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공20회차 후기: 가뭄에 대비하는 법

봄날
2023-11-1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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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환공이 17년에 사망하면서 중국에 패자가 없는 상황에서 송양공은 스스로 패자가 되고픈 생각을 키웠다. 당시 초나라가 이미 세를 확장해 제후들의 지지를 얻고 있었기 때문에 송양공이 패자가 되기 위해서는 초나라의 허락을 득해야 하는 것이었다. 현명한 신하 공자목이가 송양공의 야욕을 걱정하며 "작은 나라가 맹주를 다투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며 말렸지만 송양공은 듣지 않았다.

희공21년에 큰 가뭄이 들었는데 희공이 무녀와 곱사등이를 제물로 바쳐 비를 구하려 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이때 장문중이 말렸다. "하늘이 그들을 없애려 했다면 애초에 세상에 내지 않았을 것이고,  그들이 비를 내리는 재주가 있다면 저들을 태운다면 더 마를게 아니냐"며...산 사람을 희생으로 바치는 것은 오늘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고대에도 그것은 아주 신중하게 행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늘을 사유하는 방식의 일면도 엿보인다. 

 

한편 우리는 곱사등이에 대한 두예 주석에 많이 웃었다. 왜 곱사등이를 태워 하늘이 비를 비느냐 하면...곱사등이는 등이 굽는 반면 얼굴이 위로 들려, 비가 내리면 코로 빗물이 들어가므로 하늘이 그를 불쌍히 여겨 비를 안내린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곱사등이를 없애면 불쌍히 여길 것이 없으니 비를 내리게 된다는...요새는 의학기술이나 영양 등이 발전해서 곱사등이를 거의 볼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암튼 희공은 장문중의 충고를 받아들여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지 않았고, 그 덕인지 가뭄은 들었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고 기록돼있다.  21년과 22년의 기록에서는 노희공과 송양공이 좀 대비되는 듯한 인상을 줬다. 희공이 어떻게 했냐 하면...주나라를 정벌하여 수구땅을 빼앗아 수구를 그 나라 군주에게 돌려줬다.  이렇게 한 것은 희공의 모친이 수구나 전유 등을 근거로 한 풍성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소국의 군주가 패자를 탐하는 경과가 21년과 22년에 걸쳐 드러나있다. 가을 제후들의 회합에서 초나라는 송양공을 잡고 송나라를 쳤다. 그리고 겨울에 양공을 석방했다. 자어는 "이것은 재앙의 시작일 뿐, 망하지 않은게 다행이다"라고 한탄했다. 그리고 자어는 22년 송양공이 정나라를 정벌한 것이 그야말로 '재앙'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정나라는 훨씬 이전부터 초나라에 복종했는데, 송이 정과 전쟁을 한다는 것은 초나라와 전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  맹자 등문공편에서 등문공이 위정에 대해 묻자 '소국은 그저 백성을 편안히 다스리는 것에 집중하라'는 식으로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패권은 소국에서는 넘볼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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