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공 22회차 후기 : 중이, 움직이다

토용
2023-11-26 21:15
48

희공 23년(BC637)이다.

희공 17년 춘추시대 첫 패자였던 제나라 환공이 죽고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패자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제후가 없다. 무주공산에 주인은 누가 될 것인가? 패자가 되기를 원했던 송 양공은 초나라와의 전쟁(희공 22년 11월)에서 부상을 입고 결국 그 때문에 죽는다.(희공 23년 5월) 정나라는 제 환공이 죽자마자 바로 초나라에 붙었고, 진(陳)나라는 채나라, 초나라, 정나라, 제나라 제후들을 모아 제 환공을 잊지 말자 부르짖다가 송나라에 붙었나보다. 초나라가 진을 정벌했기 때문이다.

 

이 해에는 또 진(晉) 혜공(이오)이 죽는다. 뒤이어 즉위한 회공은 중이를 따라간 사람들에게 기한 내에 귀국하라고 명을 내린다. 중이는 18년 전(희공 5년) 진의 내란 때 적(狄)으로 망명을 했고, 그 때 따라간 신하들이 현사(賢士) 5인을 비롯해서 수십 명이 있었다. 회공은 이들이 기한 내에 귀국을 하면 용서하겠다고 말하지만, 중이의 외조부 호돌은 그 명에 반대한다. 신하로서 두 마음을 가지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라며 중이를 따라간 자신의 아들들을 불러들이지 않는다. 이에 회공은 호돌을 죽이고, 그의 형벌 남용은 이듬해 회공이 죽게 되는 원인이 된다.

 

한편 어머니의 나라인 적으로 도망간 중이는 그 곳에서 결혼도 하고 12년을 보낸다. 이 때 중이의 나이가 『좌전』과 『국어』에서는 17세, 『사기』에서는 43세라고 하는데 태사공의 착오 아닐까싶다.

 

중이가 적에서 결혼한 여자는 계외인데 아들 둘을 낳았다. 중이는 제나라로 떠나기 전 계외에게 25년을 기다려도 자기가 돌아오지 않으면 재가를 하라고 말한다. 계외의 대답이 걸작이다. 25년 후면 관에 들어갈 나이니 그냥 기다리겠다고. 처음에는 25년을 기다리라는 중이가 좀 뻔뻔한 것 같았는데, 생각해보니 25년을 기다리라는 것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꼭 데리러 오겠다는 말이 아닐까? 애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차라리 그냥 데리고 가지. 하긴 본인도 죽을 수도 있는 떠돌이 생활일텐데 데리고 가기도 힘들었을 것 같다.

 

어쨌든 중이는 적을 떠나 제나라로 향하는데 이 때가 희공 16년이었다.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부분은 희공 23년인데 희공 16년에 있었던 일을 여기에다 적어놓고 있으니 이런게 『좌전』 읽기의 어려움 중 하나라고 할까. 등장인물도 많은데 시간까지 따져가며 읽어야 한다. 희공 23년에 일어난 일의 앞선 사정을 설명하려다보니 그런 것 같다. 사건에는 전후맥락이 중요하니까.

 

적나라를 떠난 중이의 행보는? 먼저 위(衛)나라를 지나는데 위 문공의 무례함이 있었고, 길가다 먹을 것을 요청하자 흙덩이를 받게 되는 어이없는 일도 겪는다. 앞으로 중이의 앞길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춘추시대 두 번째 패자가 되는 중이(문공)가 19년 동안 떠돌면서 겪게 되는 경험들이 그의 통치에 어떤 자산이 되었을지 살펴보는 것도 『좌전』 읽기의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댓글 1
  • 2023-11-28 07:32

    드디어 중이가 나오는군요.^^
    19년이나 망명을 다녔으니 이야기가 오죽 많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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