했고, 걸식을 할 때 자기에게 흙덩이를 던져 준 사람을 보고 화를 내며 때리려고 쫓아가기도 하고... 

생각보다 평범한 사람인 듯 보입니다.

문공은 생각보다 뒤끝이 긴 사람이었습니다. ^^

이런 이를 패자로 만든 것 문공 자신이라기 보다는 그 주변에 있던 여러 신하들 - 거기에는 나이 어린 급사도, 망명지에서 결혼했던 여러 부인들도  포함 - 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신하들의 이야기가 줄줄이 이어지는 걸 보니 말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그 유명한 개자추가 나오네요. 어? 근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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