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 세미나] 『모방의 법칙』1강 후기

우현
2024-01-02 21:52
179

 

 사회학 세미나의 첫 시간이 지났습니다ㅎ. 많은 격려와 응원 속에..(?) 첫 시간부터 텍스트 소화를 잘 하지 못한 게 좀 아쉽네요. 연말 연초를 지내면서 정신이 없기도 했고, 정군샘 말마따나 ‘사회학 튜터’로서의 감각을 살리며 읽는 지점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정군샘이 강조하신 ‘튜터’의 자질 중 하나는 읽어 갈 텍스트의 양이 많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읽는 책 뿐만 아니라 저자의 평전이라던가, 이 텍스트의 배경을 미리 찾아봐야한다는 것이죠. 이번 세미나에서도 그런 빈칸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모방의 법칙』만 읽어서는 알 수 없는 타르드와 뒤르캠의 관계, 사회와 과학을 바라보는 관점 등. 간단히만 적으면 『모방의 법칙』의 저자인 타르드는 현대의 ‘사회학’을 창시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뒤르캠의 선배였고, 뒤르캠이 타르드의 이론을 강하게 반박하면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고 해요. 어찌보면 현대 사회학의 ‘제물’인 셈이죠. 그럼에도 타르드가 다시 읽히는, 우리가 타르드를 읽는 이유는 뭘까요? 내재적으로 세계를 바라보고자 하는 현대 철학자들에게 힌트가 될 수 있는 지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설명하기 위해서, 타르드의 이론을 간단하게나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타르드는 사회적 사실을 과학으로서 설명하기 위해 사회와 물리학, 생물학을 비교해요. 그리고 이 세 가지의 세계 모두가 ‘반복’이라는 법칙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합니다. 특정한 움직임이 반복되고, 반복은 차이와 변이를 생성해내죠. 물리의 세계에서는 원자의 움직임이 반복합니다. 이것이 ‘진동’이고, 진동에 의해 여러 에너지와 화학반응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전기 에너지가 진동하면서 열 에너지를 만드는 것처럼요. 생물의 세계에서는 ‘생식’이 일어나요. 생명은 후손을 남기는 작업을 반복하고, 각 개체가 차이를 만들며 진화합니다. 그럼 인간 사회의 세계는 어떨까요? 인간 사회에서는 ‘모방’이 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언제나 새로운 관념을 출현시킨(발명한)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다른 이들은 그 사람을 모방하고, 하나의 보편적인 움직임이 되죠. 이 과정 자체가 반복됨으로써 차이를 동반한 모방도 발생합니다. 이렇게 인간 사회를 보편적으로 과학이라고 여겨지는 물리, 생물과 동일한 선상에 놔두고자 하는 게 타르드의 핵심입니다.

 

 타르드가 다시 읽히는 이유가 여깄습니다. 타르드는 사회를 세계 안에서 해석하려고 해요. 그의 이론은 해석자와 인간 사회를 떨어뜨리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조차 ‘모방의 법칙’에 포함되는 구조를 갖고 있죠. 그래서 내재적인 이론인 겁니다. 반대로 타르드를 맹렬히 비판했던 뒤르캠은 어떨까요? 타르드의 이론이 형이상학적이며, 모종의 법칙을 먼저 전제한 상태에서 사회를 바라보기 때문에 다 끼워맞출 수 있다는 비판을 합니다. 뒤르캠은 사회에서 실제로 잡히는 통계를 해석하면서 그 과정에서 법칙을 ‘발견’해야 과학이 될 수 있지, 반대로 법칙을 먼저 ‘발명’한 뒤에 끼워 맞추는 건 과학이 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뒤르캠의 말도 일리가 있죠? 하지만 타르드의 아이디어는 사회학자들보다는 오히려 철학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유효합니다.

 

 이밖에도 타르드의 이론은 이야깃거리가 많지만, 1강에서는 꼭 알아야하는 핵심은 이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어렵지만, 재밌기도 합니다. 타르드의 정반대에 서 있는 뒤르캠은 이번 세미나에서 읽지 않는다는 게 아쉽네요. 왜 읽지 않는 걸까요? 뒤르캠은 훨씬 어렵고 복잡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아무래도 타르드를 이야기하면서 뒤르캠의 이야기를 끼워 팔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ㅎㅎ. 매주 강도 높은 발제와 후기까지 다 하려니 뒤르캠을 읽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기도 하네요ㅎ. 다음주도 잘 읽어보겠습니다..!

 

댓글 3
  • 2024-01-02 23:51

    오! 벌써 후기를!! 네, '너네 둘만 하냐?'고 몇차례 물으셨던 그 세미나를 드디어 시작했습니다. 사실 한 두 분 정도 더 하면 좋겠다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또 그럴 경우에 세미나가 의도하는 바를 넘어서 버릴 가능성이 있어서(그러니까 제가 좀 몸을 사리느라고) 이렇게 달랑 둘이 하는 세미나가 되었습니다. 저도 뭐 '사회학'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관계로 『모방의 법칙』1장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무구해야 재미있는 법이죠). 특히 저는 우현의 후기 본문에도 있지만 타르드가 '반복'을 존재론적 '원리'로 언급하는 부분에서 어떻게 들뢰즈가 『차이와 반복』에서 그런 사유를 전개할 수 있었는지 연결선을 좌악 그어볼 수 있었습니다(사실 들뢰즈에 의한 그런 식의 전유는 타르드가 다시 주목 받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명제를 요약하면 대략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1) 모든 것은 반복된다.
    2) 물리학에선 반복은 진동으로, 생물학에서 반복은 생식으로, 인간(사회)에게서 반복은 모방으로 드러난다.
    3) 따라서 물리-화학적 '진동'과 생물학적 '생식'을 탐구의 대상으로 삼아 '과학'이 수립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학'은 사회적 '모방'을 주제로하는 '과학'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타르드는 '개미가 아치나 터널을 여기저기에 또는 저기보다는 여기에 만들 생각을 하려면, 지협이나 산을 뚫는 우리 엔지니어들의 성향과 대등하거나 그것을 능가하는 혁신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인간사회학과 동물사회학의 관계는 종과 속의 관계와 같다는 걸 알 수 있다'(29-30쪽)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읽고 있는 '신유물론'과 관련해서 '자연-문화의 이분법 해체'나 '인간중심주의의 극복' 테마가 생각나면서 '반복'이라는 개념이 가지고 있는 역능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반복' 개념으로부터 '인간과 자연'에서 '과'라는 이상한 연결어가 사라지고 존재의 원리가 일의적으로 설명되니까요. 그렇게 '사회과학의 대상이 말하자면 전에는 우주 안에서 이물질 같은 인상을 주었지만 이제는 우주의 나머지 부분에 다시 편입'(32쪽)됩니다.

    자, 그런데 우현의 후기에도 있지만, 타르드의 이와 같은 입장에 대해 뒤르켐은 대단히 비판적입니다. '반복과 모방'이라는 개념으로부터 '사회학'의 '과학화'를 구상하는 타르드에 대해 뒤르켐은 뭐라고 말할까요?

    "우리는 철학적 관점으로 사회학적 과학의 결론을 내리려 하지 말 것을 제안했고, 단지 외부적인 표시로써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가능하며, 사회학도가 사회학적 사실을 찾아내는 방법을 알려주고 또 그 사실을 다른 것과 혼동하지 않도록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할 뿐이다. 그것은 모든 것을 포괄하는 추론적 원리 아래 두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엄밀하게 연구영역에 한계를 설정하는 문제이다." - 뒤르켐, 윤병철 박병호 옮김,『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 2판 서문, 47쪽

    이라고 하는군요. 요컨대, 타르드와 같이 '반복'과 '모방'이라는 '추론적 원리'에 따라 사회학을 구성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철학'이지 '과학'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고요. 그래서 위의 텍스트에서 뒤르켐은 학으로서 '사회학'을 수립하기 위한 '규칙들' 말하자면 '방법론'을 수립하려고 합니다. 이전의 이론을 '독단론'으로 규정하고, '한계와 규칙'을 수립함으로써 체계를 일신하려는 이 구도, 어디서 많이 본 구도입니다. 네, 칸트가 수행한 '비판'의 구도죠. 게다가 칸트는 자기 입으로 직접 '학의 안전한 길'로 들어서기 위해 '비판'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까지 오면 '근대정신'이라는 것이 어렴풋이 보이는 듯도 합니다. 데카르트가 '주체'를 발견-발명한 이래로 자기 인식의 명증성(과학화, 학의 안전한 길)을 증명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 주체성의 테마가 사회학의 태동기에까지 반복되고 있는 것이죠. 음, 첫술에 배가 부를리야 없겠지만, 일단 '맛'만 봤을 때는 훌륭합니다.

  • 2024-01-03 16:11

    오! 후기를 읽는 것으로도 공부가 됩니다^^ 모스가 뒤르켐을 따라 사회적 급부라는 사실을 밝힌 것이 증여론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차이와반복에서 타르드의 반복을 인용한 맥락도 이해가 되고요. 사회학셈나후기 계속 애독할게요~~

  • 2024-01-03 17:06

    이번 1234에서 타르드와 뒤르켐을 비교해보고 싶기도 했었는데 ᆢ 우현의 타르드 후기를 등불삼아 전 뒤르켐 뒤를 좀 파볼까 싶기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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